
유럽 화학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2019년 10월 독일 뒤셀도르프(Dusseldorf)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플래스틱‧고무 종합전시회 K2019에서는 유럽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63개국에서 3330사가 참가해 자원순환, 모빌리티 관련제품을 전시하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유럽에서는 자원순환형 경제가 친환경성을 향상시킴은 물론 기존 제조업을 가치 제공 비즈니스로 변화시키는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화학 메이저들은 대응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서플라이 체인을 둘러싼 대응책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플래스틱, 화학적 리사이클 기술 각광
플래스틱은 세계적으로 재이용(Reuse) 및 재활용(Recycle) 비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2030년에는 화학적 리사이클 기술이 실용화됨으로써 기존 리사이클과 조합해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학적 리사이클은 폐플래스틱을 가치 있는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프로세스로 실용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바스프(BASF)는 리사이클이 어려운 복합소재 플래스틱, 오염돼 있는 폐플래스틱을 열분해 프로세스를 이용해 합성가스, 분해유로 전환하는 Chem Cycli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8년 10월 독일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 소재 스팀크래커에서 에틸렌(Ethylene)의 원료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크래커에서 생산된 화학제품을 원료로 이용할 파트너를 모집해 STROpack이 보호포장재, 재규어 랜드로버(Jaguar Land Rover)가 자동차부품인 FEM(Front End Module) 캐리어, Sudpack이 식품포장용 필름,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이 회로차단기를 시험제작했다.
바스프는 다양한 파트너와 실용화를 위한 기술적 과제에 대응하고 있다.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은 Seek Together를 새로운 브랜드 기치로 포장, 인프라, 소비재, 운송 영역을 중심으로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화학적 리사이클은 열분해 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기업과 공동으로 페플래스틱 베이스 리사이클 원료를 이용해 고품질 플래스틱을 생산하는 시험을 시작했다.
품질이 신규 생산제품과 별 차이가 없어 식품포장에 응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밖에 BOPET(Biaxially Oriented Polyethylene Terephthalate)만을 이용해 리사이클성을 향상시킨 연포장, PE(Polyethylene)만을 사용해 리사이클을 용이하게 만든 종이기저귀 등을 개발했으며 파트너와 협업해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사빅(Sabic)은 자원순환형 경제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순환 폴리머 솔루션을 발표했다.
폐플래스틱을 화학적으로 리사이클해 재생 가능한 PC(Polycarbonate) 및 물리적 리사이클 수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화학적 리사이클은 DSM으로부터 인수한 네덜란드 소재 에틸렌 크래커에서 실증을 시작할 계획이다.
글로벌 화학 메이저들은 자원순환형 경제에 대응한 대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사회적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화학적 리사이클은 규제 등에 따라 사회에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사회적 인식이 확산됨으로써 장벽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기업, 생분해성‧바이오매스로 대응
유럽은 유기성 폐기물을 퇴비화하는 설비가 정비됨에 따라 비닐봉투와 같은 일회용 플래스틱에 생분해성 폴리머를 적용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유럽연합(EU) 이사회가 2021년까지 빨대, 커트러리 등 플래스틱제품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유럽연합 가입국들은 발효 후 2년 이내에 대응법안 마련이 의무화돼 대체제품 확보를 목적으로 생분해성 폴리머 뿐만 아니라 직접접합, 성형가공 등 관련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가네카(Kaneka)는 유럽의 석유 베이스 플래스틱 퇴출 움직임에 대응해 K2019에서 생분해성 폴리머 PHBH를 선보였다.
PHBH는 식물유지를 원료로 미생물 체내의 합성‧축적을 거쳐 생산하는 100% 식물 베이스 생분해성 폴리머로, 땅속이나 바닷속에서 뛰어난 생분해성을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
카네카는 PHBH에 대한 니즈가 확대됨에 따라 2019년 일본 다카사고(Takasago) 공장 생산능력을 5000톤으로 5배 확대해 글로벌 공급체제를 확립했다.
아울러 다양한 용도에 적합한 복합소재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럽거점인 벨기에를 중심으로 유럽기업과 함께 용도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쿠라레(Kuraray)는 바이오매스 베이스 가스차단 소재 Plantic을 식품포장재용으로 제안했다.
특수한 전분을 원료로 투입한 것으로, 쿠라레가 2015년 기술을 보유한 오스트레일리아 Plantic Technologies를 인수해 주력인 EVOH(Ethylene-Vinyl Alcohol)의 친환경제품으로 개발했다.
식품용 PE, PET필름 중간층으로 사용함으로써 바이오매스 투입비율이 높은 식품포장필름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쿠라레는 접착층 등에도 바이오매스 베이스 소재를 적용해 친환경성을 높이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재생 가능한 사탕수수 베이스 β-파네신(Farnesene)을 원료로 생산하는 스타이렌(Styrene)계 열가소성 엘라스토머(TPS: Thermoplastic Styrene)의 용도 개척도 추진하고 있으며 젖은 노면 마찰력이 우수해 구두창 등에 채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issei Plastic Industrial은 100% PLA(Polylactic Acid)로 샴페인 잔을 가공하는 사출성형 시스템을 선보였다.
PLA는 석유계 플래스틱에 비해 내열성, 내충격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유동성, 이형성이 좋지 않아 얇게 성형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으나 Nissei Plastic Industrial은 금형 내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CO2)를 융해한 PLA에 주입함으로써 0.65밀리미터 수준으로 균일하게 성형하는데 성공했다.
이밖에 우베코산(Ube Kosan)은 해양 플래스틱 쓰레기의 주요인으로 우려되고 있는 나일론(Nylon)제 어망을 리사이클한 선글라스, 타키론(Takiron)은 수축필름 리사이클 대응제품, 바이오매스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자동차소재, 일본이 유럽시장 공략 강화
자동차산업은 유럽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으며 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기구동(Electrification)을 포함한 CASE가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CASE로 대표되는 변화가 1차, 2차, 3차로 분류되는 부품 공급구조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경량화, 전장화 분야에서 다양한 소재의 복합‧조합이 요구됨에 따라 화학기업의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일본 화학기업들이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2010년 무렵부터 외관, 강성, 성형성이 우수한 PA(Polyamide) 66을 폭스바겐(Volkswagen)의 사이드미러 스테이용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완성차 생산기업은 물론 1차 부품 공급기업까지 직접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기업은 유럽에서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 완성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으로, 일본 화학기업들은 일본 자동차 생산기업에만 의지해서는 유럽에서 자동차 소재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미국사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로 돌파구를 마련해 2018년 처음으로 유럽 자동차 생산기업에게 주력제품인 PP(Polypropylene) 컴파운드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현지 공급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독일 엔지니어링기업 P+Z Engineering 산하에 있는 자동차 개발 지원기업 Arrk와 제휴해 사업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제휴 프로젝트에 따라 미쓰이케이칼이 공급한 변성 PA6T를 P+Z Engineering이 해석해 기어박스를 시험제작했다.
기어박스는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다이캐스트로 생산하나 탄소섬유와 PP(Polypropylene) 복합소재인 UD 테이프로 고내열성인 변성 PA6T를 보강해 금속과 동등한 강성 및 내열성을 실현했으며 금속에 비해 30% 경량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이케미칼은 앞으로 변성 PA6T 등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화학기업 생산제품이 채용되기 위해서는 완성 자동차 생산기업, 1차 부품 공급기업의 요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화학기업들은 기술 서비스 및 연구개발(R&D) 기능을 확충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다른 장소에 있는 유럽 본사와 R&D센터를 신규 사업장으로 일괄 이전해 영업‧마케팅, R&D를 종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수요처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쓰이케미칼은 2019년 네덜란드 산·학·관이 투자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Brightlands Chemelot Campus에 입주해 연구원을 배치했다.
도레이(Toray)는 생산능력이 세계 최대인 PPS(Polyphenylene Sulfide)가 열관리 모듈(TMM)용으로 채용이 확대됨에 따라 수요처 요구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독일 남부에 기술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고급 계기판에 사용되는 PVC(Polyvinyl Chloride) 파우더 슬러시로 유럽에서 이미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자원순환형 경제에 대응해 바이오 베이스 원료를 이용한 개발을 시작했으며 SUV 백도어용으로 유리섬유 강화 PP(GFPP)를 제안하고 있다.
중량이 16kg으로 금속에 비해 30% 가볍고 부품 투입량은 70개로 50% 이상 적을 뿐만 아니라 도장이 불필요한 이점이 있어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