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기업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과 국제유가 폭락,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사상 초유의 영업실적 쇼크에 직면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1분기 영업적자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유 4사는 셰일가스(Shale Gas) 패권을 둘러싸고 산유국들이 가격전쟁을 벌인 2014년 4분기 영업실적을 최악이라고 평가해왔으나 당시 4사 합계 영업적자는 1조1500억원 수준이었고 2020년 1분기 적자가 더 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2분기에도 조 단위 적자를 이어가고 2014년 이후 6년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도 예측되고 있다.
정유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일반적으로 배럴당 4-5달러여야 수익을 낼 수 있으나 2019년 4분기부터 수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코로나19 이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20년 3월 셋째주부터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수요 급감, 산유국들의 오일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폭락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4월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등 OPEC+가 글로벌 산유량의 10%에 해당하는 하루 1000만배럴 공동 감산을 추진했지만 최종 타결에 도달하지 못했고 감산이 이루어져도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추가적인 국제유가 하락을 제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수요절벽이나 정제마진 악화 상황을 반등시키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정유 관계자는 “1000만배럴 감산폭은 3000만배럴로 추정되는 수요 감소량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코로나19로 수요 자체가 워낙 위축돼 있어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회복 국면에 들어선 중국 정유기업들이 가동률을 올리고 있어 공급이 증가하며 정제마진이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제유가가 급락해도 자국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주기 때문에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중국 정유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정유기업들은 사상 초유의 위기로 일제히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공장 가동률을 85-90% 수준으로 낮추었고 추가 하향도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정기보수를 앞당겼고, 에쓰오일은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정부에 세제 완화 등 각종 정책 지원을 해달라고 건의해 산업통상자원부가 4-6월분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 징수를 90일 동안 유예하기로 했고 수요 부족으로 남는 석유를 저장할 공간으로 한국석유공사의 비축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유기업들은 ▲석유류 개별소비세 조건부 면세 ▲환경·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율 확대 ▲임시투자세액제도 부활 등 추가적인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정제마진과 국제유가가 회복되고 코로나19도 진정돼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코로나19로 마비된 수요 추이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이 변수로 평가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