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기업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응해 위생용품을 비롯해 재택근무·원격교육 서비스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전기·전자기업들이 마스크 생산에 나서는 등 산업간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은 2020 도쿄(Tokyo)올림픽 연기를 결정한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본격화하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쿄, 오사카(Osaka), 고베(Kobe)를 비롯한 주요 7개 지역을 대상으로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한데 이어 최근에는 7개 지역 외에서도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하자 전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외출자제 및 자영업자의 경제활동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화학기업, 코로나 대응 마스크 소재 생산 확대
일본 화학·소재 생산기업들은 마스크용 소재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의 자회사인 Sunrex는 요카이치(Yokkaichi) 공장의 멜트블로운(Melt Blown) 부직포 생산능력을 1월에 1.5배 확대한 바 있으나 최근 주문이 쇄도하며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풀가동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자동차 시트와 농업용 시트를 비롯한 산업 용도로 주로 투입했으나 최근에는 마스크용 생산량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도요보(Toyobo)는 야마구치(Yamaguchi)의 이와쿠니(Iwakuni) 공장에서 마스크 및 항균 물티슈에 사용하는 부직포용 폴리에스터(Polyester) 단섬유 설비를 풀가동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도 마스크용 부직포 생산량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2배 확대했고, 도레이(Toray) 역시 마스크 생산체제를 확충함으로써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마스크 생산 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마스크 소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마스크 소재를 생산하는 닛신보(Nisshinbo)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마스크용 거즈 원단 생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00만장의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회사 Nisshinbo Textile의 도쿠시마(Tokushima) 공장을 활용해 마스크 끈에 투입하는 테이프 생산능력을 마스크 6억장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2배 확대했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필터형 부직포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미세먼지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평상시 항균용 부직포 마스크와 면 마스크만을 사용했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며 자체 생산능력이 부족해 의료용 마스크마저 심각한 수급타이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은 마스크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도록 코와 닿는 부분에 넣는 폴리올레핀(Polyolefin)제 노즈클립 분야에서 일본 최대 메이저이며 최근 풀가동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최근까지 마스크와 마스크용 부직포 수요가 여전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종이기저귀를 비롯한 다른 위생용품 생산은 밀려나고 있다.
이에 중국에서 위생소재용 원단과 부직포 등을 생산하고 있는 JNC가 공장 가동시간을 일부 연장해 수요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방호복‧위생장갑 생산 확대에도 총력전
마스크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검사를 비롯한 각종 의료현장에서 필수적인 의료용 장갑과 방호복도 조달난을 겪고 있다.
유니티카(Unitika)는 방호복용 부직포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으며, 제온(Zeon)도 코로나19 검사 때 착용하는 의료용 장갑 생산에 필요한 천연고무와 NBR(Nitrile Butadiene Rubber) 수요가 급증하면서 장갑용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NBR 원료인 AN(Acrylonitrile)도 최근 의료용 장갑 용도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사히카세이에 따르면, AN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수요가 증가추세를 유지했으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장갑용이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세계 2위, 아시아 최대의 AN 메이저로 앞으로도 AN 공급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손 소독제용 IPA(Isopropyl Alcohol)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JXTG에너지와 도쿠야마(Tokuyama), 미쓰이케미칼이 IPA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쓰이케미칼은 후쿠오카(Fukuoka)의 오무타(Omuta)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음에도 최근 대응할 수 없을 만큼 수요가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이케미칼은 내약품성이 뛰어나 손 소독제 용기에 사용하는 HDPE(High-Density Polyethylene)도 생산량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Manac은 2020년 초 히로시마(Hiroshima)의 후쿠야마(Fukuyama) 공장에서 항균 스프레이에 사용하는 항균 및 항바이러스제 Etak의 생산능력을 10배 확대했다.
Eisai가 판매하고 있는 일반 항균 스프레이 용도와 자사 생산제품인 업무용 항균 스프레이 원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선제적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urabo도 최근 항균‧항바이러스제품 거래가 늘어났다고 밝혔으며, AGC와 Toa Gosei는 차아염소산소다 공장에서 소독용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덴카(Denka)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항인플루엔자바이러스 치료제 아비간 원료로 공급하기 위해 니이가타(Niigata)의 오미(Omi) 공장에서 5월부터 말론산디에틸의 생산을 재개할 방침이다.
정부 요청에 따라 그동안 가동을 중단했던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외출자제를 요청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가운데 요식업도 매장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면서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세대가 급증하고 있으며 식품용기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프피코(FP Corporation)는 배달음식 수요 급증세에 맞추어 배달 전용 식품용기를 개발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위생과 관련된 니즈가 급증하면서 간사이페인트(Kansai Paint)는 실내용 감염대책제품 투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전자,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지원 강화
전기·전자기업들도 다양한 방면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전자 관련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4개월 동안 중국 서플라이 체인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IT 서비스를 활용함으로써 다른 산업계의 재택근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 우한(Wuhan)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직후까지만 해도 중국에 공장을 둔 대기업을 중심으로만 재택근무 시행을 본격화했으나 일본에서도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최근에는 정부가 외출자제 명령까지 내림에 따라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또 여럿이 모일 수 없게 되면서 화상회의로 대체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통신 메이저인 NTT Docomo는 신청일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클라우드형 화상회의 서비스 sMeeting을 최대 3개월 동안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sMeeting을 사용하면 PC와 스마트 기기로 손쉽게 접속하고 영상‧음성‧자료 등을 공유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DDI와 Cisco Systems은 재택근무 시행에 가장 중요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Cisco Umbrella 서비스를 출시했고, Fuji Film Imaging Systems은 6월 말까지 클라우드형 파일 전송 서비스인 Secure Deliber를 무상 제공한다.
신입사원의 첫 출근은 물론 연간 업무를 4월부터 시작하는 곳이 많은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대인원이 모이는 것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직원 연수 및 교육에서도 차질을 빚고 있다.
Toshiba Digital Solutions은 6월 말까지 e-러닝 클라우드 서비스인 Generalist/LW를 무상 제공할 예정이며 최근 재택근무 도입을 위한 기본강좌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NEC는 지방자치단체에 코로나19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담당 공무원의 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판단하고 AI(인공지능) 챗봇을 무상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후지츠(Fujitsu)도 질의응답을 지원할 수 있는 챗봇 Chordship을 도입했다.
마스크 중심으로 이종산업 진출도 활발
의약품 및 의료 분야에서는 코니카미놀타(Konica Minolta)가 초음파 진단장치를, 후지필름(Fuji Film)은 의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린터 기기를 기부해 주목된다.
샤프(Sharp)는 정부 요청에 따라 미에(Mie) 공장에 보유하고 있는 클린룸을 활용해 부직포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는 하루 15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며 앞으로 하루 50만장 체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마스크 생산 경험을 계기로 건강 관련 분야에 진출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검사키트와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Fuji Film Wako Pure Chemical이 PCR 검사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유전자 검출 키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Canon Medical Systems은 나가사키(Nagasaki)대학과 공동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시스템을 개발한 후 실용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일본 화학·소재 생산기업의 위생용품·식품용기 대응 활동, 일본 전자기업의 재택근무·원격교육 지원내용, 일본기업의 의료·서비스 지원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