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람코(Saudi Aramco)는 한국을 중심으로 산업기반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부문에서는 지분 63.4%를 출자한 자회사 에쓰오일(S-Oil)이 울산에 건설한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를 가동했고, 2019년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한국 방문에 맞추어 대기업들과 12개에 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화학 분야에서는 효성과 탄소섬유, 대림산업과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생산설비를 사우디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람코는 2018년 말레이 국영 페트로나스(Petronas)가 추진하고 있는 RAPID 프로젝트에 참여해 합작법인을 설립했음은 물론 말레이 정유공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47조원을 투자해 인디아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도 건설할 계획이다.
MOU 12건 체결하며 한국 진출 본격화
아람코는 2019년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한국 방문에 맞추어 MOU 12건을 체결했다. 
효성과는 탄소섬유, 대림산업과는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사업화를 계획하고 있고 SK, LG 등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과는 2024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주베일(Jubail) 공업단지에 폴리부텐(Polybutene) 8만톤 플랜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토탈(Total)과 3자 합작으로 추진하며 2022년 착공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국가개혁 비전2030을 실현하기 위해 산업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조업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서플라이 체인을 정비하기 위해 소재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탄소섬유 등 첨단소재에 관심을 나타내는 이유도 비전2030 실현을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화학기업 중에서는 스페셜티 분야의 SFC가 사우디에서 계면활성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제약에 많아 건설공사가 원활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석유화학 확장에 4조원 투입
아람코의 자회사인 에쓰오일은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석유화학 분야에서 대형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4조8000억원을 투자해 2019년 정유·석유화학 복합설비인 울산 RUC와 ODC 프로젝트를 완료한데 이어 NCC(Naphtha Cracking Center)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RUC는 원유에서 가스, 경질유 등을 추출한 뒤 남은 저가 잔사유를 처리해 프로필렌(Propylene)과 휘발유(Gasoline)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로 원가 절감과 수익성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ODC는 잔사유 고도화 시설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을 PP(Polypropylene) 40만5000톤, PO(Propylene Oxide) 30만톤의 원료로 투입하고 있다. PP, PO 모두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기술을 라이선스했다.
PP는 코스트 경쟁력이 뛰어나 자동차 범퍼를 비롯해 다양한 용도에 투입되며, PO는 자동차 내장재, 전자제품, 단열재 등에 투입되는 폴리우레탄(Polyurethane)의 기초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에쓰오일 ODC는 기존 설비를 확장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분야에 적용 가능한 첨단소재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에쓰오일은 울산 프로젝트에 총 4조원을 투입했고 잔사유 처리능력이 7만6000배럴인 RFCC(Residue Fluid Catalytic Cracker)는 프로필렌 생산능력이 70만톤에 달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제품 생산비중을 8%에서 13%로 확대했고 석유제품 생산비중을 낮추는 한편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제품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아람코가 추진하고 있는 성장전략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산에서 정유공장의 오프가스와 나프타(Naphtha)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믹스피드 크래커와 PE(Polyethylene), PP 등 유도제품 컴플렉스 신규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정유공장에서 생산한 원료로 부가가치를 부여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정제사업의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신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단행했고 1조3000억원을 투입해 2011년 4월 P-X(Para-Xylene) 180만톤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제품 플랜트를 완공한 바 있다.
당시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함으로써 석유화학 사업의 매출이 2010년 1조5404억원에서 2011년 3조4910억원, 2012년 4조2970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11년 641억원에서 2013년 8273억원으로 폭증했다.
이후 P-X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생산설비 효율 개선에 투자해 2016년에는 영업이익을 1조6322억원으로 확대했고 2017년에도 영업이익 1조4625억원, 당기순이익 1조311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SK가스, 사우디에서 PDH·PP 플랜트 합작투자
아람코는 SK가스와도 사우디에 PDH(Propane Dehydrogenation) 및 C3 유도제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SK가스는 사우디 Advanced Petrochemical과 PDH 플랜트를 중심으로 C3 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PDH에서 생산하는 프로필렌을 활용해 PP 75만톤, IPA(Isopropyl Alcohol) 10만톤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며 2024년 하반기 상업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용 PP 컴파운드 10만톤 건설도 추진한다.
투자액은 PDH-PP 설비에 18억달러, IPA 플랜트에는 4000만달러, PP 컴파운드에는 400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원료 프로판(Propane)은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로부터 조달할 예정이며 2019년 7월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가스는 울산에서도 프로필렌 생산능력 60만톤의 PDH 설비를 가동하고 있으며 사우디 프로젝트에도 울산공장의 노하우를 적극 적용할 방침이다.
사우디 정부는 2019년 1월 발표한 신산업전략에서 자동차부품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최근 관련소재 산업을 집적해나가고 있다.
신규 생산설비에서는 자동차를 비롯해 광범위한 산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PP 컴파운드를 생산할 예정이며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니트레진을 컴파운드로 활용하기 위해 자체 생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Advanced Petrochemical과 SK가스는 장기적으로 사우디에 믹스피드 크래커와 유도제품 생산설비로 구성된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17% 인수 의도는?
아람코는 2019년 4월 지분 17%를 취득한 현대오일뱅크에는 사우디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사우디산 원유의 공급처를 확보함과 동시에 석유정제와 석유화학 통합형 사업을 확대하고 수익기반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또 한국석유공사와는 국내 원유 저장설비 설치와 마케팅 및 공급 관련 MOU를 체결하고 원유 공급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한 것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 원유 시장을 지키기 위한 국가 차원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 분석기업인 S&P Global Platts는 보고서를 통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로 아시아 주요 원유 소비국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Platts는 아람코가 최근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뒤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결정한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원유 소비비중이 20% 가량에 불과하나 아시아는 60%를 넘고 있고, 특히 한국은 2018년 원유 수입량이 3억1317만배럴에 달해 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석유 소비국으로 사우디산을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카자흐스탄, 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하는 원유가 늘어나면서 사우디산 원유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8년 12월 사우디산 원유 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17.1% 감소한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은 1361만배럴로 6배 가까이 폭증했다.
Platts는 “미국은 한국에서 3번째로 큰 원유 공급처로 부상했다”며 “미국의 셰일가스(Shale Gas) 생산분지인 이글포드(Eagle Ford)에서 생산하는 원유 수입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