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2020년 투자계획 연기 검토 … 자동차‧석유화학 타격 심각
일본 화학기업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설비투자를 신중하게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도소(Tosoh)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설비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 계획을 세운 화학기업들도 2019회계연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계속해야 하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극복한 이후 포트폴리오 개선, 재무기반 강화 등으로 체질을 혁신해왔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능가하는 위기로 작용하고 있어 2020회계연도는 물론 2021회계연도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관련 분야와 석유화학을 둘러싼 수익성 악화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경기 상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2021년 여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역시 하반기(2020년 10월-2021년 3월)까지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위기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유동성 확보를 강화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상반기(2020년 4-9월) 순이익이 제로(0)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전방산업 부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회계연도 설비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1년 정도 미루어도 타격이 크지 않은 계획은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도 설비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2020회계연도에는 영업이익이 200억-500억엔 정도 감소하고, 특히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감소 폭이 150억-350억엔에 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의약‧농약 분야는 거의 타격을 받지 않지만 자동차 관련 수요가 둔화되면서 수지 출하량이 감소하고 시황 하락, 자동차 배터리 및 타이어 부재 출하량 감소, 디스플레이 관련 수요 둔화에 따른 스마트폰 및 TV용 소재 출하량 감소 등이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분야가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크게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영향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은 2020회계연도 설비투자로 1220억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2019회계연도에 설비투자액 763억엔을 지출했으나 202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기 때문에 정기보수비용 등 290억엔 상당을 설비투자로 계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290억엔을 포함해 설비투자액을 1350억엔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최근의 상황을 반영해 130억엔을 줄였다.
그러나 절대적인 계획은 아니며 앞으로 프로젝트 내용에 따라 투자 여부를 정할 예정이어서 일부 프로젝트는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황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심각하게 침체된 분야는 자동차, 석유화학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대수가 7300만대로 전년대비 20% 정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모빌리티 사업의 코어 영업이익은 275억엔으로 3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은 모빌리티 사업에서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탑재개수 증가와 운전 지원 시스템 고도화 등으로 자동차 카메라용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광학수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용 유리 중간막 분야에서 세계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세키스이케미칼(Sekisui Chemical)은 자동차용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점유율이 100%를 기록하는 등 차별화제품이 호조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는 자동차 시장의 완전한 회복이 예상보다도 더 늦추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계심을 강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부진도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코어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130억엔, 미쓰이케미칼은 코어 영업이익 기준으로 마이너스 115억엔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중국, 중동이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정에서의 식사량이 증가함으로써 일부 포장 소재는 호조를 누리고 있으나 경기침체 타격이 크고, 국제유가와 나프타(Naphtha) 가격 급등락으로 마진 축소가 불가피해 수익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