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징용에 참여한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자산 현금화 강제집행 절차가 시작되는 8월이 다가오면서 한국-일본 관계가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였으나 일본이 즉시항고 방법으로 사태 파악을 막아 주목되고 있다.
8월4일이 지나면 압류와 관련한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해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의견 청취 등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현금화까지는 수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단계에 이르기 이전에 한국-일본 정부가 합의하지 못하면 보복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았다.
산업계는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현실화되면 일본 정부가 한국기업의 일본자산 압류, 한국산 수입제품의 관세 인상 조치는 물론 비자발급 규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정밀기계 등 한국 주력업종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Silicone) 웨이퍼와 반도체에 회로를 그리는 공정에 투입되는 블랭크 마스크를 비롯해 공작기계 수치제어반(CNC)이나 경량화 소재로 중요한 탄소섬유, 2차전지용 분리막 및 알루미늄 파우치 등을 추가 규제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19년 일본 정부가 무역 관리상 우대조치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함에 따라 한국‧일본 군사정보 보호 협정인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한 후 파기기한을 연기한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했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에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는 인식에 따라 경제적인 협력을 유지해왔으나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 내각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긴장관계 고조가 제조업 서플라이 체인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일본제철(Nippon Steel: 구 신일철주금)이 즉시항고를 통해 사태 악화를 막은데 이어 아베 신조 수상(내각총리)가 8월 말 사임을 발표함으로써 수습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화학소재 국산화 “난항”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1일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감광액), 디스플레이 공정용 불소계 폴리이미드(Polyimide)의 수출규제를 시작했고 국산화를 통해 대체를 시도하고 있으나 일부 성과에 그치고 있다.
당시 불화수소는 일본산 수입의존도가 44%에 불과했으나 포토레지스트는 93% 불소계 폴리이미드는 83%에 달했다. 
불화수소는 재고가 3-4개월분에 불과해 2개월 뒤에는 삼성전자가, 3개월 뒤에는 SK하이닉스가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 일부를 국산, 중국산으로 대체했고, 기체 불화수소는 일부를 미국 메티슨(Matheson) 공급제품으로 대체했다.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JSR과 벨기에 연구센터 IMEC 합작기업으로 수입선을 일부 전환했으나 2019년 12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심사와 승인 방식을 개발허가에서 덜 엄격한 특정포괄허가로 변경해 일본산 수입을 계속하고 있다.
액체 불화수소는 일본산 수준의 고품질제품을 개발했지만, EUV 노광공정용 포토레지스트와 초고순도 기체 불화수소는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액체 불화수소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습식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소재로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기 이전에는 일본 스텔라케미파(Stella Chemifa), 모리타화학(Morita Chemical) 등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게 공급했으나 수출규제 이후 국산화 노력을 진행해 2020년 초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등이 고품질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솔브레인은 2020년 액체 불화수소 공장을 조기 완공했고, 램테크놀러지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액체 불화수소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솔브레인과 램테크놀러지는 2020년 7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게 불화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브레인은 기체 불화수소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발·생산이 액체보다 어려워 SK머티리얼즈가 6월17일 순도 99.999%를 양산한다고 발표했으나 일본산에 비해 순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정식으로 활용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조기 개발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기체 불화수소는 쇼와덴코(Showa Denko)가 주로 공급하고 있다.
EUV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도 국산화 작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5nm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화학소재로 EUV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 공급이 중단되면 삼성전자가 타이완의 TSMC와 경쟁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SK머티리얼즈가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2021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고, 동진쎄미켐도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면서 2020년 초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공장 증설을 확정했다.
그러나 생산시점을 장담할 수 없어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 JSR 등 일본산을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무역협회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2020년 5월까지 일본산 수입액이 2억7474만3000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폴더블(Foldable)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에 주로 투입되는 불소계 폴리이미드도 일본산 수입의존도가 74%에 달하고 있고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이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계는 기체 불화수소, EUV 포토레지스트 외에도 대체하기 어려운 일본산 소재가 200종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기업, 수출규제 이후 수익성 악화로 “고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EUV용 포토레지스트, 불소계 폴리이미드 등 3개 화학소재 수출을 규제한 이후 일본기업들은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화학기업들이 국산화를 추진해 일본산을 대체하고 있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기업들도 수입선 다변화를 적극 추진한 결과로 판단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불화수소는 일본산 수입비중이 2019년 1-4월 44.7%에서 2020년 1-4월 12.5%로 급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일본산은 핵심 공정에만 투입하고 솔브레인이 생산하는 불화수소와 램테크놀러지가 중국산을 수입해 정제한 불화수소를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체 불화수소도 일본산에서 미국산으로 대체하고 있고, 최근 SK머티리얼즈가 양산을 시도하면서 국산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스텔라케미파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1.7%, 다이킨(Daikin)은 3.9% 감소했고 비상장기업인 모리타케미칼도 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라케미파는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순이익이 84.4% 폭증했지만 2019회계연도에는 18.2% 감소했다.
한국 수출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으로, 고순도 불화수소 출하량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증가추세를 나타냈으나 2018년 9만4100톤에서 2019년 6만306톤으로 26.3% 급감했다.
모리타케미칼도 수출규제에 따라 한국 수출이 6개월 가까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7월부터 한국에 불화수소를 수출하지 못했고 12월14일 일본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으나 영업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9년 모리타케미칼의 불화수소 판매량이 수출규제 이전과 비교해 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때 투입하는 불소계 폴리이미드는 일본의 수출규제 때부터 세부 특성이 달라 국내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지금도 일본산 의존도가 100%에 달하고 있지만 일본이 수출규제 발표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수출을 허가하고 있어 아직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듀폰(DuPont)이 국내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다.
화학소재, 일본산 대체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의 화학소재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2019년 일본산 수입 상위 100개 품목 중 실리콘웨이퍼, 수치제어반, 탄소부품, 고정식 축전기 등 34개는 일본산 수입비중이 2018년보다 높아졌고 특수소재는 일본 의존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 웨이퍼는 2019년 일본산 수입액이 9억3000만달러로 수입비중이 40.7%에 달해 2018년 34.6%를 추월했다. 탄소부품도 47.8%에서 56.7%로 높아졌고 고정식 축전기는 6.1%포인트, 정밀화학제품은 2.7%포인트 상승했다.
실리콘 웨이퍼는 일본 섬코(Sumco)와 신에츠케미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K실트론 등 국내기업들도 생산하고 있지만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블랭크 마스크는 일본 호야(Hoya)의 경쟁력이 높고 삼성전자 사용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가 2020년 1-5월 수입통계를 분석한 결과, 블랭크 마스크는 일본산 수입의존도가 76.4%에 달했다. 실리콘 웨이퍼도 일본산 수입비중이 41.9%로 2위 중국(24.3%), 3위 싱가폴(15.8%)을 크게 앞섰다. 2차전지용 분리막도 일본산 수입 의존도가 62.0%에 달했다.
일본, 한국의 화학소재 개발‧생산 경계
일본에서는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 불소계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수출규제에 나선 이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한국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재고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2019년 8월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허가를 내림에 따라 서서히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으나 포토레지스트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해결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V 레지스트는 차세대 반도체 프로세스 개발에 필수적인 소재여서 수출 허가가 내려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 프로세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특히 실용화를 앞둔 삼성전자가 라이벌인 타이완 TSMC를 앞서기 위해 EUV 레지스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대체제품을 조달하기 위해 중국 및 타이완기업에 접근하고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고, 부소계 폴리이미드는 디스플레이용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나 두드러진 혼란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 디스플레이 생산기업들은 일본 수출규제 문제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과의 시장점유율 경쟁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패널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대형 10.5세대 액정패널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기업들은 부가가치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Quantum Dot-OLED)에 주력하고 있다.
8.5세대 액정패널 라인을 QD-OLED용으로 전환해 부가가치 분야를 공략할 계획이며, 시장점유율이 높은 8K TV를 대상으로 자원을 투입함과 동시에 차별성이 높은 마이크로 LED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 OLED에 힘을 기울여 2019년 8월부터 8.5세대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1년 이후 10.5세대도 생산할 계획이다. 중소형 플렉서블(Fiexible) OLED 패널도 궤도에 올라 스마트폰용으로 삼성전자의 아성에 도전할 방침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생산기업들은 TV, 스마트폰에 이어 모니터용을 주목하고 있다. TV용과 같은 8.5세대 라인을 이용할 수 있으며 TV용 수요 감소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커브형태, 높은 프레임레이트 동작이 요구되는 게이밍 용도는 한국기업의 기술력이 뛰어나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석유화학, 범용제품은 일본산 영향 미미
스페셜티 화학제품은 일본산 수입의존도가 높은 편이나 석유화학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범용 석유화학제품은 부타디엔(Butadiene), 자일렌(Xylene), 톨루엔(Toluene) 등을 제외하고는 업스트림과 미들스트림 부문에서 일본산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접 정제하거나 수입한 나프타(Naphtha)를 원료로 기초제품 및 유도제품 생산설비를 일괄적으로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반적인 기초 석유화학제품은 세계적으로 널리 유통되고 있어 스페셜티 화학제품에 비해 조달이 쉽고 필요에 따라서는 수입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도 프로필렌(Propylene), 벤젠(Benzene) 등은 한국산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해도 석유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수출관리 강화 대상인 전략물질 가운데 일반적인 석유화학제품은 거의 포함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관리 강화 대상에 포함돼도 최근 2년간 거래실적이 있으면 그대로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변경되더라도 인가까지의 기간이 5일에서 15일로 연장될 뿐이어서 일본 심사기간인 최대 90일에 비해 기간이 짧아 영향이 한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반도체, 자동차를 잇는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으나 대부분을 중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기초화학제품, 범용수지를 내수 이상으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일본 수출량은 한정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유기업들이 신규 진입을 계획하고 있고 대형 크래커를 건설해 PE(Polyethylene) 원료로 투입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나 대부분 중국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어 모든 계획이 실행되면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기업은 아로마틱(Aromatic’s) 신증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고, Hengli Petrochemical은 2019년부터 P-X(Para-Xylene) 450만톤 플랜트를 순차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P-X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수출처 개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한국-일본 무역분쟁,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입현황(2019.6), 일본산 수입의존도 70% 이상 및 90% 이상 품목, 수출규제품목의 일본산 의존도 변화, 주요 품목 수입 증감률(2020.1-5), 한국의 주요 석유화학제품 수출량 및 수출의존도(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