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미등록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한 사람에게 환경부 장관이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을 사용·판매한 사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화평법 개정안을 10월22일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환경부 장관의 조치명령을 위반한 화학물질 제조·수입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미등록 화학물질을 사용·판매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화평법 규제 완화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절망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화평법 미등록 화학물질 취급자 처벌 대상에 사용자, 판매자를 넣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화학물질 사용이 많은 염료·안료산업과 염색산업이 법 개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 소비자까지 범법자가 될 우려도 제기됐다. 법안대로라면 도금액이 들어간 자동차부품, 특수 코팅제가 들어간 프라이팬을 구매해 사용하는 소비자, 머리를 염색했거나 네일아트를 받은 소비자도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안에서 환경부 장관이 관세청 등 관계 행정기관장에게 수입 화학물질 통관기록을 요청할 수 있게 한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오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국내 도금액의 90%는 수입물질을 사용하며 법안대로라면 영업기밀 유출 우려 때문에 어떠한 해외기업도 한국에 공급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자동차, 반도체 등 전체 제조업 공정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판매기업에 불필요한 비용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미등록 화학물질이 현행법의 규제를 받는 수입·제조자 단계에서 대부분 걸러지는데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을 가정해 판매·사용자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판매자가 처벌을 우려해 제조·수입기업에 각종 서류를 요구하는 등 거래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안의 규제 대상이 넓어지는 과정에서 행정력이 낭비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판매·사용자로 제재 대상을 확대하면 단속 공무원 인력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당 정책위원회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들의 의견을 청취해서 발의했다”며 “소비자 보호 등 공익적 목적이 뚜렷한 법안”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된다면 입법 과정에서 소비자나 소매상이 미등록 화학물질 사용·판매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