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탄소(CO2)가 촉매 표면에서 분해되는 순간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물질·화학반응연구단 박정영 부연구단장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문봉진·충남대 김현유 교수 연구팀이 상압 환경에서 CO2 분자가 촉매 표면에서 분해되는 순간을 최초로 실시간 포착했다고 밝혔다.
최근 온실가스인 CO2를 유용물질로 전환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초기 분해과정에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있다.
CO2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어서 일산화탄소(CO)와 산소(O)로 분해하는 초기 과정에는 수십 기압에 달하는 고압 조건이 요구되고 있다.
너무 높은 압력에서는 서서히 변해 가는 분자와 원자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어렵고 반대로 압력이 너무 낮으면 반응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
CO2 구조 변화는 광학적 분석 등을 통해 이론적으로 제시됐을 뿐이며 분해 과정의 화학적 기제를 원자 수준에서 밝힌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CO2 분자 내부 압력이 충분히 증가하면 촉매 표면에서 스스로 구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이론적 가정 아래 실험을 진행했다.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해상도를 갖는 상압 주사 터널링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가로·세로 2-5나노미터 크기의 로듐 촉매 표면에서 CO2 분자들이 서로 충돌하다 CO로 분해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후 거대 빛 현미경이라 불리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로듐 촉매 표면의 미세한 에너지 변화를 측정한 결과 상압 환경에서 CO 농도가 서서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영 IBS 부연구단장은 “CO2가 촉매 표면에서 스스로 분해된다는 이론은 40여년 전에 제시됐으나 실험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CO2의 청정연료 전환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11월6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