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600만톤 확대하는 신증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신증설 프로젝트 대부분이 원료로 나프타(Naphtha)와 LPG(액화석유가스)를 모두 투입할 수 있는 스윙 설비로 가격 흐름에 맞추어 원료를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로필렌(Propylene) 이외의 유도제품 생산 확대도 가능해 앞으로 동북아시아산과의 경쟁 심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북아시아산은 이미 셰일(Shale) 혁명 이후 에탄(Ethane)을 베이스로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보유한 미국산, 중동산과 경쟁하고 있어 차별화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일부 프로젝트는 완공 혹은 가동시점이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 2025년까지 에틸렌 600만톤 확대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타이, 베트남 등 아세안(ASEAN) 국가들이 석유화학 신증설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Chandra Asri Petrochemical(CAP)을 비롯해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 페르타미나(Pertamina) 3사가 각각 에틸렌 생산능력 100만톤급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티탄은 투자액을 당초 계획한 35억달러에서 43억달러로 확대했으며 유도제품 건설 프로젝트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등 스타이렌(Styrene)계 수지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타미나는 러시아 로스네프트(Rosneft)와 합작으로 에틸렌 크래커를 베이스로 폴리올레핀(Polyolefin), EG(Ethylene Glycol), SM(Styrene Monomer)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남부 롱손(Long Son)에서 타이 Siam Cement Group(SCG)의 SCG Chemicals이 2018년 말 대규모 석유화학 컴플렉스 건설공사에 착수했으며 앞으로 유도제품과 가공기업 유치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에서는 현지에서 유일하게 에틸렌 크래커를 가동하고 있는 JG Summit Petrochemical이 2019년부터 2020년 중반까지 석유화학 투자를 실시했다.
2019년 가을 정기보수 기간에 NCC를 증설함으로써 에틸렌 생산능력을 32만톤에서 48만톤으로 50%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내용은 공표하지 않았으나 국영 석유기업 페트론(Petron)도 석유화학 사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에 코로나19 재확산이 성패 좌우
SCG Chemicals의 베트남 롱손 프로젝트, PTT Global Chemical(PTTGC)의 타이 Map Ta Phut(MTP) 프로젝트, 롯데티탄의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는 모두 프로판(Propane)이나 부탄(Butane) 등 LPG를 원료로 투입할 수 있도록 분해로를 설계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난방용 수요 때문에 LPG 수급이 타이트해지는 겨울철에는 나프타를, 반대로 LPG 수급이 완화되는 여름철에는 LPG를 다량 투입함으로써 코스트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나프타 경쟁력이 국제유가에 따라 좌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중장기적으로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유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비 OPEC 등 주요 산유국들이 2020년 5월부터 단계적으로 감산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반등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남아 석유화학기업들은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급증하고 있는 합성수지 내수에 대응할 계획이나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활동이 정체돼 투자 계획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기초화학제품 생산 및 수급에는 차질이 없으나 자동차, 가전 등 최종 수요처 공장들이 가동중단 혹은 감산에 나서면서 합성수지와 페인트용 원료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AP가 조만간 No.2 에틸렌 크래커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2024년으로 계획해둔 완공시점을 조정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 Ratings)는 3월 말 PTTGC의 장기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으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동남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대대적인 봉쇄조치를 내리면서 화학제품 수요가 감소했고 최근 몇년 동안 동남아 각국이 화학제품 생산능력을 급속히 확대한 것을 신용등급 조절 이유로 제시했다.
NCC, 에틸렌‧프로필렌 수익성 호조 장기화
동남아 각국이 에틸렌 크래커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레핀의 수익성이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NCC는 올레핀별로 수익성에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최근까지 에틸렌, 프로필렌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부타디엔(Butadiene)의 저수익을 상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틸렌은 10월 말 CFR NE Asia 75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으나 나프타(C&F Japan)도 350달러 수준으로 떨어져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가 톤당 400달러로 손익분기점 300-350달러를 크게 상회했고, 프로필렌은 FOB Korea 860-870달러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부타디엔은 8월부터 급등과 폭등을 계속함으로써 10월 말 FOB Korea 1080달러로 에틸렌‧프로필렌에 비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10월부터는 중국의 신증설 플랜트 가동에 LPG 투입을 줄일 수밖에 없어 급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NCC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활동 침체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동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식품포장 등 생활용품, 방역‧의료용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나프타와의 스프레드가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수요가 급감함으로써 감산이 불가피했던 2019년 하반기와는 대조적인 현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에틸렌 생산량이 641만7000톤으로 전년대비 4% 감소했다.
NCC 가동률은 손익분기점 기준인 90% 이상 수준을 계속 유지했고 8-10월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풀가동 기준인 9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0년 들어서는 NCC 가동률이 1월 91%로 전월대비 4%포인트 이상 급락했으나 3개 NCC의 정기보수 기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95%를 넘어섰다.
가동률 하락은 미국-중국 무역마찰로 2019년 말 올레핀 가격이 급락‧폭락하면서 나프타와의 스프레드가 축소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프로필렌, 정유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스프레드 확대
나프타는 2019년 말 톤당 500달러 초반에서 600달러 전후로 강세를 계속했으나 에틸렌은 800달러대 초반을 고점으로 700달러대 초반으로 급락함으로써 스프레드가 크게 줄어들었다.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는 2019년 12월 초 100달러를 넘었으나 2019년 초에 비하면 25% 수준이고 2020년 여름과 비교해도 33% 정도로 크게 악화됐다.
프로필렌과 부타디엔 역시 스프레드가 2019년 초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어 한국, 일본, 타이완 크래커들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면서 가동률 조정이 불가피했다.
이후 감산효과가 나타나면서 일본은 2월 크래커 가동률이 실질적 풀가동 기준인 95%를 넘어섰다.
에틸렌, 프로필렌 가격은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100달러 이상 올랐고 나프타와의 스프레드도 프로필렌이 1.5배, 에틸렌은 2배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올레핀 수요가 격감해 일본 NCC 가동률은 88.7%에 불과해 6년4개월만에 90% 아래로 떨어졌고 에틸렌 생산량도 약 45만4000톤으로 전년동월대비 20% 가까이 급감했다.
에틸렌과 부타디엔은 3월부터 4월 말까지 300달러 중반을 형성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500-600달러 폭락했고 나프타와의 스프레드도 더욱 축소됐다.
하지만, 프로필렌은 양호한 수익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에틸렌, 부타디엔과 마찬가지로 가격은 하락했으나 나프타와의 스프레드가 300달러 전후에서 400달러대 후반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원유 수요 급감으로 정유공장이 가동률을 낮추면서 FCC(유동접촉분해장치) 베이스 생산량이 줄어든 가운데 부직포 마스크와 의료용 가운 등 방역‧의료용 PP(Polypropylene) 섬유 등 유도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급이 타이트해진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올레핀 유도제품 수요는 경제활동 재개를 통해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FCC 가동률은 여전히 낮은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부타디엔, 자동차 생산 침체로 재고과잉 심각
롯데케미칼이 3월4일 대산 크래커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NCC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고 원유 감산으로 중동 ECC(Ethane Cracking Center)들도 가동률을 낮춤으로써 에틸렌은 상승하고 프로필렌은 강세를 계속하고 있다.
에틸렌 가격은 4월 말 300달러 초반을 저점으로 한때 900달러 수준으로 급등한 반면, 합성고무의 원료인 부타디엔은 5월부터 7월 초 300달러대 초반으로 나프타와 가격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급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면서 타이어용 고무 수요가 큰 타격을 받았고 재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은 4월 이후 NCC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계속 유지했기 때문에 부타디엔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재고 소진에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회복되면서 부타디엔 가격이 폭등세로 전환됐으나 에틸렌, 프로필렌에 비해서는 약한 수준이며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여전히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