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품 개발 분야에서 핵산의약품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효율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미국 제약기업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가 공급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전령 RNA)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개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존 백신은 약화된 바이러스나 바이러스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 반응을 얻지만, 양사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mRNA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불안정한 mRNA를 이용한 백신이 상업화된 경험이 없고 엄청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제약기업들은 백신을 배양하는 과정에서 생산이 끝날 때마다 교체해야 하는 의료용 플래스틱 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 노바백스(NovaVax)는 합성항원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mRNA를 이용하는 백신이 아니어서 대량생산이 수월할 것으로 판단된다.
DMD, 핵산의약품 출시 경쟁
일본신약(Nippon Shinyaku)은 10여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최근 희귀 유전성 골격근 퇴행성 질환인 뒤쉔 근위축(DMD) 치료약 빌텝손을 출시했고, 다이이치산쿄(Daiichi Sankyo) 역시 동일작용을 나타내는 DMD 치료제 출시를 예고하면서 추격하고 있다.
DMD는 세계적으로 출생 남자 아동 3500명당 1명꼴로 영향을 받는 근육 영양장애로, 일본은 환자 수가 5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일본신약은 2009년부터 일본 국립 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NCNP)와 함께 DMD 치료제 빌텝손 공동 개발을 추진해왔다.
DMD는 단백질인 디스트로핀 유전자 변이로 근육이 약화돼 걸음이 불편해지는 희귀질환이며 특정한 치료 방법이 없어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해 근육의 기능 저하 속도를 막는 대증치료만 가능했다.
하지만, 빌텝손은 질환 발생원인인 유전자 변이에 직접 관여해 관절 기능을 개선시킴으로써 DMD를 치료하고 있다.
핵산의약품은 사슬 1개 구조의 안티센스 사슬과 2개 구조의 siRNA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2가지 모두 DNA를 기점으로 하는 유전정보 전달에 개입하고 유전자 변이를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티센스는 빌텝손 외에 미국 바이오젠(Biogen)의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스핀라자가 있고, siRNA는 미국 앨나일람(Alnylam)의 아밀로이드시스 치료제 온파트로가 잘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는 siRNA보다 먼저 주목받으면서 1970년대부터 신약 연구개발(R&D)이 진행된 영향으로 안티센스 의약품이 더 많이 보급되고 있다.
일본신약도 사내에 핵산 기술을 이미 갖추어둠으로써 2000년대에 NCNP가 공동 개발을 제안했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iRNA는 200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된 후발주자이나 2006년 siRNA가 일으키는 RNA 간섭 연구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 이후 연구자들은 siRNA의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아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핵산은 체내에서 분해되기 쉬우며 전달 문제는 siRNA 뿐만 아니라 안티센스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초기 핵산 의약품 대부분이 안과 질환 등 국소 투여가 가능한 분야에서만 개발된 것도 해당 과제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안티센스는 분해를 피할 수 있고 표적에 강력하게 결합할 수 있는 수식기술을 초기에 개발함으로써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LNP, siRNA와 조합으로 안전성‧품질 확보
당부가교형 수식은 오사카(Osaka)대학의 오비카 사토시 교수 연구팀이 1997년 최초로 보고한 바 있다.
일본신약과 동일하게 안티센스로 DMD 치료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다이이치산쿄도 오비카 사토시 교수와 함께 당부가교형 ENA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siRNA는 구조상 수식이 어려워 세계 최초의 siRNA 의약품인 온파트로는 지질나노입자(LNP)에 봉입함으로써 과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LNP는 잘 분해되지 않고 목표로 한 간까지 안정적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LNP는 예전부터 siRNA 전달 기술로 유력시됐으나 안전성 평가와 품질과 관련된 우려가 많았고 온파로트가 siRNA와 LNP 조합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앞으로 핵산의약품의 유전자 전달을 위한 기술로 안티센스는 수식, siRNA는 나노입자 방식이 정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다른 방식도 개발되고 있다.
앨나일람은 온파트로 이후 개발한 의약품에서 LNP 대신 GalNAc를 siRNA에 결합시키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정맥주사가 필요한 LNP 방식과 달리 GalNAc는 피하주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alNAc는 간에만 유전자를 전달하고 뇌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등 응용 범위가 한정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siRNA 전달 분야에서는 고기능 LNP를 사용하거나 LNP 이외의 나노 입자로 대체 혹은 다른 분자를 결합시키는 방법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핵산의약품의 전달 문제는 예전부터 과제로 지적됐으나 최근 들어 다른 양식과 비교해 더 부각되고 있다.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가 2020년 5월 출시한 졸겐스마는 미국 바이오젠의 스핀라자와 동일한 SMA 치료제로 공개한 것이나 유전자 치료제는 결손된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단순명쾌한 작용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산 의약품과 달리 평생 한번만 투여해도 된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어 여러 방면에서 비교가 되고 있다.
SMA, 유전자‧저분자약품 영향 확대
유전자 치료제는 그동안 실제 사용된 사례가 극히 드물어 효능이 어떨지에 대한 검증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구기관은 2개 SMA 치료제 가운데 스핀라자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졸겐스마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MA 환자 대부분은 영유아로 스핀라자는 허리에 바늘을 꽂고 골수가 들어 있는 뼈의 빈 구멍에 국소 투여해야 해 부담이 큰 반면 졸겐스마는 정맥주사로 투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SMA 치료제로는 스위스 로슈(Roche)의 리스딥람과 노바티스의 브라나프람 등 저분자 의약품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SMA 치료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갖추고 있는 바이오젠도 스카이호크(Skyhawk)와 공동으로 2019년부터 저분자 의약품 개발에 착수했다.
SMA 치료제는 핵산 의약품, 유전자 치료제, 저분자 의약품 등 3가지 종류로 개발되고 있고 현재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리스딥람이 경구 투여가 가능하다는 저분자 의약품의 강점을 활용해 조만간 졸겐스마를 제치고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DMD 치료 분야에서는 일본신약이 핵산 의약품을 출시했고 다이이치산쿄와 미국 사렙타(Sarepta)도 치료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사렙타는 핵산 의약품 뿐만 아니라 유전자 치료제도 함께 개발하고 있으며, 일본신약도 유전자 치료제 분야 진출을 선언한 상태이다.
다이이치산쿄도 2020년 4월 미국 울트라제닉스(Ultragenyx)로부터 유전자 치료제 기술을 공여받았다.
어떠한 질환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성 질환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DMD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토(Kyoto)대학의 호리타 아키쓰 교수 연구팀은 게놈 편집으로 DMD를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신약과 빌텝손을 함께 개발한 NCNP 역시 안전성이 높은 핵산 의약품이 DMD 치료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언젠가 저분자 치료제가 개발돼 핵산 의약품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