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로에 사용하는 흑연전극 수급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흑연전극은 2019년 하반기 이후 미국-중국 무역마찰 및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1년에는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나 유럽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가격경쟁이 계속되고 있고 원료인 침상코크스(Needle Cokes) 가격이 약세를 계속함에 따라 흑연전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극 생산기업들은 대규모 감산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흑연전극 가격이 약세를 지속함으로써 생산 확대 의욕이 저하되고 있다.
흑연전극은 감산이 장기화되면 수급이 타이트해져 거래가격이 급등할 뿐만 아니라 침상코크스를 포함해 사업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이 흑연전극을, 자회사 피엠씨텍이 침상코크스를 공급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흑연전극, 코로나19로 수요침체 장기화
전기로로 생산하는 전로강은 철 스크랩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강재로 교량, 빌딩, 자동차 등을 해체해 시중에서 회수하거나 자동차, 조선 등의 가공공정, 철강공장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철 스크랩을 용해한 후 정련‧압연해 생산하고 있다.
철 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함에 따라 철광석을 환원하는 고로공법에 비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환경부하를 낮출 목적으로 2025년까지 조강 생산에서 전로강이 차지하는 비율을 10%에서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흑연전극 수요가 증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흑연전극 및 침상코크스는 2017년 상반기 이후 2년간 국제가격이 급등했다.
중국 정부가 지조강 생산을 규제해 전로강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흑연전극 공급부족이 표면화됨에 따라 6개월마다 이루어지는 계약가격 협상에서 계속 인상이 결정됐다.
정점을 이룬 2019년 상반기에는 흑연전극이 톤당 1만4000달러로 2017년 상반기에 비해 4배, 침상코크스는 4000-4500달러로 6배 폭등했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해 전극과 침상코크스 모두 미국-중국 무역마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공급과잉이 발생했고, 과잉재고가 2019년 중반에서 2020년 초반에 걸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차질이 발생해 공급과잉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흑연전극 및 침상코크스 국제가격은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으며, 전극 생산기업은 가동률을 단계적으로 낮춰 30-50%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요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유럽 침체가 장기화되면 생산기업이 가동률을 높이지 않는 방법으로 대응함으로써 수급타이트가 발생해 2017-2018년과 비슷하게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 도카이카본(Tokai Carbon)은 2020년 10월 초 서플라이 체인을 정상화하기 위해 2021년 상반기 전극 거래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으나 유럽시장 상황이 인상작업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판단된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 전환 가능성…
흑연전극은 최근 수요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극 및 침상코크스 생산기업들도 늦어도 2021년 중반에는 흑연전극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극 생산기업에게 신규 수주가 들어오고 있으며 수요 지표인 조강 생산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철강연맹에 따르면, 2020년 9월 세계 64개국‧지역의 조강 생산량은 1억5636만톤으로 전년동기대비 2.9% 증가했으며, 중국은 9256톤으로 10.9%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강재 수요가 17억9500만톤으로 4.1% 증가하는 가운데 유럽이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는 등 세계 각지에서 안정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전극 생산기업들은 유럽 현물가격이 약세를 지속함에 따라 시황 회복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19년 상반기 이후 절반으로 하락한 계약가격을 더욱 하회하는 수준에서 흑연전극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메이저가 유럽공장을 폐쇄하고 재고를 방출하면서 저가에 거래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인디아산 유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디아는 중국산 저가제품의 점유율이 상승함에 따라 과잉물량을 유럽에 공급하고 있다.
침상코크스 생산기업들은 중국의 흑연전극 수출량이 연평균 5만톤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약 10만톤으로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침상코크스, 흑연전극 시장 흐름 주시…
흑연전극의 원료로 사용되는 침상코크스는 흑연전극과 연동해 2018년 하반기부터 약세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톤당 2000-3000달러로 정점의 절반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석유계 중질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침상코크스 생산기업들은 대부분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게 유지하고 있으며, 콜타르(Coal Tar)계 중질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곳은 발생원인 고로 가동을 중단할 수 없어 대체제품으로 전환하면서 가동률을 조절하고 있다.
침상코크스 생산기업들은 전극 생산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원료 재고를 소진하면 신규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2021년 하반기부터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속적인 하락을 우려해 재고를 저가에 방출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전극 생산기업과 마찬가지로 수급 혼란에 따른 상승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 수요 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