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1.06.14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소기업들이 생사를 헤매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중소기업의 2-3배가 넘는 연봉을 지급하겠다고 나서 충격을 주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최근 기술‧사무직 임금을 평균 8%, 생산직은 9% 인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을 4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 초반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으로, 성과급에 특별격려금을 추가하면 대졸 초임 연봉이 8000만-900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기본급의 1000%로 상한을 정한 초과이익분배금(PS)에 대해서도 지급 한도를 초과하는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다음해 1월 논의하기로 했다고 하니 반도체 경기에 따라서는 대졸 초임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기는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한국 최고라는 삼성전자가 2021년 기본급을 4.5%를 올리고 성과인상률 3.0%를 더해 평균 임금인상률 7.5%를 확정함으로써 대졸 초임 연봉을 2020년 4450만원에서 2021년 4800만원으로 인상한 것과도 대비된다.
SK하이닉스의 경영실적이 삼성전자를 크게 추월했다고 해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마당에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비교되지 않는 가운데 너무 무리한 것이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과연 지속가능한 연봉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반도체산업이 호황을 계속하고 있고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특히 젊은 인재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찌할 수 없었을 것으로 이해하지만 상당히 과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계에서 연봉이 높기로 유명한 화학기업들도 대졸 초임 연봉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유나 석유화학기업들도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오르내리고 있을 뿐 요즘 뜨고 있는 헬스케어는 물론이고 정밀화학이나 플래스틱은 평균 연봉이 5000만원에도 미달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20-30년 경력자의 연봉도 1억원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를 나왔으면 얼마나 똑똑하고 영특하며 컴퓨터공학과, 반도체학과를 졸업했으면 전자‧반도체에 대한 산업적 지식이나 기술이 얼마나 훌륭한지 가능하기 어렵지 않은 마당에 연봉을 많이 준다고 회사가 잘 나간다고 보장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사회적 갈등은 무슨 수로 해결해나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이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심정이라면 균형 잡힌 산업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연봉이 대기업에 다니는 자식보다 작다면 사회적 균형은 이미 무너졌다고 단언할 수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하고 반도체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것은 경영자적 관점이나 경기 흐름 관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직원들의 지나친 요구를 설득하지 못하고 사회적 위화감 조성에 앞장선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직접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들의 한계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특정 회사가 직원의 연봉을 얼마만큼 인상해줄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많고 적음에 대해 외부에서 간섭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는 있다고 본다.
삼성그룹이 20-30년 전 차별화하겠다는 욕심 아래 연봉을 지나치게 인상하면서 고졸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하고 대졸 신입사원들이 고졸의 역할을 대신케 함으로써 얼마만큼 사회적 낭비를 초래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점이다.
SK그룹이 한국 최고를 지향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으나 방법이 비정상적이라면 결코 환영할 수 없다.
<화학저널 2021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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