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난퉁(Nantong) 지방정부가 화학기업들에게 무리한 이전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장쑤성(Jiangsu)의 난퉁 지방정부는 최근 화학산업이 집적된 난퉁경제기술개발단지 입주 화학기업 일부에게 이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까지 장강 북부와 맞닿은 북구의 입주기업들을 남구 등 시내 다른 장소로 이전시킬 계획이며, 이전해야 할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남구 입주기업 가운데 납세액이 낮은 화학기업을 난퉁 이외 지역으로 내쫓고 있어 많은 화학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표면적으로는 장강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세수 확대를 위해 도시를 재구축하고 산업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납세액 낮으면 2023년까지 시외로 퇴출
난퉁 지방정부는 2021년 3월11일 난퉁경제기술개발단지 입주 화학기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북구에 소재하고 있는 곳들은 모두 남구로 이전하고 남구 소재 화학기업들은 시외로 이전해야 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강 유역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3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강보호법에 따른 조치이다.
북구는 장강으로부터 1km 이내에 위치하고 있고 주민 거주지도 가까워 생태보호구로 분류될 수밖에 없고 2026년 완공 예정인 난퉁시와 장강 강변을 연결하는 제2 수퉁(Sutong) 대교와 가까운 것도 이전 사유로 파악되고 있다.
북구에는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폴리플라스틱스(Polyplastics), DIC, SDP Global, 산요케미칼(Sanyo Chemical) 등 일본 화학기업들이 다수 화학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3월11일 이후로도 북구 입주기업 관계자를 개별적으로 불러 2023년 말까지 이전해야 한다고 통보해 이전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난퉁시는 세수를 줄이지 않기 위해 비교적 대기업이 집적된 북구 입주기업들은 남구 지역으로 이전시키기로 했으나 상대적으로 납세액이 적은 남구 입주기업들은 일정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시외로 내보낼 방침이다.
환경‧안전기준에 미달한 20사 정도를 퇴출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에게는 시외 이전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에는 랑세스(Lanxess), 도레이(Toray), 테이진(Teijin), 스미토모베이클라이트(Sumitomo Bakelite), 아라카와케미칼(Arakawa Chemical), 신에츠실리콘(Shin-Etsu Silicone), Gifu Shellac Manufacturing, Shin-Nakamura Chemical, CCI 등이 입주해 있다.
앞으로 난퉁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싶은 화학기업들은 자진해서 납세액을 늘리거나 환경‧안전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설비투자를 실시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학기업 강제 이전 중장기화 우려…
난퉁경제기술개발단지 북구는 장강으로부터 1km 이내에 위치해 예전부터 신증설이 금지됐고 화학산업 발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화학기업들은 난퉁시의 이전 명령이 지나치게 성급하고 세수액을 기준으로 이전 대상을 구분하는 정책 역시 서플라이 체인 유지 및 화학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부터 난퉁 화학산업 발전에 기여해온 해외기업들은 난퉁 지방정부의 일방적 통보에 아쉬움을 표하며 신뢰 관계를 형성하면서 오랜 논의를 거쳐 결정했어도 될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전한다 해도 장강 인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또다시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어 조기에 난퉁에서 빠져나가는 편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장강보호법은 장쑤성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이 대상이어서 다른 도시들도 난퉁과 비슷한 규제에 나선다면 화학기업들은 어느 지역에서든 비슷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제2쑤퉁대교가 정확히 어떻게 연결될지 확실치 않다는 점도 불안정한 요소가 되고 있다.
만약, 제2쑤퉁대교가 창저우(Changzhou)와 연결된다면 배터리 분리막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등 국내기업들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구조 개혁 위해 화학산업 방출
난퉁시는 예전부터 방적산업이 집적돼 중국 근대산업의 발상지로 이름을 알렸으며 기계, 금속 가공, 화학산업 등을 적극 유치하며 산업구조 다양화를 추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수퉁장강대교를 개통하며 상하이(Shanghai)까지 자동차로 1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상하이의 북쪽 현관이라는 별칭을 얻
기도 했다.
1984년 설립된 난퉁경제기술개발구는 중국 최초의 국가급 개발단지 가운데 하나로 난퉁시의 성장을 견인해왔으며 해외기업이 다수 입주해 있다.
다만, 쑤저우(Suzhou)와 우시(Wuxi), 난징(Nanjing) 등 장쑤성 내 다른 도시들이 하이테크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것과 비교하면 난퉁시는 전통산업 위주로 단지가 형성돼 최근 장쑤성 등이 강화하고 있는 환경규제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장쑤성은 장강의 생태계 보호를 위해 유역 인근에 화학은 물론 제조업 공장을 일체 건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으며 기존 공장의 증설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장강 인근에 위치한 난퉁경제기술개발구가 화학단지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퉁시는 국내총생산(GDP)을 2배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 제조업과 빅데이터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쑤퉁제2대교는 물론 상하이권 제3공항, 신규 항만시설 건설, 고속철도역 유치에 나서며 도시화와 산업의 하이테크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수가 큰 곳만을 남겨두어 화학산업을 일정 수준으로 집적시키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바 있어 화학기업 이전 프로젝트도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일환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이전부터 도시 재구축을 위해서는 입주기업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납세액을 조사했으며 행정심사 부서를 따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방문한 이후 관련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새로운 다리가 놓일 북구에 화학기업들이 밀집돼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생태보호구로 지정할 것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존속기업에게도 무리한 요구를…
난퉁시는 이전하지 않고 계속 남아있을 화학기업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2023년까지 1묘(약 667평방미터)당 납세액을 30만위안(약 5100만원) 정도로 올림은 물론 사업장 건물 내 입실 가능 인원을 제한하거나 위험화학제품 안전책임자를 지정해 매주 1번씩 의무적으로 야간근무를 시키도록 하는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레이, 테이진 등은 이전을 거부하고 납세액을 높일 방침이며 난퉁시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북구 입주기업이 시내로 이전해도 합성설비 등을 이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수요기업에 대한 공급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설비를 이전하지 않고 새로운 부지에 신규 건설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나 비용과 배상금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난퉁시가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서면서 주변 다른 화학단지들이 화학기업 유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