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PFAS(Polyfluoroalkyl Substance) 일괄 규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PFAS는 내약품성, 전기절연성을 갖추어 반도체, 전기자동차(EV), 신재생에너지를 포함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되며 종류가 1만종 이상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모든 PFAS를 동일하게 취급하며 생산‧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규제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6-2028년경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 관계자들은 규제 내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그린딜 계기로 화학물질 규제 강화
PFAS는 내약품성, 전기절연성, 난연성, 유전 특성, 발수성‧발유성, 윤활성 등을 갖추어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용도는 반도체로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형성할 때 사용하는 에칭 소재나 미세회로 패턴을 웨이퍼에 전사하는 노광공정용 방진 부품, 반도체 패키지 기판 층간 절연 소재, 반도체 제조장치 부품 및 배관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LiB(리튬이온전지) 양극용 바인더(접착제)와 개스킷용 수지, 의약품 원료나 혈액백‧커테터 등 의료용 부품, 공조용 냉매에도 투입될 만큼 PFAS는 거의 모든 산업에 투입되고 있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5개국은 2023년 1월 유럽 화학물질청(ECHA)에 PFAS 일괄 규제안을 공동으로 제출했다.
적어도 1개의 완전히 불소화된 메틸 혹은 메틸렌 탄소 원자를 포함한 불소 화합물로 정의했으며 과불화메틸기(CF3), 과불화메틸렌기(CF2) 보유 화학물질은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PFAS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 에너지, 반도체, 전기‧전자‧통신, 인프라 포함 광범위한 분야에서 서플라이체인 상 혼란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규제안에서 일부 대체물질을 제시했으나 동등한 성능을 보장할 수 없고 안전성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일부 품목별로 유예기간을 두었으나 새롭게 대체물질 개발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제조 프로세스와 의료기기용 튜브‧커테터는 12년, 연료전지 PEM(양성자 교환막)은 5년을 유예기간으로 두고 있다.
유럽은 과거에도 PFOS(Perfluorooctanesulfonic Acid), PFOA(Perfluorooctanoic Acid) 등 일부 불소 화합물 규제를 추진한 바 있다.
다만, PFOS‧PFOA는 과학적으로 인체 건강이나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증명된 반면 5개국 공동 규제안은 충분한 과학적‧합리적 근거 없이 1만종 이상의 PFAS를 일괄 규제하는 내용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5개국은 EU가 새로운 성장전략 그린딜을 추진하며 화학제품 관리체제 쇄신을 강조함에 따라 PFAS 일괄 규제를 통해 글로벌 화학산업을 주도하고 유럽 화학산업을 재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도입 확대를 목표로 하는 그린딜 전략과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 ECHA에 우려‧지적 338건 제출
ECHA는 5개국 규제안 공동 제출을 계기로 2023년 6월부터 리스크 평가 위원화, 사회경제성 평가 위원회 논의를 시작했으며 9월까지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이후 유럽위원회가 협의를 거쳐 2024년 말 법안을 제출하면 유럽의회가 2025년 법안 채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학기업 및 산업단체, 학술기관들은 ECHA가 규제안 최종판을 공개한 3월부터 의견 제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이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까지 제출된 의견 건수는 일본이 33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독일 193건, 벨기에 33건, 네덜란드 23건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일부 조사에서 추가로 400건 이상을 제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불소화합물협의회(FCJ)는 의견서 제출 때 PFAS 일괄 규제가 리스크 관리를 통한 예방 방식으로 화학물질을 관리하자는 REACH 68조에 위반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화학공업협회는 일괄 규제가 시행되면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로 화학물질을 일괄 규제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분석방법 기준을 정하지 않는 이상 규제 기준을 준수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제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규제안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도체 제조 프로세스 범위가 불명확하고 적절한 대체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추후 개발돼도 반도체 관련기업 평가‧인증을 마치려면 이행기간 18개월, 유예기간 12년도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제조산업국 소재과 과장 명의로 의견을 제출했으며 일괄 규제가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무역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정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상 기술장벽(TBT) 협정 2조 2항을 위반했다고 언급했다.
PFAS의 성질을 해명하는 SDA(계층 쌍극자 얼레이) 이론을 확립한 바 있는 교토(Kyoto)대학 하세가와 다케시 교수는 PFAS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100% 인공물질로 그동안 산업계 발전에 기여했듯 앞으로는 자연환경 보호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아 주목된다.
PFAS 생산 및 사용을 규제하기 앞서 경제성, 안전성을 평가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으로, 다른 의견들과 마찬가지로 5개국 규제안이 과학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출된 의견 대부분은 개별 리스크를 확인하지 않고 난분해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PFAS를 일괄 규제하는 것은 잘못된 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FCJ, PFAS 일괄 취급 막기 위해…
FCJ는 홍보위원회를 출범시키고 PFAS 문제가 과학적 검증을 기반으로 보도‧논의될 수 있도록 관련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PFAS 관련 보도 중 이미 규제 대상으로 분류된 PFOS, PFOA, PFHxS(Perfluorohexanesulfonic Acid)와 다른 PFAS를 혼동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FCJ는 모든 PFAS가 유해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이 2023년 7월 개최한 PFAS 종합전략 검토를 위한 전문가 회의에서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관련 스톡홀름 조약(POPs 조약)에서 사용이 금지된 물질을 물질군 1로 규정하고 우선 대응해야 한다는데 동의했으며 용어 혼동을 막기 위해 PFAS 중 규제를 받고 있는 PFOS, PFOA, PFHxS를 특정 PFAS라고 부르자고 제안하고 있다.
또 언론 보도에서 PFAS가 후라이팬 표면 가공, 식품포장 등 사람의 손이 닿기 쉬운 영역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으나 반도체, 자동차, 전기‧전자‧통신, 의료, 에너지 등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이 사용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제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DX(Digital Transformation) 및 GX(Green Transformation)에 필수적인 소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른 산업계도 PFAS 규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