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프타, 나프타, 나프타
나프타를 둘러싼 소음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2주간 휴전에 들어갔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원유 및 나프타 공급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중동·중앙아시아 특사로 나가 원유는 3억배럴 가까이 확보했다고 발표했으나 나프타는 기껏 210만톤 추가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미국·이란 전쟁 이전에도 가동률이 60-70% 수준에 그쳤고 나프타 비축물량이 많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내 정유기업들이 정상 수준에 가깝게 가동하고 있다면 나프타 수급이 그리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정부가 나프타 공급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정유기업들의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정유기업들이 나프타를 수출하지 않고 전량 국내시장에 공급한다면 나프타 공급이 남아돌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 수요의 50%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50%를 수입하고 있고, 국내 정유기업들도 나프타 생산량의 50%를 수출하고 50%는 국내에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프타 수요의 83%를 수입하고 17%만 국내에서 공급받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 아마도 나프타 공급부족을 부추겨 나프타 위기를 조장함으로써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으려는 전략이 숨어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더군다나 국내 스팀 크래커의 가동률이 70%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프타 공급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나프타 수입이 전면 차단됐다고 하더라도 국내 정유기업들이 생산한 나프타 전량을 공급하면 전혀 부족할 리 없고, 가동률 60%대를 고려하면 나프타가 남아돌아야 정상이다.
그렇다면, 석유화학제품 공급 차질은 어디서 발생하는 것인가?
국내 스팀 크래커 가동률이 60-70%에 불과해도 생산량 전부를 국내시장에 공급하면 에틸렌, 프로필렌은 남아돌고 PE, PP, PVC, PS, ABS 등 합성수지는 수출하지 못해 야적장에 쌓아놓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석유화학제품 중 에틸렌, 프로필렌은 수출 의존도가 낮은 편이나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는 수출비중이 높아 수출 전면금지의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PE가 부족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생산할 수 없고 PP를 구할 수 없어 자동차부품을 생산할 수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식품 가공기업들은 포장용 봉투나 용기 구매에 혈안이고, 나아가 소비재 유통에 필수적인 비닐봉투, 포장용기까지 온 나라가 플래스틱제품 부족에 떨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에서 90-110달러 수준으로 폭등했고 나프타 역시 톤당 600달러에서 1000달러 이상으로 올랐으니 중간 유통상들이 폭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성수지 사재기에 나섰을 수도 있으나 이재명 정부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마당에 노골적인 사재기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결국, 원인은 정부의 무리한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으로 모아진다.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가 재벌들을 잡겠다며 시범적으로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석유화학기업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심각했고 구조조정 방안 자체도 여러 가지 허점으로 합리성을 상실함으로써 석유화학제품 생산 차질만 부각되기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이란 전쟁 초기에 왜 나프타 공급부족을 거론했는지, 석유화학제품 공급 차질로 전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엉터리 구조조정 대책을 철회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 화학경제연구원, 무단 전재·재배포 및 AI 학습 목적의 무단 수집·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