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연구개발(R&D)을 고도화하고 있다.
계산기,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등 연역적인 방법과 AI(인공지능), MI(Materials Informatics) 등 데이터과학을 활용하는 귀납적 방법을 조합함으로써 장기간 소요되던 실험을 몇주 만에 완료하거나 예상치 못한 신규 화합물 및 조성을 고안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미국 화학 메이저들이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일본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등 체제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MCH, 디지털 자원 강화에 슈퍼컴퓨터 도입
미츠비시케미칼(MCH: Mitsubishi Chemical)은 일본 화학기업 가운데 가장 빨리 디지털 변혁(DX: Digital Transformation) 대책에 착수해 디지털 기술 이용이 가능한 인재, 장치 등 자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소재를 설계하는 Materials Design Laboratory는 데이터 해석, 데이터 축적, 데이터 생성을 DX의 3대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최근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실험의 High-throughput 흐름, 자동화에 따라 실험데이터 뿐만 아니라 계산데이터도 필수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일본 요코하마(Yokohama) 소재 Science & Innovation Center(SIC)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시스템을 구축한 후 2021년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츠비시케미칼은 MI를 이용한 R&D로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LiB(리튬이온전지) 소재, 촉매 등에 MI를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폴리올레핀(Polyolefin) 분야에서 관능기를 탐색해 기능 부여를 디자인할 수 있는 신규 중합촉매를 개발했고 파일럿 설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SCC, 데이터 기반 통합으로 효율화
스미토모케미칼(SCC: Sumitomo Chemical)은 디지털 혁신을 전사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R&D 부문에서는 2021년까지 데이터 과학자를 20명, 데이터 엔지니어를 150명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미 절반 이상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토모케미칼은 “누구나 MI를” 표어 아래 연구원 모두가 MI를 활용할 수 있는 체제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화학소재는 의약, 농약과 달리 변수가 방대해 MI에서 데이터베이스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종합화학기업인 스미토모케미칼은 다양한 연구소를 가동하고 있어 데이터 기반을 통합해 포맷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2020년 말까지 포맷을 통일하고 MI를 개별 연구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소재 개발 등에 MI를 응용하고 있는 가운데 LCP(Liquid Crystal Polymer)의 새로운 조성 발견에 성공했다.
모노머가 다양해 조합이 무려 약 100만개에 달하나 과거 실험 데이터베이스와 MI를 조합해 단 5회만에 연구자가 생각하지도 못한 조성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5G(5세대 이동통신)에 대응한 LCP로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양극재 등 무기화합물에도 MI를 응용할 방침이다.
아사히카세이, AI 활용 스마트실험실 검토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도 M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소재, 주택, 헬스케어 사업영역에서 의약품 사업의 신약 개발을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의 소재 개발에 MI를 도입하고 있다.
MI는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있는 인포매틱스추진센터에 소속된 데이터과학자 등이 현장에 나가 소재에 정통한 연구자 및 기술자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고기능성 수지 컴파운드, 반도체 제조 프로세스 최적화, 기능 설계, 주택 수명 연장으로 이어지는 소재, 바이오 의약품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바이러스 제거 필터 개발 등에 MI를 활용하고 있으며 소재 개발 가속화, 새로운 지식 발견, 암묵적인 지식 데이터화에 따른 기술전승 촉진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MI와 로봇을 활용해 신소재 탐색 및 실험을 무인으로 실시하는 스마트실험실을 검토하고 있다.
기계학습의 일종인 능동학습과 베이즈 최적화 등을 적용해 AI가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자동으로 실험을 반복함으로써 신소재 개발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험규모 차이를 보정하는 알고리즘도 실용화하고 있으며 특정소재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2025년까지 성과를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MI 보급 및 고도이용을 추진하면서 인재 육성을 가장 중시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데이터과학 관련인재를 630명으로 늘리고 기계학습에 대한 기본지식을 이해해 전문가 상담 및 초보적인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인재를 500명 육성할 방침이다.
쇼와덴코·일본촉매, 소재 개발기간 대폭 단축
쇼와덴코(Showa Denko)는 전문부서에서 AI 시스템을 개발해 2021년 모든 사업분야의 소재 개발에 MI를 도입할 계획이다.
자동차 구조부품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은 연구자가 실험을 반복해 신소재를 찾아내는 기존방법에 비해 개발기간을 절반에서 30%대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또 AI를 활용해 모바일기기용 플렉서블 투명필름을 개발할 때 요구 특성을 충족하는 필름 개발에 필요한 실험횟수를 25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음을 실증했다.
일본촉매(Nippon Shokubai)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종이기저귀 흡수소재로 투입되는 SAP(Super-Absorbent Polymer) 흡수량 및 흡수속도 등을 기존제품에 비해 10% 이상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일본촉매는 2018년 무렵부터 SAP R&D에 데이터과학을 본격 도입했다.
장기간 축적한 종이기저귀와 SAP 성능의 상관성, 합성할 때 나타나는 거동해석, SAP 표면제어 기술을 디지털 정보로 변환함과 동시에 심층학습, MI 등을 활용함으로써 성능 향상에 성공했으며 개발기간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종이기저귀에 채용돼 히메지(Himeji) 공장에서 양산하고 있으며 2025년 개발제품이 SAP 전체 생산량의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테이진, DX 핵심기업으로 선정
테이진(Teijin)은 디지털 및 IT 기술 활용을 중점시책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DX 핵심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일본 화학기업 가운데 DX 선행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테이진은 제조현장에 AI를 도입해 결점 검사를 자동화했으며 공정수 감축, 검사기준 표준화 등을 실현했다.
앞으로는 신소재 R&D 부문에도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할 방침을 세우고 최근 히타치(Hitachi)와 DX 추진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MI를 통한 R&D 고속화 및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사내외 기술정보 및 특허정보를 단어추출 AI로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자동으로 축적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개별부서의 기술과 정보를 가시화함으로써 새로운 발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업무 개혁을 위해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2019년에는 65개 업무를 자동화해 약 1만5000시간을 창출했으며 2022년 말까지는 300개 업무를 자동화해 10만시간을 창출할 계획이다.
제공 서비스에도 디지털 기술 활용을 가속화하고 있다.
Teijin Pharma는 의료‧간호 다직종 연계정보 공유 시스템 Vital Link 기능을 확충하고 화상회의 시스템인 Zoom과 제휴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소, MI센터 개설 프로젝트 추진
도소(Tosoh)는 MI 활용을 본격화하기 위해 2022년까지 MI센터를 개설할 방침이다.
MI 관련 노하우를 축적하는 핵심인원 약 10명에 관련 데이터를 이해하고 실험을 진행하면서 개별 연구소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원을 20-30명 편성할 계획이다.
MI 관련 프로젝트는 첨단소재연구소에 조직한 MI팀이 주도하고 있으며 2020년 인원을 보강했다.
도소는 데이터과학자 육성을 목표로 개별 연구소에서 인원을 선발할 방침이며, 아울러 계산기 능력을 10배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2021년 이후 컴퓨터를 순차적으로 늘려 사내 어디에서나 접속해 계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도소는 조직, 인프라를 확충하고 MI 활용을 계속함으로써 소재설계 개발에 대한 노하우 축적 및 개발 효율화를 촉진함과 동시에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해 독자적인 MI 기술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에너지, 전자소재 분야에서는 이미 MI 활용을 시작했으며 우레탄(Urethane) 원료 그레이드 개발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