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한파의 영향으로 화학제품 서플라이체인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이나 에어백용으로 사용하는 PA(Polyamide) 66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수요가 급속히 회복됐으나 중간원료인 ADN(Adiponitrile) 플랜트가 미국 걸프 연안에 집중돼 있어 공급부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대체소재 공급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일시적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PA66, 아시아 거래가격 5000달러 돌파 “사상 최고”
텍사스 한파가 강타한 미국 남부 지역은 한국 등 동북아 지역처럼 겨울철에도 크게 춥지 않기 때문에 한파에 대비한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2월 한파가 기습적으로 닥쳐왔기 때문에 예보가 나왔을 때는 이미 배관의 액체를 완전히 빼놓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파이프가 동파로 끊어지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정전 사태도 플랜트 가동중단 요인으로 작용했다.
PA66는 극심한 공급부족이 계속되고 있다.
중간원료인 ADN은 프로세스의 난도가 높아 세계적으로 4사만이 생산하고 있으며 인비스타(Invista)와 어센드(Ascend Performance Materials) 2사의 미국 걸프 플랜트 3곳이 글로벌 생산능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3개 플랜트 모두 한파 당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미국산 중간원료에 거의 100%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PA66 생산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PA66는 2018년에도 미국이 ADN을 과점하고 있는 구조적 특성상 서플라이체인이 한번 타격을 받으면 여파가 상당하다는 교훈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2020년에도 허리케인으로 미국 플랜트들이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한파로 물류까지 마비되며 ADN 공급이 줄어들었고 PA66 생산기업들은 중간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PA66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심각한 수급타이트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의 교훈을 살려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아시아 PA66 가격은 한때 역대 최고치인 톤당 4800달러에 달했다.
PA66 생산기업들은 2018년 서플라이체인 혼란 사태에 비교하면 2021년 2월 한파의 파급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아시아 PA66 가격은 2021년 초 사상 처음으로 5000달러를 돌파했고 서플라이체인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ADN 부족 심화에도 PA66 주문 쇄도…
ADN은 한파 이전에도 인비스타가 바스프(BASF)와의 합작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미국 플랜트들이 설비 개‧보수를 진행한 영향으로 공급이 급감한 상태로 파악된다.
PA66는 ADN 공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가동을 중단했던 자동차 등 전방산업 생산이 회복되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극심한 수급타이트가 불가피했다.
PA66는 내열성, 내마모성이 우수해 자동차 엔진 주변부품과 에어백 등 자동차의 많은 부분에 투입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가동을 중단했던 자동차기업들이 재가동에 돌입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부품 생산기업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실제 수요보다 더 많이 주문함으로써 수요가 급증했다.
PA66 생산기업 가운데 하나인 듀폰(DuPont)도 한파 피해로 플랜트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경쟁기업으로 주문이 쏠렸으나 경쟁기업들도 ADN 등 원료 조달이 어려워지며 실제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주문을 소화하지 못했고 신규수요에는 아예 대응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예상보다 저조하나 자동차부품 생산기업들의 PA66 구매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파로부터 2-3개월 지나 유틸리티 및 기초원료 플랜트 복구가 상당수준 진척됐다고 판단해 구매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출발해 아시아에 도착하기까지의 리드타임이 1개월 반 정도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컨테이너 부족 상황과 국제 물류 정체로 1개월 정도의 기회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수요기업들은 PA66 재고가 고갈된 상태여서 수급타이트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어센드는 미국 휴스턴(Houston) 소재 ADN 플랜트를 4월 중순부터 풀가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5월에도 아시아 공급을 정상화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ADN, 2022년 이전까지 공급부족 장기화
PA66 생산기업들은 과거의 교훈을 살려 수급타이트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중간원료 일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어 PA66 플랜트 풀가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 3월 중간원료 탱크를 1기 증설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2021년 7-8월 중간원료 탱크 1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원료부터 생산제품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충분한 재고 확보능력을 갖춤으로써 수요기업에 대한 안정공급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생산능력 2위인 도레이(Toray)는 PA66 섬유에 대해서는 불가항력을 선언했으나 PA66 수지는 공급을 계속하고 있다.
PA66는 ADN 공급이 어느 정도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으나 당분간 수급타이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비스타가 2022년 이후 중국 상하이(Shanghai)에 ADN 40만톤 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이어서 완공 이전에는 중간원료 부족 사태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대체소재 도입 쉽지 않다!
PA66 수급타이트가 심화되면서 자동차부품 등 전방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간원료 ADN 조달난이 심각한 것과 별개로 듀폰, 바스프 등 PA66 플랜트도 한파 피해를 입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2021년 봄과 비슷하게 PA66 서플라이체인이 혼란을 겪었던 2018년에도 PA66 대체소재 도입에 관심이 높았으나 실제 채용은 일부에 그쳐 결국 똑같은 사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대체소재 채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PA66 수급이 완화됐고 한때 4800달러로 폭등했던 아시아 가격은 미국-중국 무역마찰에 따른 자동차 감산 영향까지 겹치면서 2000달러대로 폭락했다.
자동차 엔진 등은 오랜 기간 PA66를 사용해온 만큼 수급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대체소재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PA66를 계속 채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에 이어 2021년에도 세계적인 조달난을 겪으며 일부 수요기업들이 대체소재 도입에 다시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나 장기간에 걸쳐 사용된 PA66의 영향력이 강력해 대체소재는 채용이 결정돼도 필요량의 70% 정도만 투입되는 등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DSM, PA46과 PA410 제안 본격화
ADN은 PA66와 PA610, PA6T 등 광범위한 PA의 출발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한파에 따른 타격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네덜란드 DSM 그룹의 DSM엔지니어링머터리얼즈(DSM Engineering Materials)는 대체소재를 제안하며 틈새수요 확보에 나서고 있다.
DSM의 PA46 브랜드 Stanyl과 PA410 브랜드 EcoPaXX는 안정적으로 조달이 가능한 1,4-부탄디올아민(Butanediolamine)을 원료로 채용해 ADN이나 ADN으로 제조하는 헥산메틸렌아민(Hexanemethylamine) 없이도 생산이 가능하다.
Stanyl은 융점이 섭씨 290도로 PA66보다 30도 높고 인성, 내구성, 성형가공성 등이 우수하며, EcoPaXX도 내열성이 PA66와 비슷하고 내약품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DSM은 PA66에 가까운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한 PA46과 PA6의 혼합제품인 Akulon도 공급하고 있다. 
DSM은 PA46과 PA410을 판매한 지 30년 이상이 지났으며 고온 환경에 놓이기 쉬운 엔진 주변부품이나 습동부품 분야에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금속부품을 수지부품으로 전환하는 니즈가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일단락으로 자동차 생산이 회복되며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파 이후에는 수급타이트가 더욱 심화됨에 따라 기존 수요기업을 중심으로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을 중시하는 자동차부품은 개발단계부터 시험제품의 내구성 평가와 양산 테스트 등 많은 평가 및 확인 작업을 거쳐 채용을 결정하고 있으며 중요한 보안부품은 채용까지 3-4년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PA6, PA66 대체소재로 채용 확대
유니티카(Unitika)는 PA66에 가까운 성능을 갖춘 PA6인 Nanocon M2090, PA6T 대체소재로 PA10계 Xecot AG 310A-64 등을 제안하고 있다.
Nanocon M2090은 나노 컴포짓으로 알려진 독자적인 기술로 극미량의 필러(충진재)를 나노 사이즈로 분산시켜 PA6의 내열성과 강도를 높인 소재이며, Xecot AG 310A-64는 식물 베이스 원료를 사용한 PA 중에서도 높은 315도의 융점을 갖춘 PA10 Xecot과 다른 PA를 조합해 PA6T 수준의 성능과 가격대를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Nanocon M2090은 엔진 커버, Xecot AG 310A-64는 임펠러, 베어링 리데나 등 자동차부품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부품 생산기업 중에서도 평가기간을 단축해서라도 대체소재를 채용하고자 하는 곳이 등장하고 있어 수요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Xecot은 세계적으로 유니티카만이 생산하고 있으며 일본 우지(Uji) 공장의 생산능력은 5000톤으로 대체소재로 채용될 때는 안정공급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제안 및 기술 지원을 진행하며 생산능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우베코산(Ube Kosan)은 수지 성형부품 소재로 사용하는 컴파운드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 자회사 Premium Composite Technology North America(PCTNA)의 인디아나 공장에서 PA6를 원료로 생산하는 UBE NYLON을 공급하고 있다.
엔진커버에 사용하는 강화계(유리섬유 배합제품)는 2020년 말부터 출하를 시작했으며 미국 PA66 부족 사태와 겹쳐 신규 수요처를 여럿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독일 랑세스(Lanxess)도 독일 자동차기업의 트랜스미션 오일 팬에 PA66 대체소재로 PA6를 공급하고 있다.
PA66 생산기업들은 ADN 조달난, PA66 수급타이트,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수요기업들의 니즈가 변화할 것에 대비해 소재 조달의 근본부터 재정비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