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은 플래스틱 포장용기 리사이클을 적극화하고 있으나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리사이클률을 44%에서 2030년 55%로 확대할 계획이나 현재 리사이클률이 3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44%는 유럽 이외 지역에서 리사이클한 물량을 포함한 수치이나, 2021년 1월부터 모든 폐플래스틱을 수출입 통제 대상 폐기물로 추가하는 바젤협약 개정안이 발효됨에 따라 앞으로는 역외물량을 포함할 수 없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산업계는 리사이클률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리작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CR(Chemical Recycle)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폐플래스틱 수입금지에 바젤협약 개정안까지…
유럽위원회는 순환경제 실현을 위해 2018년 플래스틱 전략을 발표했으며 포장 폐기물 지령까지 개정해 플래스틱으로 제조한 용기포장의 리사이클률을 2025년 50%, 2030년에는 55%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용기포장은 유럽에서 배출된 플래스틱 폐기물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플래스틱 폐기물 가운데 리사이클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독립감시기관인 유럽회계감사원(ECA)은 플래스틱 전략을 발표한 다음부터 현재까지 플래스틱 리사이클과 관련된 방안을 검증해왔고 2020년 10월에는 보고서를 통해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거대한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공개했다.
현재 플래스틱 용기포장 리사이클률이 42%로 알려져 있으나 ECA는 정확하지 않은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
가입국마다 리사이클 물량 통계에 반영된 시기가 다르고, 시장에 나온 플래스틱 용기포장도 정확한 양을 집계하지 못했으며, 소규모 사업자는 아예 집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럽위원회가 2018년 설정한 보고서의 규칙을 엄격히 반영해 다시 계산하면 리사이클률이 30% 전후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월 발효된 바젤협약 개정안도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EU가 리사이클 목적으로 수출한 플래스틱 폐기물이 전체 리사이클 물량의 30%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중국이 폐플래스틱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했으나 터키, 말레이지아 수출로 선회해 2018년에도 역외 리사이클 플래스틱이 전체의 2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월 바젤협약 개정안이 발효됨으로써 단일재질이면서 오염되지 않은 플래스틱 폐기물 외에는 통제 대상 폐기물로 취급돼 수입국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만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하고, 폐기물을 수입‧처리한 자는 폐기물의 수령이나 처리 결과를 수출자와 수출국에 통보해야 한다.
사전에 신청해도 거절할 가능성이 있어 폐플래스틱을 매입한 후 수출해왔던 관련업자들은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CA는 2021년 1월 이후 플래스틱 폐기물 대부분의 수출이 차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용기포장에 요구되는 필수요건 개정은 리사이클률 향상을 위한 정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활용(Recycle), 재사용(Reuse)이 쉽도록 경량화를 추진하고 전체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나 강제성이 없어 확대 제조자책임제도(EPR) 아래 경량화만이 아니라 리사이클성까지 개선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워터마크로 분리 효율화
최근에는 산업계 차원에서 플래스틱 폐기물 분리 효율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럽브랜드협회(AIM) 주도 아래 네슬레(Nestle), P&G, 암콜(Amcol), 다우케미칼(Dow Chemical) 등 플래스틱 용기포장 서플라이 체인을 구성하는 85사가 모여 디지털 워터마크 활용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워터마크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식별정보를 입력하는 기술이며, 전용 시스템으로 조회 가능하고 주로 이미지나 영상물의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플래스틱 용기포장을 플래스틱 원료로 되돌리는 MR(Material Recycle) 작업은 플래스틱을 종류별로 정확하게 선별해야만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 포장용기 표면에 디지털 워터마크로 어떠한 종류의 플래스틱을 사용했는지 표시하면 편리하게 분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IM이 진행하는 실증은 P&G를 포함한 플래스틱 용기포장 관련기업 30사가 엘렌맥아더재단과 공동으로 추진해온 성배(Holy Grail) 1.0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알려졌다.
성배 1.0 프로젝트 용기포장 자체에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화학물질을 미량 첨가하는 화학적 추적과 디지털 워터마크를 입력하는 방법을 비교해 검증한 바 있으나 용기포장 조성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입력해 소비자 참여 및 데이터마이닝 등 리사이클 외에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워터마크가 더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AIM은 성배 2.0 프로젝트를 통해 용기포장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입력하고 고해상도 카메라로 식별한 후 선별하는 일련의 공정을 규모화하는 실증을 3년 동안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참여기업이 디지털 워터마크를 입력한 용기포장을 시장에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공업규격 설비에서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헨켈(Henkel)은 2020년 10월 독일에서 출시한 Vernel 브랜드 유연제 2종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도입했으며, 100% 리사이클 가능한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로 제조한 용기에 다른 소재를 사용해 탈착이 가능한 외장을 만들었다.
현재는 선별라인이 소재를 올바르게 식별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가 선별하고 있으나 소비자의 수고를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워터마크에는 DejiMark 기술을 채용했다.
글로벌 용기포장 생산기업인 팩코(Packo)는 DejiMark의 디지털 워터마크를 시판 경질 플래스틱 포장 표면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용기포장에서 라벨이 벗겨져도 리사이클 공장 스캐너로 조성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스틱을 종류별로 분리해 재이용하는 방법은 기계적 리사이클(Mechanical Recycle)로 분류하며, 플래스틱 리사이클 방법 중에서도 가장 양호한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심각하게 오염된 플래스틱은 세정 등에 시간이 소요돼 코스트가 늘어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CR, 순환경제 가속화할 기술로 부상
최근에는 CR이 주목받고 있다.
CR은 원료 리사이클 방식으로, 플래스틱 폐기물을 모노머 등 화학적 구성요소까지 분해해 재이용하는 것이며 오염된 플래스틱이나 다층필름 등 종류별로 분리하는 것이 어려웠던 플래스틱도 리사이클할 수 있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가스화, 열분해, 가용매분해, 탈중합 등 프로세스가 포함돼 있다.
Wood Mackenzie에 따르면, CR 기술이 정착되고 전체 리사이클 대부분을 CR로 처리하면 글로벌 플래스틱 리사이클률이 현재의 22%에서 2040년에는 5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 화학기업 일부는 이미 식품포장, 냉장고 부품, 매트리스, 카펫, 자동차 대시보드 등의 CR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시적으로 수용처를 상실한 폐플래스틱이지만 순환경제 전환이 진행된다면 귀중한 자원으로 취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스프(BASF)는 ChemCycling 프로젝트를 통해 폐플래스틱과 폐타이어로 제조한 열분해유를 독일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 스팀 크래커의 원료로 일부 사용하고 있다.
2019년 폐플래스틱을 분해하는 노르웨이 Quantafuel에게 2000만유로(약 250억원)를 투자해 신규공장의 생산제품 1만6000톤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권리를 확보했고 2020년에는 헝가리 New Energy로부터 폐타이어 베이스 열분해유를 최대 4000톤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폐타이어 열분해 사업에 특화된 독일 Pyrum에게는 1600만유로(약 190억원)을 투자해 증설을 지원하고 있다.
DSM은 고기능 플래스틱 생산에 사용되는 화석원료 대부분을 재생 플래스틱이나 식물 베이스 탄화수소로 대체하기 위해 네스테(Neste)와 협업하고 있다. 네스테는 기계적 리사이클이 어려워 소각 혹은 매립했던 폐플래스틱을 CR 처리해 재생 가능 플래스틱 원료로 사용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유럽화학산업협회(CEFIC)는 기계적 리사이클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CR을 실용화하고 있으나, 원료로 사용할 플래스틱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각국 정부에게 공개 플래스틱 폐기물 시장을 형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폐플래스틱을 유럽 안에서만 수송하고 수입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소비자 브랜드들도 CR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유니레버(Unilever)는 플래스틱 리사이클 기술을 전문으로 제공하고 있는 Recycle Technology와 함께 영국에서 CR 실증을 시작했다.
2025년까지 용기포장에 대한 신규(Virgin) 수지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리사이클이 쉬운 소재를 투입하거나 재생 플래스틱 사용량을 늘릴 수 있도록 용기포장 디자인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