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들이 이사회 산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속속 설치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 169사의 2021년 이사회 구성과 활동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ESG위원회 또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한 곳이 52%에 달했으나 88사가 개최한 회의가 총 251회에 그쳤다고 한다. 평균 2.9회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상정 안건도 567건에 불과했고 지배구조 73건(12.9%), 환경 30건(5.3%), 사회 25건(4.4%)에 ESG 전략은 49건(8.6%)에 불과했다. 안건의 약 70%인 370건은 투자·합병 등 일반 이사회에서 다루어도 되는 경영활동의 일환이었다.
ESG위원회 설치도 일반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생활용품, 은행, 유통이 많았고 에너지, 화학, 철강, 건설 등은 소극적이다.
통신‧은행을 제외하면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롯데쇼핑, 신세계, GS리테일 등 화장품‧유통은 80% 이상이 ESG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나 조선‧기계(46.7%), 증권(41.2%), 운송(33.3%), 철강(25.0%), 건설‧건축자재(9.1%) 등은 매우 낮았고 화학은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화학기업들도 정유,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은 대부분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중견기업 이하는 막막 무소식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에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주목할 점은 2021년 ESG위원회를 가장 활발하게 운영한 곳이 SK로 총 12번에 걸쳐 41건을 가결 또는 보고했고 다음으로 미래에셋생명(11회), 현대모비스(10회), 현대자동차(8회), SKC(7회), 기아자동차(6회), 효성(6회), 포스코·SK텔레콤·삼성물산(5회) 등으로 SK 자회사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공교롭게도 윤석렬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산업·통상·에너지 정책을 다룰 경제2분과 인수위원 4명 중 3명이 SK그룹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사인 이창양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2012-2018년 SK하이닉스,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 ESG위원장을 맡았고, 유웅환 위원은 SK텔레콤 고문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로 2017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거 캠프에 합류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공약을 다듬은 이력이 있으며,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SK 경영경제연구소장, SK차이나 수석부총재, SK 중국경제연구소장을 거친 중국전략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형식적으로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SG 활동은 마케팅, 투자‧운영자금 조달 등 경영 전반에 영향을 주는 추세여서 외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나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나 환경친화적 사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녹색채권은 글로벌 발행금액이 2015년 500억달러에서 2021년 2500억달러로 폭증했으나 이용내역과 환경영향을 모두 공시한 사례는 57%에 불과했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ESG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화두로 떠올랐지만 친환경 이미지 세탁을 노리는 일부가 그린워싱(Green Washing)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학은 환경과 뗄 수 없는 산업으로 ESG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라는 점에서 ESG 경영을 강화해야 하고 그린워싱으로 평가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