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나들면서 셰일가스에 관한 관심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에너지 공급 차질이 현재화돼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130-140달러까지 치솟음으로써 미국이 셰일오일‧가스 투자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셰일 투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이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투자여건이 나빠지면서 2021년 국제유가가 60-70달러를 오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단시일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으며,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루블화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국제유가가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서유럽 국가들이 탈원전을 추진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했으나 푸틴의 무모한 도발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어 미국이 셰일오일‧가스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셰일 투자는 그리 간단하지 않아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미국 셰일가스 프로젝트의 유전·가스전을 담보로 2600억원을 대출한 후 2200억원 가량을 떼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출을 신청받은 시점에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해 추가 시추작업이 연기 또는 중단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서도 2600억원이라는 거액을 대출함으로써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수출입은행은 2015-2016년 셰일가스 프로젝트 참여기업 에이티넘에너지에게 2억1700만달러(약 2600억원)를 대출했으나 2020년 12월 원금 1억8000만달러(2200억원)를 최종 상각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 당시 담당자들은 유전·가스전 매장량에 기초한 순현재가치(NPV)를 3억1300만달러로 산정한 기술분석 보고서를 확인하고도 에이티넘에너지 의뢰로 산정한 4억9100만달러를 NPV로 인정해 대출함으로써 막대한 금액을 회수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대출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보고 내용이 제대로 처리됐다면 최소 3400만달러, 최대 9500만달러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출한도를 합리적 근거 없이 과다 산정한 관련자에게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정유‧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을 기화로 셰일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이어서 참고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투자 대상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지 않고 부풀려진 자료를 토대로 투자하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산하 발전 공기업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셰일 투자를 통해 만회하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고, 에너지기업들도 원유 수입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셰일 투자를 저울질해야 하는 처지이다.
셰일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이면 개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2021년 60-70달러 안팎에서 등락할 때도 투자를 적극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코스트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