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손모빌, 78조원에 PNR 인수 … 쉐브론은 PDC Energy 확보
셰일가스(Shale Gas) 시장은 엑손모빌(Exxonmobil)이 PNR(Pioneer Natural Resources)을 인수함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
엑손모빌은 2024년 3월까지 PNR 지분 100%를 약 600억달러(약 78조72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PNR은 셰일가스 개발기업으로 미국 유수의 셰일가스 생산지인 텍사스와 뉴멕시코에 걸친 퍼미언(Permian) 분지에서 최대급 개발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엑손모빌과 PNR이 보유한 퍼미언 분지의 합산 매장량은 석유 환산 기준 160억배럴에 달하며 엑손모빌은 PNR 인수를 통해 퍼미언 분지 개발량을 2023년 130만배럴로 늘린데 이어 2027년 200만배럴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에너지 메이저의 인수합병(M&A)은 2023년 2월 쉐브론(Chevron)이 PDC Energy를 인수한 이래 약 1년만이다.
쉐브론은 2023년 5월 PDC Energy 지분 100%를 63억달러(약 8조2625억원)에 인수하는데 합의했으며 2023년 거래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PDC Energy가 보유한 콜로라도, 와이오밍 등에 걸친 덴버-줄스버그(Denver Julesburg) 분지와 퍼미언 분지의 우량 셰일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천연가스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환경정책을 펼치면서 개발 코스트가 상승하고 있으나 차세대 에너지인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그동안 원유·가스 사업에서 판매가격 인상을 통해 풍부한 자금을 확보한 에너지 메이저들의 M&A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당시 셰일 개발을 억제했다. 2023년 7월에는 공유지에서 화석연료를 채굴할 때 개발기업이 지불하는 토지 사용료를 인상하고 개발지의 정화·환경유지에 관한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해 장기적인 에너지 개발 코스트 상승을 야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엑손모빌은 화석연료 개발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PNR을 인수한 것으로 파악되며 최근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디지털·자동화 기술 도입 등 생산성·친환경성 강화에 나서 PNR의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2035년까지로 15년 단축할 방침이다.
에너지 메이저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2020-2021년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배당도 감액하는 등 경영규모를 축소할 수 밖에 없었으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자원 가격 급등으로 엑손모빌은 560억달러, 쉐브론은 350억달러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엑손모빌은 2022년 순이익이 유럽·미국 에너지 메이저 중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3년 4-6월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약 50%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호조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차세대 에너지로 중기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메이저들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2030년대 중반까지 글로벌 천연가스 생산량을 25%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PNR 인수가 미국 경제와 에너지 안전 보장 강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산 가스의 유럽 수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해외 판매를 확대하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이며 2023년 1-6월 수출량 가운데 67%를 차지했다.
한편, 북미에서는 최근 셰일가스에 포함된 에탄(Ethane)으로 에틸렌(Ethylene)을 생산하는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 노바케미칼(NOVA Chemicals)이 2023년 초 ECC(Ethane Cracking Center) 증설을 완료했으며, 롯데케미칼과 웨스트레이크케미칼의 합작기업인 LACC(Lotte Axiall)의 ECC 생산성 향상 투자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Chevron Phillips Chemical과 Qatar Energy의 합작기업이 텍사스에서 에틸렌 200만톤 크래커를 건설했으며 Enterprise Products, Energy Transfer, PTTGC(PTT Global Chemical), 아람코(Saudi Aramco) 계열사 Motiva 등이 각각 200만톤 수준의 ECC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틸렌 및 에틸렌 유도제품 공급과잉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