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사태로 침체 가속화 … 판매가격 인상으로 수요 냉각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 화학산업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수입량의 40%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는 천연가스는 이미 공급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의 제재에 대응해 공급을 더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화학기업들은 코스트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추가 부담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가격 인상이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화학공업협회는 독일 화학‧의약 매출액이 2022년 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되면서 전망치 작성 당시와는 환경이 크게 변화함에 따라 전망치를 철회했다. 회원기업 설문조사에서 2021년에는 50%가 매출액 증가를 예상했으나 최근 50% 이상이 감소로 전망치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료 부족이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답변이 8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답변은 2월까지만 해도 60%에 그쳤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더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독일은 2020년 기준 천연가스 수입량의 약 46%를 러시아산에 의존했으며 앞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으면 자동차, 건축자재, 화장품, 위생용품, 농업 등 화학‧의약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바스프(BASF)는 러시아산 가스를 확보하지 못하면 독일 제조업이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이게 되고 많은 화학기업이 파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스프는 최근 수개월 동안 에너지 코스트가 급상승함에 따라 2021년 유럽 사업장에서만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코스트가 15억유로 발생했고 8억유로는 4분기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럽 화학기업들은 에너지 코스트 상승 수준이 아직은 생산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타격이 확대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듀폰(DuPont)은 모든 사업에서 원료와 부자재 코스트, 생산 프로세스에서의 에너지 코스트가 상승했고 수송 코스트 급등 및 수송 지연 사태로 서플라이체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다양한 지역에서 수지‧섬유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도레이(Toray)도 원료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이 사업 전반에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타격을 판매가격 인상으로 해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네덜란드, 포르투갈, 독일에서 PVC(Polyvinyl Chloride), 실리콘(Silicone) 등을 생산하고 있는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은 천연가스와 전기요금 급등 뿐만 아니라 PVC 생산에 필요한 에틸렌(Ethylene) 가격까지 상승함에 따라 PVC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독일에서 수소화 석유수지를 생산하고 있는 아라카와케미칼(Arakawa Chemical)은 천연가스가 유틸리티 뿐만 아니라 수소첨가 과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판매가격에 전가하고 있다.
이태리에서 가공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타키론(Takiron)은 원료 생산기업들이 한동안 공급가격을 계속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미 2021년에 비해 코스트가 상승한 상태라고 파악하고 있다.
일본산소(Nippon Sanso)는 유럽 각지의 사업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산업용 가스, 특히 산소와 질소, 아르곤 등은 전력 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전기요금 급등에 따른 제조코스트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코스트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영국, 스페인, 독일, 이태리 등에서 불소수지 사업과 바이오 의약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AGC는 원료가격 상승으로 코스트가 급상승했고 생산활동에 아직 영향이 없으나 필요에 따라 판매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화학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원료가격 급등 및 물류 혼란 상황을 반영해 판매가격 인상을 추진해왔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수요가 침체되거나 수요기업들이 대체소재 도입으로 선회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카프로락탐(Caprolactam), 나일론(Nylon)을 생산하는 우베(UBE)는 원료가격 급상승분을 일부 판매가격에 전가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천연가스‧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추가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유럽 경쟁기업이 4월 카프로락탐 판매가격을 톤당 3000달러 초반에서 1000달러 이상 인상하며 수요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인상해도 기존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