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켈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가 아세안(ASEAN)의 전기자동차(EV) 허브로 부상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며 2025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량에서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기자동차 생산기업을 대상으로는 세금우대를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니켈을 포함한 원자재는 현지조달을 의무화하고 있다.
니켈이 전기자동차의 핵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원화를 강화하고 있어 인도네시아의 일관생산체제 구축 전략이 먹혀들지 주목된다.
니켈, 2만달러 이상으로 폭등지세
니켈은 전기자동차용 LiB(리튬이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로 투입되면서 국제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현물가격은 2021년 12월31일 톤당 2만828달러(약 2480만원)로 2021년 1월 1만4260달러(약 1697만원)에 비해 46% 급등해 2012년 1월 2만599달러 이후 최고치를 형성했다.
2021년 12월 마지막 주 LME의 니켈 재고량이 10만4446톤으로 감소하는 등 35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4월21일 24만4606톤에 달한 후 계속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2022년 니켈 현물가격이 톤당 2만5000달러 수준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니켈 공급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2024년부터 가공하지 않은 광물자원 수출을 금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가 요구됨에 따라 니켈, 망간, 코발트 등을 활물질로 사용하는 삼원계 양극재가 주목받고 있으며, 하이니켈(High-Ni)계 수요가 급증하면서 니켈 비율이 80%에 달하는 양극재 적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원자재 수급난과 코스트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사는 2022년 원통형 배터리 공급가격을 10% 정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자동차, 전동공구, 청소기, E-바이크, 전자제품 등에 탑재된다.
테슬라(Tesla), 포드(Ford)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중국 BYD는 2021년 11월부터 배터리 공급단가를 일괄적으로 20% 인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도네시아, 니켈자원 바탕 전기자동차 생산 확대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국으로 2020년에는 세계 생산량의 30%를 차지해 13%로 2위를 기록한 필리핀을 크게 앞섰다.
매장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아 2050년 세계 생산량의 50% 수준을 차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을 시작으로 전기자동차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니켈 고부가가치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광석을 그대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8월 전기자동차 생산 촉진에 관한 명령을 발표했으며 2022년 전기자동차 생산을 본격화하고 2025년 이륜‧사륜자동차 생산의 25%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원자재 현지조달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륜자동차는 2026년 이후, 사륜자동차는 2030년 이후 현지조달 비율을 80%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니켈부터 전기자동차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21년 4월에는 국영 광업기업 MIND ID, 니켈 생산기업 Aneka Tambang(ANTAM), 국영 석유기업 페르타미나(Pertamina), 국영 전력기업 PLN이 Indonesia Battery(IBC)를 설립하고 전기자동차 서플라이체인 구축부터 충전 인프라 정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협력하는 체제를 확립했다.
고품질 니켈 생산기술 확보가 선결과제
인도네시아는 전기자동차 서플라이체인을 완성하기에 앞서 고품질 니켈 생산기술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
광석, 제련방법에 따라 분류되는 니켈은 품질이 높은 황산니켈, 산화니켈만 양극재 원료로 투입할 수 있으나 인도네시아는 스테인리스 원료인 페로니켈, 니켈선철 등 저품질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 풍부한 산화광을 활용해 고품질 니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혼합 황화물(MS), 혼합 수산화 침전물(MHP)을 얻을 수 있는 고압산침출법(HPAL) 공장이 필요하나 인도네시아는 기술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해외기술 도입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바스프(BASF)는 인도네시아 니켈광산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에라메트(Eramet)와 공동으로 HPAL 및 제련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니켈 4만2000톤, 코발트 5000톤을 공급받는 방향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스프는 중국, 일본, 유럽, 미국에 양극재 공급체제를 구축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특히 NCM(니켈‧코발트‧망간)에 주력하고 있어 경쟁력 있는 니켈의 안정조달이 양극재 사업의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Sumitomo Metal Mining(SMM)은 HPAL에 따라 MS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MM은 인도네시아를 잇는 니켈 생산국인 필리핀에서 HPAL 플랜트 2기를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도 HPAL에 따른 MS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현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련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5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련공장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유해폐기물 발생량이 많아 적절한 처리방법 없이는 가동 허가를 받기 어려운 점도 사업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니켈 매장량이 세계 2위인 오스트레일리아도 배터리에 대한 활용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1년 BHP 그룹이 처음으로 황산니켈 공장을 가동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니켈 뿐만 아니라 리튬도 칠레와 함께 2대 생산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이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국기업들이 배터리용 니켈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Harita Group은 2021년 중국 Ningbo Lygend Mining과 합작으로 10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인도네시아 최초의 HPAL 제련공장을 가동했다. 2021년 말까지 총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MHP를 경유하는 황산니켈 16만톤을 상업화했으며 2022년에는 생산능력을 24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화유코발트(Huayou Cobalt)는 2021년 12월 MHP 시험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 몰리브뎀(China Molybdenum)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MHP 7만톤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리사이클 메이저 GEM을 중심으로 설립한 QMB New Energy Materials는 HPAL에 따라 MHP를 거쳐 황화니켈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QMB New Energy에는 중국 칭산(Tsingshan) 그룹, CATL, 일본 한와흥업(Hanwa) 등이 출자하고 있으며 2022년 7월까지 MHP를 거쳐 황산니켈 13만6000톤을 상업화할 계획이다.
2021년 4월에는 중국 양극재 전구체 생산기업인 CNGR Advanced Material이 싱가폴기업과 함께 니켈매트 3만톤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고 이후 계획 생산능력을 6만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 Chengtun Mining도 싱가폴기업과 니켈매트 4만톤 합작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3억5000만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NCMA 배터리 공장 건설
현대자동차는 인도네시아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7월 LG에너지솔루션과 50대50 합작으로 인도네시아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셀 생산기업을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11억달러를 투입해 수도 자카르타(Jakarta) 근교의 카라왕(Karawang)에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양극재에 채용한 NCMA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하고 있는 NCMA 배터리는 양극재의 니켈 비율이 90%에 달해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 생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지면적은 33만평방미터로 2021년 4분기 착공해 2024년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10GWh로 전기자동차 15만대 이상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이며 인도네시아 정부, IB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안정가동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9월 열린 기공식에 참석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앞으로 3-4년 이내에 LiB 등 니켈 베이스 완성제품의 주요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믿는다”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용 LiB 메이저인 중국 CATL은 ANTAM과 배터리 공장 건설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총 50억달러를 투입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LiB 공장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장기적으로 2억7000만명 이상에 달하는 인구와 풍부한 니켈 자원을 바탕으로 전기자동차 생산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으나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