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산업은 2022년 고전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120달러로 고공행진을 장기화함으로써 원료·연료 코스트가 크게 상승했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원화 환율이 달러당 1400원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면서 도시 봉쇄에 나섬으로써 중국 수요가 줄어 공급과잉을 피하지 못했다.
연말에는 국제유가가 80달러 안팎으로 떨어지고 원화 환율도 1200원대로 상승해 상당히 개선됐으나 중국 변수는 그대로이다. 중국인들이 월드컵 축구대회를 기화로 백지 시위에 나서자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사망한 시점을 기회로 전격적으로 방역 완화에 들어갔으나 중국 경제가 언제 되살아날지 알 수 없다.
2023년 들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제유가는 80-100달러 사이에서 등락할 것이 유력하고,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목표를 5%대로 잡고 있어 원화 환율도 1200원이 무너지기는 쉽지 않다. 중국 경제 역시 2022년 성장률이 3% 초반에 머물렀고 2023년에도 성장성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방역을 완화하면서 성장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선회하고 있지만 부동산 버블에 어마어마한 부채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화학기업들의 경영여건이 2023년 들어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국내 화학산업은 국제유가, 환율, 중국이라는 변수 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두룩 하지만 장기적으로 3가지 과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첫째, 탄소중립 문제이다.
탄소중립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구 공통적인 숙원에서 출발했으나 국내 화학기업들은 남다른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화학산업에 그치는 문제는 아니나 국내 산업은 에너지 다소비형이 주류이고, 정부가 에너지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는 바람에 에너지 소비 감축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탄소중립은 에너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료까지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를 바이오화하면서 폐플래스틱을 리사이클해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나 기술적 한계가 뚜렷하다. 플래스틱의 바이오화도 간단하지 않다.
둘째, 석유화학의 공급과잉 문제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세계 4-5위권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 기형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중국수출 비중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나 아직도 중국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고 국제유가나 중국 경제에 따라 요동치는 것도 여전하다. 자동차, 전자, 반도체용 고부가 소재를 개발·생산하기보다는 범용에 치우쳐 있기 때문으로 개선이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차별화 소재 생산을 강화하면서 기초유분 및 범용 폴리머 생산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국이 자급률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고 동남아시아가 석유화학 투자를 본격화함으로써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셋째,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다.
석유화학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문제이지만 정밀화학이나 무기화학은 중국산 원료, 원제, 중간체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중국산 없이는 생산 불가능할 정도이다. 배터리 원료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자체 사정에 따라 수출을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정치적으로 대립할 때 수출을 중단하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중국의 대결을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입장이고 미국-서유럽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료 자급화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가 절실하다.
국내 화학산업이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 대응능력을 키우는 작업과 함께 탄소중립, 공급과잉, 중국 의존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화학저널 2023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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