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대한 관심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3월15-17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배터리 전시회에는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입구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전시관마다 사람으로 북적였으며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수많은 실험·계측·평가 기기 생산기업들이 나름대로 홍보에 안간힘을 썼음에도 관심 밖이고 LG에너지, 삼성SDI, SK온,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고려아연도 사람으로 북적일 뿐 진지한 관심을 표명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볼보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기아 등 전기자동차에는 애정 어린 눈길이 많았다. 배터리 원료 광물도 포스코케미칼, 고려아연이 모양새를 갖추었으나 컴퓨터 화면만 가득할 뿐 내용은 별로 없었다.
미국과 중국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급망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관련기업들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성은 관심 밖이었다. 일반 관람객이 많이 몰리는 전시회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그러나 미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는 미국과 중국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놓고 사활을 건 전쟁에 돌입함으로써 원료 광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생존(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며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은 청정에너지 공급 확대, 배터리 경쟁력 강화, 중국 중심의 공급망 의존도 탈피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필수 광물의 공급망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배터리와 광물 공급망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dvanced Energy Project Credit을 통해 핵심 광물의 처리, 정제, 재활용 시설을 구축·확장·재설치하는 프로젝트에 세제 혜택을 부여함은 물론 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미국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또 Clean Vehicle Credit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부품의 50%를 미국에서 생산·조립하면 세액공제의 50%를, 배터리 광물을 미국 또는 FTA 체결 국가에서 추출·가공·재활용하면 나머지 50%도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도 광물 생산 확대와 해외 생산설비 구축을 강화하면서 보조금 연장을 바탕으로 미국의 공급망 확보 전략에 대응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의 리튬 생산기업 Sunwoda Electric이 탄산리튬·양극재 생산에 24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2030년까지 배터리 부품 제조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CATL을 중심으로 유럽에 8개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으며, 2031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 322GWh를 확보함으로써 아시아 배터리 공급망 장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IRA 발효에 대응해 전기자동차 구입에 대한 세제 혜택도 연장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LG에너지, SK온과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으나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급성장함으로써 중국 투자를 통해 배터리 제조·운영 노하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이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3사는 오스트레일리아, 중남미, 캐나다 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에도 광물 자급화와는 거리가 멀고 중국 의존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투자를 통해 IRA 혜택을 기대하고 있으나 한계를 넘어설지 우려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필요하나 광물 확보와 재활용 투자가 더 시급하지 않나 생각된다.
<화학저널 2023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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