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세계 최대의 헬스케어 시장으로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헬스케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으나 세계 최대 시장이면서 최첨단 기술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는 미국은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은 미국의 유망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mRNA 백신 상용화와 함께 부상한 모더나(Moderna)가 매사추세츠 신약 개발 생태계에서 등장한 것처럼 미국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꾸준히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를 활용해 사업기회 확보에 도전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와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 그룹,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현지 CVC를 활용해 스타트업이나 학술기관의 신기술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아사히카세이는 의료기기 관련 채용실적을 활용하기 위해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의 새로운 영역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2023년 1월에는 덴카(Denka)가 신규 헬스케어 사업 창출을 위해 페가수스(Pegasus Tech Ventures)와 CVC를 설립했다.
일본, 경기침체에도 미국 투자 확대
일본 헬스케어 메이저들은 북미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미국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다수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다케다약품(Takeda Pharmaceutical)은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Boston) 인근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새로 개설한다. 시설 임대료를 포함 15년 동안 2520억엔을 투자하며 2026년 운영을 개시할 방침이다.
보스턴은 화이자(Pfizer), 노바티스(Norvatis), MSD 등 글로벌 제약 메이저들이 입주해 있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하버드대학 등 세계 최고의 대학·연구기관이 모여 있으면서 신약 개발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다케다약품은 보스턴에서 고용한 직원 수가 5000명 이상으로 현지 영향력이 큰 편이나 사업장이 여러 곳에 분산돼 있어 하나의 연구센터에 집약시킴으로써 신약 개발 및 이노베이션을 촉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 희귀질환, 유전자 치료제, 세포치료 등을 연구 분야로 주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사우스 샌프란시스코(South San Francisco)에서는 아스텔라스제약(Astellas Pharma)이 집약형 연구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2023년 여름까지 이노베이션과 연구를 통합한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지로 완성해 산재해 있던 연구원과 영업직을 한데 모으고 세포의료와 유전자 치료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치료제와 재생‧세포의료 등 첨단 의료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유전자‧세포치료 등은 연평균 50% 정도, 핵산 의약품은 연평균 30% 이상 속도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자 치료와 첨단의료 연구개발 활발
최근에는 신약 개발기업이 프로세스 개발이나 위탁생산을 확대하며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2022년 인수한 바이오 CDMO 전문기업 바이오노바(Bionova Scientific)를 통해 신증설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맞는 생산라인을 1개에서 4개로 확대하고 2중 특이성 항체 등 차세대 항체 의약품 위탁생산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산 의약품 CDMO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닛토덴코(Nitto Denko)는 매사추세츠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글로벌 의약품 CDMO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AGC는 동물세포를 사용한 바이오 의약품 대량 생산을 위해 2만리터급 스테인리스 배양조 2기를 보유한 콜로라도 공장에서 차기 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노스캐롤라이나와 콜로라도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JSR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 제조용 소재와 장치 분야에서도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후지필름(Fujifilm)은 2025년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을 건설해 바이오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세포 배양에서 영양분으로 작용하는 배지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도소(Tosoh)는 오하이오에서 바이오 의약품 제조 및 정제공정에 사용하는 칼럼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는 일본 난요(Nanyo)에서 생산한 분리정제제를 미국에 공급하고 있으나 주요 수요기업인 충진‧제약기업이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현지 공장을 건설한다.
제조장치 분야에서는 아사히카세이메디칼(Asahi Kasei Medical)의 자회사 Asahi Kasei Bioprocess America가 일리노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2023년 6월 완공 예정이며, 최근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핵산 의약품 합성장치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화학‧제약기업, 스타트업 발굴 총력
일본 화학‧제약기업들은 미국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 및 치료제 연구개발(R&D)이 기대되며 벤처캐피탈(VC)을 통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투자가 활기를 나타냈으나 2022년에는 경기침체 심화로 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리콘밸리은행(Silicone Valley Bank)에 따르면, 미국은 헬스케어 분야 벤처캐피탈 투자액이 2021년 283억달러에 달했으나 2022년 218억달
러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헬스케어 붐을 타고 자금을 투입했던 기관투자자들이 경기침체와 함께 빠져나간 영향으로 스타트업 중 일부가 자금난으로 고전했고 앞으로 유망기술 보유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VC 투자액이 2021년에 비해 감소한 것일 뿐 2020년에 비해서는 증가했으며 새로운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생태계 자체에는 변화가 없어 유망기술 보유 스타트업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2021년의 투자 경쟁이 과도했다는 평가가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1년에는 얼리 스테이지라고 불리는 창업 직후 스타트업도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전반적으로 투자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2022년부터 투자 과열 진정은 시장 침체가 아니라 예년 수준을 되찾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화학‧제약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CVC를 활용하며 유력 스타트업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미국 자회사 Asahi Kasei America의 CVC를 통해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1개 프로젝트당 일반적으로 최대 500만달러를 투자하며 그동안 의료기기 관련 기술을 다수 확보한 가운데 최근에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시장의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헬스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다케다약품은 기존 연구개발을 보완할 수 있는 얼리 스테이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하는 다케다벤처(Takeda Ventures)가 다케다약품의 전체 개발 파이프라인 초기단계에 위치한 프로젝트를 보완하는 기술이나 혁신기술을 모색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RNA를 표적으로 한 저분자 의약품 개발, 단백질 분해, 비바이러스성 표적 전달기술 등을 타깃으로 투자 기회를 조사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 그룹은 미국 헬스케어 영역에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고 포트폴리오를 확충하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CVC 다이아몬드엣지벤처(DEV: Diamond Edge Ventures)를 통해 헬스케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IT 공룡들도 헬스케어 서비스 뛰어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가상 의료비서를 지원하는 헬스케어 봇 서비스를 시작한다.
MS가 개발한 헬스케어 봇은 의료기관의 가상 의료비서와 챗봇 운영을 돕는 서비스로 증상 진단과 환자 인계 기능이 탑재돼 있고, 의료기관들은 전자건강기록(EHR)과 같은 헬스케어 시스템에 연결해 필요에 따라 봇을 맞춤 설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다수의 시스템에 분산돼 있는 건강기록을 의료기관이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연결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의료진이 더욱 편리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이크로소프트 365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애플(Apple),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등 IT 공룡들도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
애플은 소비자용 전자제품으로서는 최초로 심전도 측정 기능을 탑재한 애플워치4를 공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해 의료기기 역할을 인정받은 헬스케어 기기로, 손목의 궤적과 충격 가속도롤 분석해 추락을 감지하는 기능까지 탑재해 추락 이후 1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당국에 자동으로 연락하게 하고 있다.
애플은 심전도 기능 추가에 이어 심박수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운동량을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능도 애플워치에 적용했다. 또 경쟁자의 활동을 공유할 수 있는 액티비티 공유 기능과 요가, 하이킹 등을 새로운 운동 리스트에 추가했다.
애플은 군인들의 건강기록을 아이폰으로 전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재향군인회와 협의하고 있으며, 39개 병원에 애플 헬스 레코드를 런칭함으로써 의사, 환자, 병원 사이에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도록 의료기록의 접근성을 높였다.
구글은 강점인 AI(인공지능)와 검색 데이터 분석기술로 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의 연구부서인 구글 AI는 최근 몇 년간 예측 및 분석을 통해 환자들의 병원 방문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조사하는 한편 병리학자들이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의료 영상에서 유방암을 감지하는 등 건강 관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구글 검색의 약 5%는 의학과 관련된 질문이라는데 착안해 정확한 의학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부터 검색화면 오른쪽에 헬스카드를 띄우고 있다. 구글의 연구분야인 베릴리 생명과학은 원격진료 기술부터 질병 치료를 돕는 이로운 모기를 배출하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86건의 헬스케어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모바일 건강 모니터링 스타트업인 세노시스 헬스(Senosis Health)를 인수했다.
아마존은 2018년 6월 온라인 제약 스타트업인 필팩(Pillpack)을 인수함으로써 제약 및 의료 분야에 진출했다.
필팩은 처방약품을 발송하는 온라인 의약품 유통기업으로, 아마존은 필팩을 인수함으로써 미국 50개 주에 온라인으로 의약품을 유통할 수 있는 허가를 취득하고 의약품 배송 서비스까지 장악하게 됐다.
아마존은 AI 플랫폼인 알렉사가 감기나 기침을 판별하는 기능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으며 또 몸에 이상이 나타나면 알렉사에게 문의해 의사를 직접 찾아갈 것인지 가상 상담을 받을 것인지를 판별해주는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만약, 가상 상담을 선택하면 가상 의사가 알렉사를 통해 증상을 파악해 간단한 테스트 도구를 배송한 다음 결과에 따라 처방전을 발송하게 된다.
헬스케어 봇을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6월 본격적인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 1100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MS 헬스케어를 신설하고, 전세계 1만5000여개의 의료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페이스북(Facebook)은 의사·의대생을 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소아 비상사태 모의실험에 가상현실 장치인 오큘러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우버(Uber)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의 자동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우버헬스(Uber Health)를 출시했다.
IT 공룡들의 잇따른 헬스케어 시장 진출은 그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디지털화가 더디게 진행됐던 의료기록의 디지털화가 최근 빠르게 진행된 영향을 받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