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본블랙(Carbon Black) 생산기업들이 원료 조달난으로 고전하고 있다.
카본블랙 수요는 자동차산업 흐름에 좌우되며 최근 수년 동안 반도체 부족과 부품 조달난 등으로 자동차 생산대수가 크게 증가하지 못함으로써 감소가 우려됐으나 보수용 타이어 생산이 꾸준히 호조를 나타냄에 따라 가동률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원료가격 급등으로 원료 조달난이 심각한 가운데 지속가능 신제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전기로‧셰일오일 확대로 원료 조달난 심각
카본블랙 생산기업들은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탄계 원료는 콜타르(Coal Tar)를 증류한 크레오소트유, 석유계는 원유 유분 중에서도 가장 중질인 접촉분해장치(FCC) 기유가 베이스이나 현재 모두 공급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콜타르는 철강을 생산할 때 고로에서 부생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전기로 전환 흐름을 타고 부생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전기로용 흑연전극 역시 콜타르를 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카본블랙용으로 사용할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계는 미국이 경질 셰일오일(Shale Oil) 생산을 확대함에 따라 카본블랙에 적합한 중질유 공급이 줄었고 중유를 사용하는 선박 연료유는 황 함량 규제 강화로 디젤유로 전환되고 있어 콜타르와 마찬가지로 카본블랙 생산에 적합한 중질유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
카본블랙 생산기업들은 원료 조합비율을 조절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모든 원료가 카본블랙만을 위해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자체적인 가치가 낮아 조달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탄소중립 트렌드도 카본블랙 생산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수요기업 대부분이 원료를 수송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한 스코프3(전체 공급망 배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카본블랙 채용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도카이카본(Tokai Carbon), 아사히카본(Asahi Carbon)이 카본블랙을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2024년부터 시간 외 노동시간을 월 45시간(합의해도 100시간 미만 및 연간 720시간)으로 제한하고 휴게시간은 9시간 이상(노력의무로는 11시간 이상) 부여하는 근무 인터벌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장거리 수송이 어려워져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물량을 곧바로 소비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 원료 투입 본격화
카본블랙은 탄소를 배출하는 대신 고정화하기 때문에 석탄화학 프로세스와 원유 정제공정에서 배출된 이용가치가 낮은 중질유를 이용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순환사회 기여 소재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생산기업들은 카본블랙의 생산성 향상과 연소 에너지 유효 이용 등으로 환경부하 저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장 에너지를 재이용하거나 자가발전을 확대하고 있으며 사용 전력을 신재생에너지 베이스로 전환한 곳도 상당수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타이어 생산기업들이 타이어 원료를 지속가능 소재로 전환하며 카본블랙 생산기업 역시 식물 베이스 원료나 폐타이어 열분해 원료 등을 투입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ISCC 플러스 인증 획득을 적극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엘디카본이 김천공장에서 재생 카본블랙 9000톤을 생산하고 있는 가운데 당진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엘디카본은 폐타이어 리사이클을 통한 친환경 카본블랙 열분해유 생산기술을 갖춘 소재 전문기업으로 국내 카본블랙 시장 최초로 글로벌 친환경 소재 국제인증 제도인 ISCC 플러스를 인증받았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23년 3월3일 엘디카본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엘디카본이 생산하는 폐타이어 열분해유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2024년 상반기부터 국내 최초로 열분해유를 공정에 투입해 친환경제품을 2만톤 정도 생산할 계획이다.
2022년 생산량 61만톤에 국내수요 38만톤 불과
국내 카본블랙 시장은 공급과잉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카본블랙 생산량은 16만5171톤으로 전년동기대비 779톤 늘었으나 국내수요는 9만2015톤으로 2511톤 감소했다.
카본블랙 생산량은 2019년 61만2721톤에서 2020년 58만7629톤으로 감소한 후 2021년 64만7789톤으로 다시 증가했으나 2022년에는 61만3791톤에 불과해 2019년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수요 역시 2019년 40만2639톤을 기록한 후 2020년 35만7247톤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 38만6461톤으로 다시 증가했고 2022
년에는 37만9948톤으로 소폭 감소했다.
국내 카본블랙 생산기업은 OCI와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가 주력이며 생산능력은 OCI 포항공장 17만톤, OCI 광양공장 10만톤, HD현대OCI 대산공장 15만톤,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 여수공장 22만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역시 여수에서 13만톤을 가동하고 있다.
카본블랙은 탄화수소의 불완전 연소 또는 열분해에 따라 생성된 그을음으로 적용제품에 흑색을 내는 착색제나 고무를 강화하는 강화재로 사용한다. 타이어 종류에 따라 카본블랙이 20-40% 사용된다.
주로 타이어 고무의 마찰에 대한 저항력과 탄력성을 높이고 장력과 물성 개선에 사용되기 때문에 카본블랙 수요는 자동차 타이어용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타이어 수요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타이어 수익성 회복을 기대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타이어 생산기업이 수익 저점을 통과함에 따라 카본블랙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23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조1040억원으로 17.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909억원으로 51.5% 급증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전기자동차(EV) 전용 타이어 판매 강화, 18인치 이상 승용차용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제품 비중 확대 전략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났다”며 “반도체 공급 안정화로 자동차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신차용 타이어 공급이 증가했으며 유럽 등지의 교체용 타이어 판매도 올라가며 글로벌 판매량이 증가해 양호한 영업실적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생산기업 중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졌다. 1분기 매출이 9961억원으로 34.8% 증가하고 잠정 영업이익은 538억원으로 100배 폭증해 최근 10년 사이 최대를 기록했다.
넥센타이어 역시 1분기 매출액 6613억원, 영업이익 200억원대를 기록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타이어 생산기업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기간 동안 운임 코스트가 폭등해 수익이 크게 떨어진 바 있고, 천연고무 등 원자재 급등과 완성 자동차 판매 감소 역시 수익성 하락에 일조했다.
특히, 카본블랙은 국제유가 상승과 타이어 수요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산 카본블랙 공급 제한으로 거래가격이 크게 올았고 2022년 1분기에는 무려 36% 급등했다.
그러나 2023년 1분기에는 물류비,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자동차 호조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한국타이어는 2023년 영업이익이 8489억원으로 1400억원 증가하고, 금호타이어는 2357억원, 넥센타이어는 164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본블랙 메이저인 OCI도 2023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1950억원으로 19.0%, 영업이익은 2518억원으로 55% 증가했다. 석유화학 및 카본소재 부문은 영업이익이 390억원으로 15.0% 증가했다.
OCI는 배터리 도전재에 사용되는 고전도성 카본블랙 등을 통해 배터리 소재 시장 진입도 노리고 있다.
캐봇, ISCC 플러스 인증 확대로 친환경 트렌드 주도
캐봇(Cabot)은 글로벌 카본블랙 메이저로 친환경 및 지속가능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다.
최근 카본블랙 시장에서 친환경 흐름을 주도한 점을 높게 평가받아 뉴스위크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책임있는 메이커로 4년 연속 이름을 올렸고 미국에서 다양성이 가장 우수한 사업장에서도 최고 랭킹인 별 5개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용평가기관 EcoVadis로부터 3년 연속 플래티늄 평가를 받았다.
2023년에는 지속가능성에 주목한 새로운 기술 플랫폼 Evolve Sustainable & Solutions를 구축했다.
지속가능성과 관계가 있는 회수‧재생‧감축 단계별로 카본블랙을 개발할 때 활용하도록 만든 플랫폼으로 Vulcan 7H-C와 Sterling SO-RC110 개발에 활용해 ISCC 플러스 인증을 획득했다.
Vulcan 7H-C는 폐타이어 베이스 열분해유를 이용해 매스밸런스 방식으로 ISCC 플러스 인증을 획득했으며, Sterling SO-RC110은 ISCC 플러스 인증을 받은 10% 재생 카본 등 보강소재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카본블랙을 고무에 분산시켜 복합화한 E2C(Engineered Elastomer Composites)은 신제품 DX9660을 개발했다. 기존 컴파운드에 비해 회전저항을 10% 이상 저감했으며 타이어 트레드 내구성을 12% 향상시켜 연비 개선과 장수명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기능성 화학제품 사업에서는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소재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3년 4월 독일 배터리 소재 전문 기술센터를 개설하고 도전성 카본블랙, 도전조제, 분리막 흄드 금속산화물, 보습용 에어로겔 등을 공급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