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시장은 LiB(리튬이온전지) 중심에서 포스트 LiB로 전환이 기대되고 있다.
LiB는 전기자동차(EV)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전동공구 등 일반 기기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액체 전해질을 채용해 화재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대표적인 포스트 LiB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전지는 전해질이 고체여서 안전성이 우수하고 배터리 성능도 LiB보다 뛰어나 상용화가 기대되고 있다.
배터리 고용량화를 위해 5V급 양극재나 금속리튬음극 채용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LiB에 투입하면 전해액이 분해되는 문제가 있으나 전고체전지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전고체전지는 전극과 전해질 계면 저항 문제 등 양산화하기까지 해결해야 하는 난제가 많아 LiB와 전고체전지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반고체전지를 거친 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고체전지, LiB와 전고체전지 과도기로 주목…
반고체전지는 일반적으로 겔처럼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인 전해질을 채용한 배터리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액체 혹은 고체 외의 전해질을 채용한 배터리를 반고체전지라고 정의한다면 교세라(Kyocera)가 2020년 양산을 시작한 클레이형 LiB도 반고체전지에 포함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교세라의 클레이형 LiB는 전해액을 전극에 부착하는 점토 형태로 제조해 기존 LiB의 과제인 전해액 누출 방지에 효과가 있으며 전극, 활물질 활착에 사용하는 바인더를 생략함으로써 광범위한 동작온도에도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수명이 기존 LiB보다 길어 축전 시스템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야마가타(Yamagata)대학 스타트업으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BIH는 2023년 반고체전지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다.
LiB의 액체 전해질을 겔로 전환해 높은 안전성을 부여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충전 기능을 갖추고 있는 스마트폰 케이스 탑재에 성공했다.
전해질은 오사카소다(Osaka Soda)가 특수 폴리에테르(Polyether)를 사용해 개발했으며 높은 유연성, 신축성을 갖추었고 액체 전해질과 동등한 리튬이온 전도성을 겸비하고 있으며 배터리 두께는 1mm 이하로 설계할 수 있고 구부리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원계 및 LFP(인산철리튬) 양극재, 천연흑연 및 실리콘(Silicone) 음극재 등 다양한 소재와 조합이 가능해 일반기기용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Wearable), 드론(무인항공기), 전기자동차에 투입되는 대형 배터리로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체형 배터리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는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2022년부터 학술기관, 스타트업과 연계하는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 교토(Kyoto)대학, 돗토리(Tottori)대학과 공동으로 유고체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해질 소재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유기계 수지를 이용함으로써 유연성을 갖춘 전해질을 채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까지 무가압 방식으로 kg당 약 230Wh 용량을 달성했고 1년 후 500Wh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인 가운데 2025년 이후 상용화한 다음에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의료기기,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용도로 제안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고체전지, 내부 관찰 기술로 상용화 가능성 향상
전고체전지는 2030년 이후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고체전지는 크게 황화물계와 산화물계로 구분되며 황화물계는 LiB 대신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산화물계는 소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투입이 예상된다.
후지경제(Fuji Keizai)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전지 시장은 2022년 약 6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대 후반부터 황화물계의 전기자동차 채용이 본격화되면서 2040년 38조60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는 양극‧음극과 고체 전해질을 제대로 밀착시킬 수 있느냐가 양산 가능성을 좌우하며 현재까지 양산에 적합한 수준의 제조 프로세스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전고체전지 대량생산을 위해 공동 연구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GS유아사(GS Yuasa)는 오사카(Osaka)대학과 높은 이온전도성과 뛰어난 내수성을 함께 갖춘 고체 전해질, 코발트 함유량이 적은 고용량 양극, 장수명 및 고용량 특성을 갖춘 음극 등 다양한 전고체전지 소재를 개발하는 한편 전고체전지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셀 설계 및 제조 프로세스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내부를 관찰하거나 분석하는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도레이(Toray) 리서치센터는 최근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전고체전지의 내부를 관찰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고체전지 분야에서도 LiB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고용량화를 실현하는 소재 채용이 주목됨에 따라 실리콘 음극재를 채용한 전고체전지의 내부를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전자현미경(In-situ SEM), 에너지 분석형 X선 분석장치(EDX)를 조합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발했으며 충‧방전할 때의 가압력이 배터리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현재까지 시험 제작한 전고체전지를 대상으로 내부를 관찰한 결과 실리콘 활물질이 배터리 내부에서 분균일하게 합금화되는 현상을 관찰했고 초기 방전 후 충전 과정에서 고체 전해질층의 실리콘 활물질에서 대비 변화(암색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도레이와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전고체전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힘의 크기(응력)를 가시화하는 작업에도 성공했다.
체적 변화가 큰 실리콘 음극을 채용한 전고체전지에 도트 패턴을 부여하는 DIC(Digital Image Correlation) 해석을 적용함으로써 실리콘 음극이 팽창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확인했다.
배터리 내부 암색화와 응력 분포 가시화는 전고체전지 구조나 소재 최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도레이 리서치센터는 전고체전지 조기 상용화를 위해 앞으로도 해석기술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NiB, 코스트 낮아 EV 대당 9200달러 절감 가능
NiB(나트륨이온2차전지)도 차세대 배터리로 부상하고 있다.
NiB는 리튬 대신 나트륨을 사용한다. 나트륨 매장량이 리튬보다 수백배 많아 코스트가 저렴하고 남미 중심의 자원 독점 위험이 제한적이며, 저온에서도 에너지 밀도가 유지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리튬에 비해 에너지밀도와 작동 전압이 낮아 상업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최근 중국 최대 전구체 생산기업 CNGR이 NiB용 전구체 시험생산에 성공했고 시험용 샘플 소량이 수요기업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친환경 자동차가 상용화된 이후 리튬 거래가격이 급등하자 대체제로 NiB 연구개발(R&D)이 속도를 내고 있다.
높은 에너지 밀도가 필요하지 않는 ESS 및 저속 주행 장치에 우선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에너지밀도가 증가하면 저가 중심으로 자동차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HaiNa Battery는 2017년 NiB를 출시하고 2022년 11월 GWh 단위 라인을 상용화했으며, 2023년까지 5GWh의 NiB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산업화 촉진을 위해 ESS 개발과 적용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은 2021년 1세대 NiB를 공개했고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1세대 NiB는 에너지밀도가 kg당 150Wh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NiB와 LFP를 동시에 탑재하는 2세대 배터리를 공개하며 에너지밀도를 210Wh까지 끌어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에서는 CATL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배터리 생산 코스트가 크게 줄어들어 가격경쟁력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NiB 생산원가는 kWh당 77달러로 전기자동차 1대당 5500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으며 CATL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경제성을 높이면 40달러까지 낮아져 대당 9200달러가 절감될 것으로 예측된다. IRA 보조금은 대당 7500달러 수준이다.
또 NiB는 양·음극에 동박 대신 알루미늄박 적용이 가능해 생산원가를 더 줄일 수 있고 LiB 공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투자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테슬라, 반값 EV 실현 가능할까?
전기자동차와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NiB를 상용화하려는 해외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CATL와 HaiNa Bettry 외에도 Farasis Energy가 2023년 NiB 베이스 전기자동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SVOLT는 2022년 1세대 배터리 개발에 이어 2023년 2세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Eve Energy는 수요처와 시험제품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고, 비야디(BYD)도 2023년 NiB를 전기자동차에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야디는 부인하고 있다.
영국 Faradion은 2024년까지 NiB 기가팩토리를 완공할 예정이며, AMTE는 생산능력 0.5GWh 공장을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 LiNa Energy는 2022년 시드 펀딩 후 생산설비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 Altris는 1GWh의 나트륨이온 양극재 설비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랑스 Tiamat는 2025년까지 25GWh 생산설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Natron Energy도 2023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일본 NGK Insulators는 MWh 단위의 ESS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너지11이 2023년 말 NiB를 도입한 ESS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Tesla)는 2023년 3월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4680 배터리 직접 생산과 건식 전극 공정을 적용해 차세대 전기자동차 모델2 공급가격을 5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원은 “테슬라가 모델2 목표가격 2만5000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팩 가격의 50% 인하가 필요하다”며 “NiB 상용화와 성공 여부가 중저가 모델 전기자동차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3사는 NiB 대신 전고체전지 상용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전고체전지, 원통형 폼팩터와 원가 절감을 강조하고 있으나 NiB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태이다.
배터리 관계자들이 삼원계 배터리와 NiB의 공략 대상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2022년 영업실적 발표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리튬황(LiS) 전고체전지와 생산원가 절감을 강조했고, SK온도 2029년을 목표로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LFP 이어 NiB로 가격 공세
중국은 LFP 배터리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NiB 생산을 서둘러 국내 배터리 3사가 긴장하고 있다.
나트륨은 식탁에 오르는 소금(염화나트륨: NaCl)의 주성분일 만큼 흔해 조달 코스트가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리튬의 80분의 1에 불과하고 매장량도 400배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NiB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과 분리막 구조에서 LiB와 유사하나 리튬 대신 나트륨이 들어가며 양극재과 음극재에 들어가는 소재가 달라진다. LiB에는 동박이 투입되나 NiB에는 알루미늄박이 사용되며, NiB가 LiB보다 코스트가 30-40%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CATL은 “NiB의 에너지밀도가 LiB의 40% 수준”이라며 “상온에서 15분만에 80% 충전할 수 있고, 영하 20도에서도 90% 이상 성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CATL은 NiB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해 에너지 밀도를 LiB의 40% 수준에서 7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리튬과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등을 원료
로 투입한 3원계 배터리의 강자며, 니켈 비중을 80-90% 이상으로 끌어올려 출력과 주행거리를 늘린 프리미엄군에서 경쟁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다만,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코스트가 높아 가성비 측면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고, 테슬라 등 자동차 메이저들이 가격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어 전기자동차 가격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낮추기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으로 NCM계 배터리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망간 비중을 높인 망간 리치 배터리를 준비하고 있고, SK온과 삼성SDI는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2025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일본, 결정화유리 NiB 개발하고 2025년 실용화
일본전기초자(Nippon Electric Glass)는 결정화유리제 NiB를 개발했다.
일본전기초자는 세계 최초로 유기계 전해액보다 나트륨이온 전도성이 우수하고 작동온도 범위가 넓은 결정화유리를 모든 주요 소재에 사용한 산화물 전고체 NiB를 만들었다.
기존 β 알루미나(Alumina)를 전부 결정화유리로 대체했으며 2025년 실용화할 계획이다.
양극, 음극, 고체 전해질 소재를 모두 결정화유리로 통일하고 3개 소재를 소결 처리로 일체화해 축전 소자가 매우 양호한 이온전도 패스를 가질 수 있으며, 하나의 배터리에 축전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배터리 설계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해질에 가연성 유기화합물을 사용하지 않는 전고체전지는 발화‧폭발 위험성이 적은 2차전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NiB는 양극에 나트륨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고갈의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LiB, 성능 향상 위해 기술‧소재 개발 가속화
차세대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LiB도 성능 향상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생산기업들은 LiB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한 기술 확립 및 소재 제안을 본격화하고 있다.
LiB의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는 고용량화를 해결하기 위해 양극과 음극의 활물질량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유력하며 분리막(LiBS)의 박막화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 단락(쇼트)을 방지하기 위한 소재로 두꺼울수록 배터리 성능 향상을 가로막기 때문에 코팅층을 최적화하거나 기초 소재를 박막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개발 전문기업 3Dom의 자회사 Noco-noco가 개발한 3차원 규칙 배열 다공구조를 가진 분리막 X-SEPA 등 새로운 방식의 분리막이 등장하고 있다.
X-SEPA는 내열성이 뛰어나 LiB 뿐만 아니라 리튬황전지 등에도 채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DKS는 2022년 말 고용량 LiB 음극에 사용할 수 있는 수계 복합 접착제를 개발했다.
기존 계면제어 및 분산기술에 배터리 생산‧평가기술을 조합했으며 실리콘 소재의 과제인 팽창‧수축을 억제함으로써 배터리 열화 방지에 성공했고, 실리콘계 소재를 첨가해 음극용량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해도 1000회 이상 충‧방전 후 전극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고용량 배터리의 장수명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iB 소재의 조합방식 역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 적용을 통해 LiB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글로벌 NiB 상용화 계획, 탄산리튬 가격동향(2023), NiB의 특징, 일본전기초자의 개발제품 특징, X-SEPA와 기존 분리막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