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용도 개척
일본은 새로운 PVC(Polyvinyl Chloride) 용도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페이스트 PVC를 포함해 PVC 생산능력이 177만톤으로 당분간 PVC 생산능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기본전략을 세우고 있으나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PVC 수요와 관계가 깊은 주택 착공건수가 점진적으로 줄어들어 고민하고 있다.
반면, PVC가 보유한 환경특성에 대한 재평가와 인프라 유지·보수 수요가 버티고 첨단산업 분야와 에너지 절감에 기여하는 주택설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상존하고 있다.
수출도 50만-60만톤에 달하고 있으나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고, 원료 염소를 생산하는 전해설비의 탄소중립 요구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난제가 되고 있다.
일본 PVC공업·환경협회(VEC)에 따르면, 일본은 PVC 출하량이 1990년대 후반 200만톤에 달했으나 2000년대 후반까지 감소를 거듭해 최근 10년 동안 100만톤 전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재가 주목받는 등 위축 과정을 거치며 잉여 생산능력이 도태되고 PVC의 특성을 고평가하는 분야만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경제 회복과 기상악화 영향으로 글로벌 수급·가격이 급격히 변동하면서 앞으로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2022년 PVC 출하량은 1970년대 수준인 90만톤 수준에 그쳤다.
다만, 새로운 용도를 개척하지 않고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프용 감소에 창틀용 증가추세
일본 4개 PVC 생산기업 중 하나인 Taiyo Vinyl은 오사카(Osaka) 15만8000톤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2018년 발표했으며 2020년 가동을 중단했다. 인구 감소와 연쇄적인 주택 착공건수 감소를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파이프는 대표적인 PVC 수요처로 2022년 일본 출하량 중 30%를 차지했으나 앞으로 파이프용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노무라(Nomura)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파이프 수요를 좌우하는 주택 착공건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최근 수준인 85-87만호에 머무르나 2030년 70만호, 2040년 49만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진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중 배관을 지진에 강한 PE(Polyethylene) 파이프로 교체하는 트렌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PVC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창문용 PVC는 크게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기존제품보다 열전도율이 낮은 PVC 수지제품을 사용하면 단열성을 개선할 수 있어 주택이 사용하는 에너지 절약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2023년부터 기존 주택 창문의 단열성을 강화하는 공사에 1주택당 5만-20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주택 단열성 향상을 위한 선진설비 도입을 촉진하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창틀용 출하량이 약 3만톤으로 파이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나 앞으로 상당히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설비용 평판, 알약 및 캡슐 포장용 방습 시트, 카테터 부품, 의료기기용 튜브 등 의료분야도 일정부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VEC를 중심으로 한 PVC 생산기업들은 PVC 라이프사이클 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경부하 저감 특성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량의 절반 이상을 천일염 베이스 염소가 차지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석유 베이스 탄화수소를 주로 사용하는 수지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다는 점을 알려 PVC 재평가를 견인할 방침이다.
설비 노후화에 탄소중립 “가격경쟁력 딜레마”
한국이나 일본은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PVC 생산능력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구조개편 또는 축소를 고려해야 할 잠재적인 부정적 요소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플랜트 대부분이 가동을 시작한 지 50년이 지나 노후화돼 유지·갱신을 위한 코스트가 가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해설비에 대한 탄소중립 요구도 심각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10개 플랜트 중 최신 설비가 1974년 건설된 Taiyo Vinyl의 치바(Chiba) 플랜트이고 나머지 9개는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 건설돼 가동 이후 50년이 지난 것으로 파악된다.
Taiyo Vinyl은 오사카(Osaka) 플랜트를 폐쇄하고 일본 공장을 3개에서 2개 체제로 재편했고, Shin Daiichi PVC와 가네카(Kaneka) 역시 생산체제 변화로 대응하고 있다.
Shin Daiichi PVC는 범용을 생산하는 야마구치현(Yamaguchi) 슈난시(Shunan) 소재 도쿠야마(Tokuyama) 플랜트와 페이스트 PVC를 생산하는 니하마(Niihama) 소재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에히메(Ehime) 설비를 스미토모케미칼에게 양도하고 장기계약 방식으로 위탁생산하기로 결정했다.
가네카는 이바라키현(Ibaraki) 가미스시(Kamisu) 소재 가시마(Kashima) 플랜트, 효고현(Hyogo) 소재 다카사고(Takasago) 플랜트에서 페이스트 PVC를 생산하고 아울러 도아고세이(Toa Gosei)의 가와사키(Kawasaki) 플랜트에 범용 PVC 12만톤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전해설비의 탄소중립 니즈 역시 구조재편 흐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4월 발효된 에너지절약법 개정에서 소다를 이산화탄소(CO2) 대량배출 부문으로 지정하고 2030년 사용하는 에너지의 비화석화 비율을 석탄 사용량 최고점의 30% 수준으로 감축토록 강제하며,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사업자도 외부조달 전력 중 비화석 비율을 59%로 확대해야 한다는 정량 목표 가이드라인 설정을 의무화했다.
전해설비를 자체 석탄화력발전에 의지하고 있는 도소(Tosoh)와 도쿠야마(Tokuyama)는 바이오매스 혼소화 등 탈탄소 대응을 고안하고 있으며 가네카 역시 연료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미스시의 가시마키타(Kashimakita) 공동발전처럼 수요기업이면서 공급기업에 해당하는 복수 출자기업도 대응방법을 논의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 윤우성 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