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산업이 친환경 트렌드를 중시함에 따라 자동차용 소재를 공급하는 화학기업들도 친환경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부품 및 소재 제조공정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전기자동차(EV)는 전력 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경량화 니즈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학기업들은 개별적으로 보유한 소재 분야의 강점을 총동원하며 자동차산업의 탈탄소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학기업, 미래 구상 맞추어 신소재 개발 가속화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최근 콘셉트카 AKXY2를 공개했다.
AKXY2는 전기자동차가 100% 자율주행하게 될 20년 후 미래에 맞추어 디자인했으며 투명한 플래스틱 캐노피가 달려 있어 운전석 없이 탑승자 2명이 여유롭게 공간을 즐길 수 있는 느낌으로 꾸며져 있다.
미래 사회는 지금보다 탈탄소화가 진전돼 있을 것이라는 기대 아래 페인트용 경화제로 이산화탄소(CO2)를 원료로 제조한 이소시아네이트(Isocyanate) X-TTI를 사용했고 매트도 식물 베이스 소재로 제조해 쉽게 오염되지 않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노피는 하드 코팅제 신제품을 도포함으로써 프론트 글래스에 요구되는 내마모성, 내구성 등을 확보했으며 유리 대신 플래스틱을 사용했기 때문에 자동차 경량화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츠비시케미칼(MCC: Mitsubishi Chemical) 그룹은 식물 베이스 이소솔바이드(Isosorbide)를 사용한 바이오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듀라비오(Durabi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듀라비오는 친환경성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베이스 EP보다 내충격성, 내후성, 내열성이 우수하다는 평을 받으며 최근 자동차 내‧외장재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 그룹은 듀라비오 외에도 미국 바이오 베이스제품 인증을 취득한 세계 유일의 식물 베이스 PCD(Polycarbonate Diol) 베네비올(Benebiol)도 전략 소재로 강화하고 있다.
베네비올은 일반 PU(Polyurethane)보다 내오염성, 내후성, 내약품성이 우수한 것이 특징으로 PU 원료로 사용하면 페인트, 인공피혁, 엘라스토머(Elastomer) 등에 적용할 수 있어 자동차 용도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이 기대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글로벌 최대의 MMA(Methyl Methacrylate) 메이저로 최근 MMA 등 아크릴수지(Acrylic Resin)의 CR(Chemical Recycle) 기술 확립에도 주력하고 있다.
PMMA(Polymethyl Methacrylate) 등을 CR 처리하고 자동차 리어 램프 커버용으로 공급해 자동차부품에 요구되는 우수한 광학특성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회수 시스템과 코스트 과제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리사이클 소재 연구개발 본격화
미쓰이케미칼(MCI: Mitsui Chemicals)은 바이오 폴리올(Polyol) 에코니콜(Econykol)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에코니콜은 비식용 식물인 피마자 베이스 PU 원료로 시트 쿠션 용도에서 채용실적을 거둔 바 있으며 최근에는 리사이클을 통해 생산체인 전체에서 친환경성을 높이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신규 복합소재 나고리(Nagori)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 담수화 과정 중 폐기된 농축수에서 해수 미네랄을 추출하고 해수 미네랄을 최대 75% 배합해 폴리올레핀(Polyolefin)계 수지와 컴파운드한 것으로 도자기나 천연석과 같은 질감을 연출할 수 있으며 플래스틱처럼 쉽게 깨지지 않는 특성까지 갖추고 있다.
농축수를 이용했기 때문에 해수 염분 농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감촉 특성을 살린다면 자동차 내장재에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메구리(Meguri) 브랜드로 리사이클 플래스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한 PE(Polyethylene)와 폐플래스틱을 CR해 만든 재생 아크릴수지 등 다양한 리사이클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자원순환형 플래스틱을 공급하고 있다.
MR(Material Recycle) 기술을 응용해 자동차 부품용으로 리사이클한 PP(Polypropylene) 컴파운드는 독자적인 고도 선별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신규 생산 소재를 사용했을 때와 동등한 성능 및 외관을 실현했으며 재생 플래스틱을 자동차 소재로 본격 투입하고 있는 유럽에서 배터리 케이스용으로 수천톤 정도 판매할 계획이다.
필러(충진재)에 목질 섬유를 사용한 재생 PP 컴파운드 제안도 가속화하고 있다.
유리섬유나 탈크를 필러로 사용했을 때보다 경량화 효과가 우수하며 재생 PP 및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목질 섬유로 제조했기 때문에 환경 기여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스미토모케미칼은 2022년 5월 미국 스타트업 Newlight Technologies와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배출량을 상회하는 카본 네거티브 플래스틱 개발에 착수하는 등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ewlight Technologies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25배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메탄(Methane)을 원료로 사용하고 미생물 메탄질화균을 활용하는 프로세스로 PHA(Polyhydroxy Alkanoate) 에어카본(AirCarbon)을 양산화한 바 있다.
원료 메탄은 탄광이나 폐기물 처리장에서 회수한 것이며 미국에서 스포츠용품 메이저 나이키(Nike)와 연계하며 공급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에어카본과 PP를 혼연시킨 컴파운드를 자동차부품 및 섬유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전기자동차, 전력 소비 효율성이 경쟁력 좌우
가네카(Kaneka)는 기존 소재를 자동차용 태양전지나 LiB(리튬이온전지) 용도로 공급하며 자동차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네카의 실리콘(Silicone)계 자동차 탑재용 태양전지는 광변환 효율이 세계 최고수준이며 표면에 배선이 나오지 않는 백콘텍트 구조를 갖추었고 곡면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살려 2020년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의 전기자동차 e-Palette의 루프 글래스용으로 채용됐고 주행거리 연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주목받으며 최근에도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가네카는 최근 음극재로 LTO(티탄산리튬)를 사용한 라미네이트형 LiB를 개발하고 있다.
LTO는 탄소계 등 음극재와 달리 급속 충‧방전이 가능하고 저온이나 고온 환경에서도 동작성이 우수하며 수명,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가네카는 배터리 셀, 배터리 팩을 생산해 단거리를 주행하는 노선버스나 작업용 전동 포크리프트 용도로 제안할 계획이다.
일본제철(Nippon Steel)은 100% 철제 배터리 박스를 개발해 제안하고 있다.
고장력강을 활용해 박형화하고 열전도성을 통해 냉각 시스템을 완성함으로써 알루미늄 합금과 동일한 중량을 사용하면서 코스트를 대폭 감축할 계획이다.
고베제강소(Kobe Steel)는 철‧알루미늄 선택이 가능한 멀티 머터리얼 배터리 팩을 통해 설계를 실현할 수 있는 소재 선택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현재의 지속가능 소재들이 중간공정이나 중량 등 일부에만 집중하고 있고 LCA(Life Cycle Assessment) 관점에서는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조원료인 철강석부터 최종제품까지 모든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에 차별화를 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화학, 철강 등 자동차 소재 공급기업들은 소재 친환경화와 동시에 물류 효율화, 사업장 단위의 이산화탄소 감축에 주력하면서 밸류체인 전체에서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철강기업들이 확대하고 있는 수소와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그린제철 프로세스는 화학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코베스트로·사빅, PC·PBT로 경량화 주도
PC(Polycarbonate) 메이저인 코베스트로(Covestro)는 프린트 그릴과 본넷 등에 PC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전기자동차는 흡기가 불필요해 프론트 그릴이 디스플레이화됨에 따라 예전보다 디자인성이 우수한 그레이드를 공급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으며 지속가능 소재로 리사이클 PC 원료 Makrolon을 제안하고 있다.
사빅(Sabic)은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병 리사이클과 PBT(Polybutylene Terephthalate) CR 등을 추진하고 있다.
리사이클은 안정된 원료 조달이 성패를 좌우함에 따라 PET병 확보가 중요하며 사빅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의 전세계에서 PET병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프론트 그릴의 무도장 수지화, 새시 프레임의 금속‧수지 복합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래스틱 투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형 배터리 케이스는 알루미늄 합금을 주로 사용하지만 플래스틱과 철강도 사용이 가능해 제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코베스트로는 PC와 장섬유 강화 복합소재를 길이 1.5미터 이상 대형 배터리 케이스용으로 공급한 바 있다.
PC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성형성이 우수해 자동차 바닥에 배터리를 설치하는 구조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양산될 때는 생산 속도가 현재보다 빨라져야 해 단시간 대량생산이 가능한 PC 이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는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휘발유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낮고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량화가 전력 소비 효율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휘발유 자동차에 환경세를 부과함으로써 전기자동차 보급을 촉진하고 있으나 실제 환경보호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기업들이 자동차 중량 저감과 리사이클 및 바이오매스 소재 적용, 탄소발자국 감축을 기준으로 자동차 소재별 친환경성을 평가하고 있어 플래스틱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철강 등 다른 산업계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