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는 화학산업에 있어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국내 석유화학기업을 비롯해 현대자동차·포스코 등이 수소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것이 엊그제이나 2023년이 끝나도록 진척이 있다는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2024년에도 수소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국내기업들이 수소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적 한계 때문에 사업을 적극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는 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자 이산화탄소와 함께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어서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대세이다. 기술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외국 기술을 도입하거나 스타트업과 손잡고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Deloitte)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저탄소 기술을 활용한 전기화가 넷제로 달성의 필수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정유·석유화학·철강 등 중공업과 운송 부문은 전기화가 쉽지 않아 수소 사업을 적극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청정수소는 전기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인정받고 있고, 특히 재생 전력 베이스 전기분해로 생산하는 그린수소가 유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은 2030년 1억7000만톤(MtH2eq), 6420억달러에서 2050년 6억톤, 1조40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청정수소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들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 포착을 추진하고 있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85기가톤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배를 넘는 양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그린수소 수출액이 2050년 2800억달러를 상회하고, 암모니아를 비롯해 SAF, 메탄올 등 수소 유도제품도 수출상품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2050년 수출 수혜 대상국은 북아프리카(1100억달러)를 비롯해 북미(630억달러), 오스트레일리아(390억달러), 중동(200억달러)으로 4개 지역이 세계 수소 생산량의 약 45%, 무역량의 9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 동북아시아는 수입국에 머물러 막대한 돈을 퍼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2050년 넷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그린수소 공급망에 9조달러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나 유럽과 한국, 일본, 중국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도 수입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우려된다.
딜로이트는 청정수소 경제를 확장하고 그린수소가 탄소중립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공유 인증 프로세스 개발, 국제 협력을 통한 공정한 경쟁의 장 조성 등 기후 지향적 시장 토대 마련이 필요함은 물론 재정 인센티브·보조금을 제공해 청정기술과 화석 베이스 기술의 비용 격차를 저감하고 장기 구매계약을 통한 프로젝트 리스크 완화 및 가격 안정성 제고를 도모할 것을 권고했다.
또 가치사슬을 다각화해 병목 현상을 방지하고, 특히 청정수소를 효율적으로 운송·저장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해상운송 등 인프라를 개선할 것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국내기업들은 수소 사업 전개에 있어 무엇을 기준으로 어떠한 목표를 추구하는지 궁금하다. 특히, 석유화학은 탄소원료를 대체해야 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수소는 대기에 가장 흔한 원소이나 산업화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화학기업들은 더욱 정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