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 진출은 수익 유지 한계 … 일본, SAF‧수소‧CCUS 선도
탄소중립 트렌드가 확대되는 가운데 에너지기업들의 변혁 움직임이 주목된다.
특히, 정유기업들은 전기자동차(EV) 보급이 가속화되며 휘발유 수요가 급감하고 주력 석유정제 사업만으로는 수익성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비 정유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국내 정유기업들은 주로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하며 비 정유 부문을 강화했으나 최근 석유화학 시황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석유화학 역시 탄소중립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가능 항공유(SAF) 등 바이오 연료에 선제적으로 나선 일본기업의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수소, 암모니아(Ammonia) 등 차세대 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상용화된 SAF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규정을 통해 SAF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결정함에 따라 일반 항공유 등 기존 석유제품 사업이 받을 타격이 우려돼 SAF 개발 및 상용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일본은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최종 에너지 소비량이 1만2276페타줄(PJ: 1PJ은 약 3666톤 상당)로 원유 환산 3억1700만킬로리터 수준이었다.
에너지원은 석유가 50% 수준, 전력은 30% 가까이 차지했고 석탄과 천연가스‧도시가스 등 가스가 각각 10%로 파악되고 있다.
에너지 기원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9억8000만톤으로 정점을 기록한 2013년에 비해 20.0% 감소했으나 1차에너지 공급 중 화석에너지가 83.0%에 달해 탄소중립 실현 정도는 미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유기업들은 탄소중립 트렌드 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적 내수 감소에 대응해 탈탄소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정유공장 21개에 원유정제능력이 일평균 333만배럴로 최근 10년 사이 20% 이상 축소됐으나 전기자동차 보급에 따른 휘발유 수요 감소로 연료유 수요가 2022-2027년 5.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네오스(Eneos)는 2023년 10월 와카야마(Wakayama) 정유공장(원유정제능력 일평균 12만배럴) 가동을 중단했으며 SAF 생산 및 신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미래 친환경 공급기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은 2024년 3월까지 야마구치(Yamaguchi) 정유공장(원유정제능력 일평균 12만배럴)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정유 3사는 최근 중기경영계획을 통해 탈탄소화 비전 제시에 나서고 있다.
에네오스는 정유공장 가동률 개선, 사업 재편을 통해 수익기반을 강화함으로써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경영자원을 확보하고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일본 최대 공급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캐리어 MCH(Methyl Cyclohexane) 등을 이용한 대규모 이산화탄소 프리 수소 서플라이체인 구축을 준비하고 있으며 SAF, 합성연료, 바이오 연료 상용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데미츠코산은 2050년까지 △암모니아‧수소 등 상용화 직전 에너지 △다양한 자원 절감 및 순환 솔루션 △에너지‧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스마트 기지 분야에서 사업을 재편‧집약시키고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해 에너지와 탄소중립 메이저 지위를 확립할 예정이다.
코스모에너지(Cosmo Energy)는 정유공장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며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신규 사업으로 풍력 중심 그린전력 서플라이체인 강화, SAF 양산화 등을 주목하고 있다.
2023년 5월부터 사카이(Sakai) 정유공장에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3만킬로리터급 실증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4년 SAF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에네오스, 이데미츠코산은 2026년 SAF 생산을 시작하며, 후지오일(Fuji Oil)은 2027년 공급 개시를 목표로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합성연료는 경제산업성이 도입 시기를 2040년에서 2030년대로 앞당겼고 에네오스, 이데미츠코산이 수입 합성연료를 휘발유에 혼합 공급한 후 중장기적으로 자체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유기업 이외에 가스기업들도 탄소중립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주로 탄소중립형 합성 메탄(Methane)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도쿄가스(Tokyo Gas), 오사카가스(Osaka Gas), 도호가스(Toho Gas)는 미국 카메론(Cameron) LNG(액화천연가스) 기지를 활용하는 합성 메탄 공급망 구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도시가스 수요의 1%에 해당하는 13만톤을 수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오사카가스는 에네오스와 합성 메탄을 일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도쿄가스는 가스와 전력을 모두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화를 구상하고 있다.
이미 화석연료 중 비교적 청정에너지인 LNG를 일본 최초로 도입한 경험이 있어 앞으로도 LNG를 활용해 저탄소화를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메타네이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CCUS)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