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소재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LiB(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는 최근 중국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를 목표로 미국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LFP(인산철리튬) 중심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년간 3원계 LiB를 주력 공급해온 국내기업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일본 또한 고용량‧장수명 성능을 갖춘 고기능 소재를 집중 개발하면서 하이엔드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기업, 미국 진출만이 살 길이다!
중국 배터리 관련기업들은 미국이 IRA를 통해 2029년부터 북미에서 생산한 배터리 탑재 전기자동차(EV)에만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 진출을 적극화하고 있다.
IRA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1대당 총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자동차 뿐만 아니라 배터리 포함 부품까지 북미 생산비중을 충족시켜야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
생산비중 기준으로 2024년까지 배터리 부품 중 60%를 북미에서 생산할 것과 전기자동차에 투입하는 중요광물 중 50%를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리사이클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준을 계속 상향할 예정이다. 2029년 이후 배터리 부품은 100%, 중요광물은 80% 기준을 충족해야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배터리 부품은 2024년 이후, 중요광물은 2025년 이후 해외우려기업(FEOC)이 생산이나 제조에 관여하면 세액 공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요구 수준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3년 말에는 미국이 FEOC 세부 규정을 공개해 중국과 합작투자를 준비하고 있던 국내 배터리 관련기업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미국 재무부는 12월1일 IRA 상 FEOC 특정국으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을 포함했으며 특정국 정부가 소유했거나, 정부 통제를 받거나, 정부 관할‧지시에 영향을 받는 곳이라면 FEOC로 분류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즉, 중국에 소재하거나 중국에서 법인 등록을 한 곳에서 배터리용 핵심광물을 조달받으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중국에서 배터리 부품‧소재와 핵심광물을 채굴‧가공‧제조‧조립만 해도 FEOC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 Science Act)에서도 특정국 정부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의결권을 25% 이상 보유한 해외기업, 특정국 법률에 의해 조직됐거나 특정국에 주요 사업장을 둔 해외기업 등을 FEOC로 정의하고 특정국에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을 포함한 바 있다.
기대했던 중국 합작투자가 리스크로…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FEOC에 중국 밖에서 설립된 중국‧해외기업 합작기업에 대한 내용이 포함됨에 따라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및 과학법과 유사한 수준으로, 중국기업 지분율이 25% 이상이면 FEOC로 간주되며 재무부 판단 아래 특정기업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 또는 지분 25% 이상이 중국 포함 특정국 정부에 통제된다고 분류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배터리 관계자들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100% 배제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미국이 IRA 상 FEOC 기준을 반도체 및 과학법보다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미국이 정부 보조금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 및 과학법보다 강화된 기준을 내세움에 따라 중국과 합작투자를 준비해온 국내기업들은 지분 추가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SK온, LG화학,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이 중국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준비하고 있으며 지분율은 대부분 51대49 수준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화유코발트(Huayou Cobalt)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고,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모로코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양극재 5만톤 공장을 건설해 북미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초 중국 리튬화합물 생산기업 야화(Yahua)와 모로코에서의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화유코발트와는 중국 내 최초의 한국-중국 합작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GEM(Gelin Mei)과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을 위한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CNGR과 포항에 2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6월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2023년 12월부터 LiB 음극재용 흑연 수출 규제를 시행하며 미국의 FEOC 조치에 대항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패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흑연 생산량 중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특히 음극재용 정제 흑연은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LFP 공세에 밀려 점유율 하락 “심화”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최근 중국이 LFP 공세를 강화함에 따라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LFP 배터리는 리튬 이온 베이스에 인산염과 철이 주원료인 전구체를 더한 양극재를 채용한 2차전지로, 주행거리가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했으나 기존 3원계 대비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2018년 7.5%(4위), 2019년 10.5%(3위), 2020년 23.5%(2위)로 늘렸고 2017년부터 꾸준히 1위
를 유지해온 CATL의 점유율이 2020년 24.0%로 전년동월대비 3.9%포인트 하락함에 따라 1위 역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2021년 점유율 20.3%로 CATL(33.0%)과의 격차가 벌어졌고 2022년에도 점유율이 13.6%로 급락하며 37.0%를 기록한 CATL과의 차이가 크게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동일하게 13.6%의 점유율을 달성한 비야디(BYD)에게도 추격당하고 있다.
비중국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으나 2023년 CATL(27.5%)과 비슷한 27.8%의 점유율을 기록함에 따라 역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는 2023년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합계 점유율이 23.1%로 1.6%포인트 하락했고, 비중국 시장 합계 점유율 역시 48.6%로 5.3%포인트 하락하는 등 중국에 계속 밀리고 있다.
중국은 CATL을 중심으로 글로벌 LFP 배터리 생산량 중 95.0%를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 내수 공급과잉이 심화됨에 따라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며 유럽에서도 LFP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LFP는 전기자동차 탑재 비중이 2020년 11%에서 2021년 25%, 2022년 31%로 상승했고 2024년 3원계 배터리를 넘어 6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산 전기자동차 탑재 비중은 2023년 3월 이미 70%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4대 소재 가동률 45%로 추락
배터리 소재는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수년 동안 정부의 지원 아래 전기자동차, 배터리(LiB), 배터리 소재 산업이 급성장했으나 최근 대부분 관련기업들이 수익성 개선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관련기업들은 최근 가동률 하락 때문에 수익성 개선에 고전하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LiB 주요 4대 소재 가동률이 2023년 평균 55-65% 수준에 머물렀으며 2024-2025년에도 생산능력 과잉이 이어지며 45-55%로 추가 하락하고, 특히 경쟁이 치열한 양극재와 음극재는 신규 진출기업이 많아 35%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수년간 예정된 배터리 소재 신증설 프로젝트가 다수이나 연기 혹은 투자 보류가 이루어지며 일부 프로젝트는 해외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극재 메이저 Hunan Yuneng New Energy는 2023년 3분기 매출이 111억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10.3% 감소하고 순이익은 3억위안으로 37.4% 급감하며 1-9월 순이익이 15억위안으로 27.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해액 메이저 Tinci Materials은 3분기 매출이 41억위안으로 31.7%, 순이익은 4억위안으로 68.1% 급감했으며 1-9월 역시 순이익이 17억위
안으로 59.8% 급감했다.
상하이에너지(Shanghai Energy)를 산하에 두고 있는 Yunnan Energy New Material은 3분기 매출이 35억위안으로 변하지 않았고 순이익은 7억위안으로 37.9% 줄어 1-9월 순이익 역시 21억위안으로 33.2% 급감했다.
음극재 메이저 BTR은 3분기 매출이 68억위안으로 6.5% 감소했고 순이익은 5억위안으로 17.7% 급증했으나 1-3분기 순이익은 13억위안으로 0.5% 증가에 그쳤다.
가격하락 행진에 코스트 절감 “총력전”
중국 배터리 관련기업들은 신규 진출기업이 급증하며 기존 설비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코스트 절감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음극은 석유 코크스를 침상 코크스로 전환하면 톤당 제조코스트를 0.3-0.5위안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흑연화 프로세스는 연속로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분리막은 중국기업들이 분리막 뿐만 아니라 원료까지 자급화하며 평방미터당 제조코스트를 0.05-0.08위안 감축하고 있으며, 전해액은 리튬
염과 육불화인산리튬(LiPF6) 코스트 감축이 요구되고 있다.
양극재는 제조 프로세스에 천연가스를 사용하면 에너지 소비량을 약 30% 감축 가능해 톤당 1만위안 상당의 코스트 억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추가적은 코스트 감축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신규 진출기업 증가는 판매가격 하향 안정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LFP용 전해액 판매가격은 2022년 12월 톤당 5만5000위안에서 2023년 9월 2만4000-2만6000위안으로 절반 이상 폭락했고 코스트가 2만-2만3000위안 수준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대폭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소재들도 비슷하며 획기적인 코스트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생산기업 수 증가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세가 수익 개선을 가로막는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생산기업들이 가동률을 최저수준으로 낮추거나 아예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우수한 기술, 설비를 보유한 중소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대기업들도 나타남에 따라 대대적인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일본, 하이엔드 전략으로 경쟁력 유지
국내기업이 주도하는 3원계 시장에서는 일본이 하이엔드 소재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하이엔드 전해액 시장 1위이며 2025년 점유율 25% 확보를 위해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기업들이 1회 충전당 주행거리 연장을 위해 고용량 LiB 채용을 가속화함에 따라 하이니켈계 양극재에 적합한 전해액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주행거리는 NCM(니켈‧망간‧코발트) 양극재 중 니켈 비중을 높여 에너지밀도를 개선하면 연장할 수 있으며 현재 니켈 비중 60%가 주류이나 조만간 90%대 하이니켈 양극재 채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츠비시케미칼은 하이니켈 소재 외에 전고체전지 등 고체 배터리용 신소재에도 주목하고 있다.
고체 배터리용 양극재는 기존 LiB 양극재보다 고용량화가 용이하고 5V급 전위를 갖출 것으로 기대되며 신규 첨가제를 개발하거나 기존 첨가제 조합을 다양화함으로써 전용 전해액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음극재는 저팽창성이 우수한 천연흑연 소재로 신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배터리 장수명화를 실현하고 있다.
2024년 양산화할 천연흑연 음극재 신제품은 인조흑연과 거의 동등한 사이클 수명을 달성했으며 천연흑연 제조공정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인조흑연보다 적다는 점을 살려 2025년 이후 환경 의식이 높은 유럽 자동차‧배터리 관련기업 채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점유율 변화,중국 배터리 소재 투자계획, 중국 배터리 소재 메이저 영업실적(2023), 중국 배터리 소재별 코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