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화학 메이저들이 본격적인 수익 개선에 나섰다.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연합(EU) 화학산업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바스프(BASF), 랑세스(Lanxess) 등 화학 메이저들이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화학산업협회(CEFIC)에 따르면, 2023년 EU 회원 27개국은 화학제품 생산량 및 수출량, 수입량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고 화학산업의 중심지인 독일의 부진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한 에너지 코스트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수출량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바스프, 2026년까지 독일 본사 중심 구조개혁
바스프는 최근 독일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 본사를 중심으로 수익구조 개선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바스프는 2015년 독일에서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올렸으나 2022년과 2023년 독일 이외 사업에서는 흑자를 냈음에도 전체 사업에서 2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사업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바스프는 2023년 매출액이 689억유로(약 110조원)로 전년대비 21.0%, 특별항목 공제 전 EBIT(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38억유로로 45.0% 급감했다.
매출 감소는 원료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거의 대부분 부문에서 판매가격 인하가 불가피했고 판매량도 줄었기 때문이며, EBIT 감소는 화학 및 소재 사업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화학 사업은 이익률 하락 및 판매량 감소가 이어진 가운데 지분법 적용법인 기여가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됐고, 소재 사업은 PA(Polyamide)와 암모니아(Ammonia) 이익률이 하락함에 따라 타격을 받았다.
또 유럽 이외 지역의 특별항목 공제 전 EBIT는 29억유로, 독일을 제외한 유럽은 15억유로였던 반면, 독일은 마이너스 6억유로로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본사를 중심으로 한 독일 사업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바스프는 독일 사업에 대해 수요 감소로 판매량이 감소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 코스트가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적자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타격 “심각”
루트비히스하펜 본사 사업장은 바스프의 최대 생산기지(페어분트: Verbund)이자 대량의 천연가스를 소비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스프는 2022년 코스트 감축 프로그램을 시작해 2026년 말까지 루트비히스하펜을 중심으로 한 유럽 비제조 부문에서 7억유로, 유럽 이외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 및 글로벌 디지털 서비스 부문에서 2억유로, 루트비히스하펜에서는 카프로락탐(Caprolactam), TDI(Toluene Diisocyanate) 등 가동중단을 통해 2억유로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고 2023년까지 6억유로를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2026년 말까지 루트비히스하펜에서 10억유로의 코스트를 추가로 감축하기 위해 인원 감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조만간 상세 결정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최근의 수익성 악화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장기적으로 루트비히스하펜 페어분트의 구조 개혁을 위해 보다 명확한 전략을 세우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2024년 하반기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LiB(리튬이온전지) 메이저 산산(Shanshan)과의 양극재 합작투자나 중국 잔장(Zhangjiang) 페어분트 건설 등 중국 및 아시아에서 메가 프로젝트를 담당한 마커스 카미트 회장(4월 취임)과 새로운 경영진이 담당할 방침이다.
랑세스, 스페셜티 전환에 2-3년 집중
랑세스는 과감한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경영에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엘(Bayer)에서 분사된 시절부터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던 폴리머 부문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한편 스페셜티 분야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계속하며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앞으로 2-3년은 인수 사업 통합(PMI) 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랑세스는 최근 유럽 화학산업의 수익 부진이 △세계적인 수요 감소 △수요기업 과잉 재고에 따른 판매량 급감 △에너지 위기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랑세스 역시 주요 3대 사업영역 중 수지‧고무용 첨가제를 생산하는 특수첨가제 부문과 화학제품 중간체와 무기안료 등을 생산하는 고기능 중간체 사업에서 판매가격 하락을 피하지 못해 2023년 매출이 전년대비 17% 감소하고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45%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순이익은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사업을 미국 투자기업 어드벤트 인터내셔널(Advent International)과의 합작기업으로 이관하며 발생한 사업 양도 이익이 반영돼 70% 급증했다.
폴리머 매각하며 포트폴리오 혁신
랑세스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본격화하며 수익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에는 2004년 바이엘로부터 분사된 시절부터 수익 대부분을 차지했던 폴리머(합성고무 및 수지) 사업의 비중이 컸고 자동차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60%에 달해 경기 변동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으나 최근 5년 사이 범용성이 큰 폴리머 사업을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스페셜티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경기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사업구조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주요 3대 사업 중 향료 원료와 항균‧살균제 등을 생산하는 소비자 보호 사업은 2023년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지 않으며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전체 영업실적 악화를 일부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매출액의 60-70%가 유럽에서 발생했으나 최근 인수합병을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중심으로 진행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랑세스는 현재 코스트 감축 및 구조개혁 계획 Forward!를 진행하며 2023년 약 1억유로(약 1600억원)의 코스트를 감축했고 2025년 이후 매년 1억5000만유로를 감축하는 구조를 확립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EP 사업을 분리한 후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폴리머 사업이었던 우레탄(Urethane) 시스템하우스 사업까지 2023년 11월 매각 방침을 발표하며 스페셜티 중심으로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셀라니즈, 초산 130만톤 신규 건설
셀라니즈(Celanease)는 초산(Acetic Acid) 등 아세틸 체인과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사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라니즈는 초산과 유도제품으로 구성된 아세틸 체인 사업과 EP 등 엔지니어드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2021년 엔지니어드 소재 사업부에서 엑손모빌(ExxonMobil)의 TPV(Thermoplastic Vulcanizate) 사업을 인수한데 이어 2022년에는 듀폰(DuPont)의 나일론(Nylon) 및 엘라스토머(Elastomer) 사업을 인수하며 사업규모를 확대했다.
아세틸렌 체인은 앞으로 초산 생산능력을 확대해 코스트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운스트림을 확충함으로써 이익률 25% 이상을 확보할 예정이다.
기초화학제품 초산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에 생산능력 130만톤의 신규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으며 가동 후 코스트 경쟁력을 강화해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 25%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생산물량 중 일부는 상업판매에 투입하나 나머지를 자체 생산하는 초산 유도제품 원료로 꾸준히 사용하면서 코스트 우위를 점하고 매년 1억달러 상당의 수익 창출에 활용할 계획이다.
유도제품은 VAM(Vinyl Acetate Monomer), EVA(Ethylene Vinyl Acetate), 비닐아크릴, 아크릴산스타이렌 등 에멀전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다운스트림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건설, 토목‧건축, 페인트‧코팅 분야에서 신규 수요기업을 확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현재 기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수요기업과 공동으로 신규 용도를 개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P는 EBITDA 10% 성장 목표
엔지니어드 소재 사업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20종 이상의 EP 라인업을 확보했으며 대규모 인수합병 투자를 마치고 일원화된 기간업무시스템(ERP) 등 통합 신체제 아래 효율성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코스트 감축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향상에 나설 방침이며 엘라스토머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미국 스포츠 용품 생산기업과 언더아머 및 재생가능한 고기능 섬유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하이엔드제품을 중심으로 한 신제품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임플란트 등 의료용 소재 관련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EBITDA를 연평균 10%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라니즈는 2023년 화학제품 재고 조정 등 사업환경 악화 속에서도 매출액이 109억달러(약 16조2000억원)로 전년대비 13.1%, 영업이익은 16억달러로 22.4% 증가했다.
앞으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베이스 메탄올(Methanol)과 초산 투자 및 EP 통합 효과를 확대하고 범용화학제품부터 기능성 화학제품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을 살려 앞으로도 고수익‧고성장 체제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아세틸체인과 엔지니어드 소재 사업의 출발원료로 사용하는 메탄올은 텍사스에서 주변 사업장으로부터 배출된 이산화탄소(CO2)를 원료로 취하는 CCU 베이스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능력은 13만톤이며 CCU 베이스 메탄올로 생산한 유도제품을 친환경제품으로 공급하며 최근 확대되고 있는 탄소중립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석유화학산업이 집적된 텍사스에서 생산해 수소 조달 분야에서 우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며 당장 차기 증설을 준비하고 있지 않으나 생산능력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헤레우스, 반도체 중심으로 종합 메이저 “꿈”
헤레우스(Heraeus)는 종합 소재 생산기업으로 도약한다.
헤레우스는 반도체‧전자, 헬스케어, 환경‧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세계 유수의 종합 소재 생산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공개했다.
반도체 소재는 중국 합성 석영유리 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미국에 포토레지스트용 소재 공장을 건설하는 등 공급망을 확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헬스케어는 유럽‧미국에서 공급하고 있는 의료용 소재를 아시아에도 공급할 예정이며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를 중심으로 제조용 부품 및 소재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모든 분야에서 경영자원을 적극 투입함으로써 세계 3위 생산기업으로 등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헤레우스는 금속‧리사이클, 반도체‧전자, 헬스케어, 용융금속 제조공정용 기기 등 공업 분야 4대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2022년 매출이 약 40조원에 달했다.
다만, 귀금속 사업의 비중이 큰 편이어서 다른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전자 분야에 설비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2023년 독일 헤센(Land Hessen) 본사 인근에 합성 석영유리 공장을 건설해 가동을 시작했으며, 중국 공장은 랴오닝성(Liaoning)으로 이전하며 생산능력을 확대해 2024년 말 가동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오하이오에 포토레지스트용 초고순도 화학제품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캐퍼시터용 도전성 폴리머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는 실리콘(Silicone) 사이클 영향 아래 있으나 AI(인공지능) 보급을 타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계속하고 세계 각국이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해 자체 서플라이체인 구축을 진행하고 있어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헬스케어 다양화에 수소‧암모니아 투자 추진
헬스케어 사업은 정형외과 소재가 주력이며 뼈와 연골, 연부조직 재생치료용 임플란트 소재 등이 대표제품인 가운데 최근 순환기 영역에서 저침습 의료기기 카테터와 가이드 와이어 등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사업이 유럽‧미국 중심이고 주로 글로벌 의료기기 메이저에게 공급하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공업 분야는 제철 등 용융 금속 프로세스용 각종 센서를 생산하고 있으며 자회사 Heraeus Electro-Nite의 일본 본사 및 공장을 치바(Chiba)에서 기후(Gifu)로 옮겨 2025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미래 수익원으로 기대하고 있는 신규 사업 육성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점 분야로 설정한 차세대 에너지 분야의 수소 사업은 2024년 1월 수소 관련 사업화 기회 모색을 담당할 전문부문을 신설했다. 수소 제조용을 주목하고 있으며 최근 산업계 표준 자리를 두고 제조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스타트업 출자, 연구개발(R&D) 투자, 학술기관과 협업을 통해 시장 침투력을 높이고 경쟁우위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수소 컨소시엄에서 암모니아(Ammonia)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차세대 암모니아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일본 스타트업 Tsubame BHB에 출자했으며 촉매용 귀금속 공급, 분산형 암모니아 사업모델 구축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귀금속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반도체, 헬스케어, 차세대 에너지 등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함으로써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최고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목표로 설정한 글로벌 종합 소재 생산기업으로 도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