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수출의존도 높아 타격 막대 … 무관세 무역 중단 우려
타이완 석유화학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익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타이완 석유화학협회(PIAT)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을 490만톤 확대해 타이완 석유화학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에틸렌 뿐만 아니라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아라미드, 탄소섬유, POE(Polyolefin Elastomer), 초고분자량 PE(UHMWPE: Ultra-High Molecular Weight Polyethylene), EVA(Ethylene Vinyl Acetate) 등 고부가가치제품 생산까지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타이완 석유화학산업은 중국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이 자급화에 속도를 내고 수출까지 확대한다면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에서 타이완산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FPC(Formosa Plastics), 난야플래스틱(Nan Ya Plastics) 등 석유화학 메이저들은 주요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타이완 석유화학산업은 CPC가 NCC(Naphtha Cracking Center) 상업가동을 개시한 1968년 이래 본격적으로 형성됐으며 주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가동하면서 패션, 스포츠용품부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타이완에 위탁 생산기업이 집약된 분야를 중심으로 원료 공급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전자산업이 타이완 전체 제조업 중 주요 수출산업 자리를 거머쥐기까지 석유화학산업이 수출을 주도했다.
그러나 2023년 중국발 공급과잉과 타이완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주요 기초화학원료 생산량은 전년대비 12%, 유도제품 역시 9% 감소했다.
일부에서 4월 지진, 10월 태풍 피해로 주요 생산설비 중 가동을 중단한 곳이 많았던 것을 생산량 감소 요인이라고 지적했으나 PIAT는 자연재해 영향보다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가 크다고 판단하고 2024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이완 석유화학기업들은 최근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타이, 인디아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 개척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일부는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움직임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생산기지를 동남아 이외 지역으로 옮긴다 해도 결국 화학소재의 사양을 결정하는 것은 주요 전방산업 사업장이 소재한 타이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미 타이완에 진출한 일본 화학기업들은 타이완에서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하는 등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레이(Toray), AGC, 세키스이케미칼(Sekisui Chemical)은 모두 2025년 사업 개시를 목표로 타이완 현지에서 반도체와 전자정보 관련제품 기술지원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또 R&D 기능을 활용해 바이오 원료 및 리사이클 소재 등 탈탄소화에 기여하는 친환경제품을 개발하는 작업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치메이(Chimei)와 이산화탄소(CO2)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 변화가 타이완 석유화학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2024년 5월 타이완과 체결했던 해협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라 관세를 인하했던 품목에서 석유화학, 방적, 철강, 금속, 수송기기 등 134개 품목을 제외했다. 이미 1월부터 기초화학제품 등을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고 각종 화학제품과 수지로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해 사실상 화학산업 대부분이 영향을 받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과 타이완은 2010년 6월 ECFA 체결, 9월 발효해 자유무역협정(FTA), 경제동반자협정(EPA)와 비슷하게 각종 생산제품 및 서비스 무역을 자유화했다.
이후 2011년 1월1일부터 타이완산 생산제품 267개, 중국산 생산제품 539개를 대상으로 3단계에 걸쳐 관세를 인하하면서 보다 실효성 있는 무역 자유화에 나섰으며 2013년 1월부터는 대상품목 전부에 대해 무관세 무역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2023년 12월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P-X(Para-Xylene), 프로필렌(Propylene), PVC(Polyvinyl Chloride), 부타디엔(Butadiene), 이소프렌(Isoprene) 등 12개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타이완이 중국산 석유화학제품에 대해 ECFA에 위반된 수입 제한 조치를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2024년 5월에는 EG(Ethylene Glycol)와 초산비닐 등 중간체, 비이온 유기계면활성제 등 고기능제품, 점착제,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보드·필름 등 다운스트림까지 포함해 47개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중단을 결정해 모든 대상 품목들이 관세 1-12% 상당을 부과받게 됐다.
2023년 기준으로 중국 수출액이 98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화학산업 전반이 받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기초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새롭게 부과되는 관세를 적용한 수출가격 협상이 시작되고 있고 타이완에 진출한 해외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에 앞으로 타이완 설비투자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4년 10월10일에도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이 자치의 권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석유화학산업의 우려 요소로 파악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