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5.04.28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전력 코스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3년 동안 70% 가까이 올려 전력 코스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연간 전력요금 부담이 무려 1500억원에 달한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LG화학, SK어드밴스드, 한화솔루션 등이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공급받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직접 사들여 사용하는 직접구매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해가 간다. 여러 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있음에도 한국전력에서 공급받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전력이 공급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약 182원으로 4월16-22일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된 전기 도매가격(SMP: 계통한계가격) 평균 124.7원을 크게 웃돈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전력 코스트가 제조원가의 10%에 달할 정도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산업은 석유화학만이 아니다. 전력 의존도가 높은 철강, 시멘트도 마찬가지로 시멘트는 설비의 30%를 가동중단하고 있다고 한다. 2024년 말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1년 말에 비해 76% 폭등함에 따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면서 한국전력이 막대한 부채를 안을 수밖에 없었고, 적자가 눈처럼 쌓이자 손쉬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원인일 것이다. 가정용이나 상업용은 반발이 심하고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산업용 위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결과로 판단된다.
정치권의 표퓰리즘이 정치 영역을 벗어나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전력은 국영이어서 국가 전체의 신용등급을 좌우할 수 있는 위험부담까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가 정치권만 탓하고 있을 수 없는 것도 한계이다. 수출을 이끌어 오늘날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공을 인정함에도 원유 한 방울도 생산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중화학 위주로 투자했고 지구온난화로 탄소 배출량 감축을 회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절감 투자를 소홀히 한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잘못을 탓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지금이라도 산업단지별로 SMR(소형 모듈 원자로)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SMR은 터빈을 돌리기 위한 증기 발생기, 압력을 가해주는 가압기, 핵연료가 담긴 원자로가 하나에 담긴 일체형 소형 원자력발전소로 크기가 작고 건설비용도 적으며 건설기간도 짧아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고 있다. 기존 원자력발전소는 건설기간이 최소 8년 걸리나 SMR은 3년이면 충분하고, 건설비용도 3000억원 수준으로 원전 5조-10조원에 비할 바 아니다. 전력 생산능력도 0.3GW 이하여서 분산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특히, 석유나 석탄을 태워 열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화력발전소와 달리 SMR은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고 방사선 누출 위험도 적은 편이다. 또 SMR은 냉각수가 내부에 설치돼 내륙에도 건설할 수 있고, 송전망을 따로 구축할 필요도 없다.
세계적으로 SMR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등이고 한국도 핵심 기술을 인증받아 두산을 비롯해 엔지니어링 전문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큰 장애물이 없는 상태이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문제가 있으나, 화학단지별로 조율을 거쳐 SMR을 건설하기까지는 5년 이상 걸린다고 볼 때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석유화학 또는 철강단지는 전력 사용량이 커 SMR을 활용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 확실하다.
<화학저널 2025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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