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수를 잡아라!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고, 월드컵 본선경기를 한국에서 치르기로 확정하면서 연이어 터져나온 함성이다.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무대에 진출하고 중국의 본선리그 3경기가 한국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관광·여행·항공 및 관련산업들이 동반호황을 예상하고 중국고객 끌기에 여념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자, 자동차를 비롯해 중국시장에 진출한 관련기업들이 중국경기 입장권을 선매하면서 선심성 공세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중국시장이 크기는 크다는 생각이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인구가 13억명이 넘고 그 중에서도 한국의 상류층에 해당하는 갑부가 적어도 3000만-4000만명, 많게는 1억2000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월드컵을 매개로 한 한국상품 홍보와 판매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중국의 10가구에서 TV나 냉장고, 자동차 1대씩만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다. 2000만-2500만대를 판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에 상품을 직접 팔지 않더라도 중국이 본선리그 3경기를 한국에서 치름으로써 한국이 얻게되는 경제적 효과만 계산해도 막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중국 축구팀 경기당 1만-2만명, 3경기를 합해 3만-6만명의 중국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을 것으로 추산하고, 입장권 구입비용을 포함해 1인당 평균 1500달러를 쓴다고 가정해 5000만-1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외화수입을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한국상품을 마냥 좋아하는 것은 아님도 알아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현지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한국문화 및 한국상품에 대한 시각」 설문조사에서 중국인들은 한국상품에 대해 보통이다 58%, 좋다 26%, 관심없다 10%, 나쁘다 7% 등으로 평가했다고 하지 않은가? 한류(韓流) 열풍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한국상품의 장점으로 패션(36%)과 품질(28%)의 우수성을, 단점으로는 비싼 가격(56%)을 가장 많이 꼽았고, 우수상품으로는 의류(31%), 전자제품(30%), 자동차·기계(22%) 등을 들었으나, 한국과 연상되는 것으로는 한국요리(68명), 그룹 HOT(65명), 의류(27명), 자동차(24명), 가요(22명), 축구(21명), 전자제품(15명), TV드라마(14명), 탤런트(13명) 등으로 산업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무역, 투자를 중심으로 전면적이고 급진적으로 이루어져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나 관련업계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중국수출이 12억-15억달러 늘어나겠지만 중국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져 중국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한국상품의 수출이 감소하고 농수산물 수입 급증으로 인한 통상마찰, 불법 노무인력의 유입 및 상표 도용 등 비경제 분야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을 뿐인 것이다. 화학산업도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관세인하에 따른 중국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상승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중국이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선진 다국적 화학기업과의 합작투자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어 2005-06년 또는 2006-10년에는 중국 화학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중국수출에 치명타를 안겨줄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이 중국의 성장에 대비해 중국시장에 대한 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직접투자를 통한 생산 및 영업기반 확보, 공정개선 등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 화학제품의 품질 향상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고 있다. SK가 중국대륙에서 난치병 치료약을 개발하는 등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를 추진하겠다는 것과 LG화학이 중국의 PVC 및 ABS 생산능력을 50만톤 안팎으로 대폭 확장하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석유화학은 특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합성수지 생산량의 60-70%를 수출하고, 수출량의 50-70%를 중국으로 내보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간 10억원이 훨씬 넘는 예산을 쓰고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2002년을 앞두고 화학산업계의 자성과 심기일전을 기대하며, 특히 석유화학협회 임원진의 환골탈퇴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화학저널 2001/12/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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