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14.02.17
일본 석유화학산업이 죽어가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아니라 그 어떠한 수단을 강구해도 일본 화학산업이 회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엔고가 3-4년만 지속됐으면 일본 화학산업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다.하지만, 일본 화학산업은 아직도 건재한 상태이다. 석유화학이 중심인 종합화학기업들도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생기를 되찾고 있으며 2014년에는 대규모 흑자경영을 꿈꾸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화학산업 관계자들은 엔고가 지속되자 일본 화학산업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일본 화학산업은 오늘날에도 든든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으며 또다른 부흥을 꿈꾸면서 아시아를 불호령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소니가 세계를 주름잡던 기억을 추억으로 남긴 채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본 화학기업들도 비슷하겠지 생각했다면 그보다 더 큰 착각은 없다는 점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일본 화학산업은 기초체력이 튼튼하고 미국이나 서유럽 강국들도 범접하기 어려운 특별한 구석이 있으며 당분간은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응용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세상을 휩쓸던 시절에 일본 화학기업들이 없었다면 반도체가 꽃을 피웠을지 의문이고, 전자제품이 홍수를 이루었을 때도 일본이 전자소재를 공급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3-4년 전부터 부상하고 있는 2차전지나 태양광도 마찬가지로 일본 화학기업들이 핵심 소재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가능했겠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석유화학은 범용기술과 대규모 자본투자를 필요로 하는 기간산업으로 대량 생산이 기본이어서 고정코스트가 높고 원료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이 당연하나, 정밀화학이나 특수화학은 대량생산보다는 소량생산이 기본이고 고기능성 화학제품으로 기술 차별화가 필수적이어서 아무나 함부로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침체되고 일본 산업이 쓰러져갈 때도 일본 화학산업이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석유화학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정밀화학, 특수화학을 육성해 차별화시켰기 때문으로 판단되고 있다. 아직도 2차전지, 반도체의 일부 소재나 특수 첨가제는 일본제품을 대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일본 화학산업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반도체, 전자를 넘어서 2차전지, 태양광, 자동차용 소재 및 원료를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고, 현재의 연구개발 투자로 가능할지 의문시되는 구석도 많다. 매출의 0.2-0.3%를 연구개발에 할애해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R&D 비중을 매출의 2-3%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개발방향을 명확히 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본을 앞서갈 수도 있을 것이다. 잡념을 버리고 집중할 수 있다면… <화학저널 2014년 2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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