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12일 파리협정이 채택됨으로써 선진국, 후진국 구분 없이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게 돼 기후변화 대응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체제는 선진국에게만 감축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미국, 중국 등 온실가스 배출대국 대부분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제2차 공약기간에 참여하는 나라는 195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가운데 37개에 불과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에만 적용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파리협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사회로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되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장기목표와 함께 21세기 후반에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다는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21세기 말까지 추가 배출을 제로로 설정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화석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더군다나 지구 평균기온이 이미 1도 가량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이미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모두 이행해도 1.7도 이상 추가 상승이 확실시돼 파리협정이 말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목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파리회의에 참여한 국가들이 5년 단위로 점점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내놓아야 하고, 모든 당사국들이 장기 저탄소 개발전략을 마련해 2020년까지 제출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구속하는 장치를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투명한 검증과정을 거쳐 국제사회에 공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약속을 어기면 <불량국가>로 낙인찍힐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철저한 이행계획(로드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2012년)이기 때문이다.
다만, 로드맵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연도별 감축목표, 산업·건물·수송·에너지 등 부문별 및 업종별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하나 감축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갈등과 진통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파리협정 비준절차를 밟는 한편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에 202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하도록 규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한 기여계획에 맞춰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자체도 재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산업계는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서 배출권이 과소 할당돼 생산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며 추가 할당을 요구하고 있어 감축목표 수정을 계기로 추가 할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7월 확정한 <제7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서 2029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 온실가스 감축성과 “별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에 따라 할당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한국거래소에서 배출권을 거래하고 있다.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2030년까지 BAU 대비 37% 감축을 목표로 2009년 도입됐다.
감축 목표치는 해당기업의 3년간 온실가스 배출실적을 기준으로 생산증가 예상치 및 온실가스 감축 계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이행계획을 만들고 매년 이행결과를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감축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하지만, 석유화학기업들은 전체의 13%만이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공개하고 대다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석유화학기업들의 배출량 2억5000만톤 가운데 1억4370만톤을 할당함으로써 매년 20억-70억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배출량을 다시 산정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CDP, 석유화학기업의 10%만 참여
탄소발전프로젝트(CDP)는 투자기업의 기후변화 성과를 평가해 투자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으며 탄소배출량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가총액 250위 이내 및 10대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0대 가운데 81%가 CDP를 통해 탄소 발생량과 기후변화 대응활동을 공개하고 있는 반면 국내기업은 상위 100대의 66%, 101-250위의 16%가 대응하는데 그치고 있다.
CDP 평가점수는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이 높았고 SK케미칼은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OCI머티리얼즈는 1년 연속 응답하지 않았고, 대한유화와 휴켐스는 2년, OCI와 카프로는 3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 남해화학은 4년 동안 온실가스 감축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는 지속가능보고서나 자체적인 창구를 통해 공개하고 있으나 석유화학을 포함한 국내기업의 10% 수준이 온실가스 감축량 및 목표치를 공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가 의무화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별 할당량은 공개했으나 해당기업의 할당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기업의 재무상태가 반영될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할당량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감축 목표는 2030년 25.7% 감축에서 국제시장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11.3%를 추가해 37%로 설정했다. 2030년 목표를 높게 설정함에 따라 할당량이 기존 1억4370만톤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LG화학, 온실가스 배출량 “1위”
온실가스는 전력, 스팀 사용 등으로 주로 발생하며 석유화학 플랜트의 배출량이 많은 편이다.
롯데케미칼, 삼성정밀화학, 애경유화, 코스모신소재, 한화토탈, 한화화인케미칼은 실시간 계측 시스템을 보유해 주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여천NCC 순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화학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2년 648만8689톤, 2013년 716만3510톤에서 2014년 707만5962톤으로 8만7548톤을 감축했고, 롯데케미칼은 2012년 563만7339톤, 2013년 588만5815톤에서 2014년 584만3621톤으로 4만2194톤 줄였으며, 여천NCC는 2012년 367만5253톤, 2013년 368만5038톤, 2014년 359만5850톤으로 2012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NCC(Naphtha Cracking Center) 가동률 변화와 정기보수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저감활동을 시도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2012년 정기보수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원단위 기준으로 환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OCI는 원단위 기준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해 열병합발전 운영, 폐열 회수를 통한 공정개선, 폐열 보일러 개선 등을 통해 저감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TDI(Toluene Diisocyanate) 플랜트는 폐열을 통한 스팀 생산설비를 설치해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도 울산단지에 폐열 회수공정을 설치해 스팀 및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고, 이수화학은 2015년 2/4분기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치가 16만608톤이나 실제 15만4434톤을 배출해 103.8% 초과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산업은 2011-13년 2년 동안 40%를 감축했으며 매월 실천테마를 변경해 온실가스를 관리하고 있다. 설비 개선을 통해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고 물 절약, 나무심기, 잔반 줄이기 등 매월 프로젝트를 시행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있다.
다만, 대림산업은 대부분의 온실가스 감축이 건설부문에 집중돼 석유화학 분야는 개선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단지별로 온실가스 감축 추진
롯데케미칼(대표 허수영)은 구체적인 목표를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단위 기준으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가 전체 목표치보다 높은 감축률을 달성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여수단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2년 213만3373톤에서 2014년 244만7107톤으로 증가했으나 대산단지는 2012년 242만5001톤, 2014년 242만3170톤으로 변동이 없었다. 울산단지는 105만2442톤에서 2014년 97만6298톤으로 줄었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SAP 기반의 GEMS(Greenhouse Gas & Energy Management System)를 국내 석유화학기업 최초로 구축하고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사전분석으로 비용절감 및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울산, 여수, 대산 등 단지별로 온실가스 절감 아이템을 선정해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공장에서는 냉각수 펌프 1기 전환으로 전력을 절감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으며, 타워 운전 최적화를 통해 증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울산공장에서는 P-X(Para-Xylene) 플랜트의 LNG(액화천연가스) 절감을 통해 열량 사용을 합리화하고,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No.2 플랜트는 LL Extractor 설치를 통해 전력을 절감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환경투자를 매년 확대하고 있으며 전체 사업장에서 온실가스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온길가스 감축노력에도 증가세
한화케미칼(대표 김창범)은 2009년부터 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국내 석유화학기업 최초로 2013년 7월 탄소에너지경영 국제인증(CTS)을 획득했다.
CTS 인증은 체계적인 에너지경영시스템 구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우수기업에게 주어지며 한화케미칼을 포함해 11사가 인증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화케미칼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2년 207만1007톤, 2013년 212만2790톤, 2014년 243만9601톤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CA(Chlor-Alkali) 공장의 전해조 멤브레인 및 전극 교체를 통해 전력 소비량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을 시도하고 있으며, 가성소다를 고농도로 탱크로리에 공급하지 않고 저농도(25%) 가성소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직접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한화토탈과 한화화인케미칼은 분기마다 온실가스 배출현황을 공개하는 등 자발적인 감축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SK케미칼, 그룹에서 유일하게 감축 노력
SK케미칼(대표 김철)은 탄소중립을 반영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거나 배출된 온실가스를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바이오매스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울산 컴플렉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율로 산정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2년 46만7167톤, 2013년 48만3945톤, 2014년 52만35톤으로 증가했으며 원단위 기준도 2012년 61.08, 2013년 61.83, 2014년 67.82로 높아지고 있다.
SK그룹은 SK케미칼 외에는 SKC, SK네트웍스, SK이노베이션 등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감축방안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도 설정하고 있으나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목표치에 미달했다.
컴플렉스의 탄소중립 목표를 2020년 100%에서 2015년 43%, 2016년 50%, 2017년 52%, 2018년 66%, 2019년 67%로 낮추어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SK케미칼은 목표 달성을 위해 2014년 폐목재 연료를 석탄보일러에 혼합 연소시키기 위한 설비투자를 단행했고 2015년에는 에코그린 보일러 증설 및 바이오가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폐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재활용하면 온실가스 저감효과와 동시에 메탄가스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은 폐수처리 설비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포집해 SK유화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보일러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배출권거래, 2015년 거래일 3일에 불과
한국거래소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2015년 1월12일 개장한 이후 거래일이 3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권 거래제는 해당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고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으면 남는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고 많으면 구매토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 거래하지 않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정부가 할당한 배출량은 해당기업이 요구했던 것에 비해 20% 수준 적어 대부분이 할당량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배출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여유가 있어도 판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배출권은 감축목표를 달성해도 부족분은 이월이 가능해 관련기업들이 거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 성적표 제출 시한인 2016년 6월이 다가오면 거래량이 늘어나고 거래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출권 장외거래 시장은 2015년 10월 기준 톤당 1만4000원 수준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벌금이 배출권의 3배이기 때문에 톤당 3만원이 넘어서면 배출권을 거래하기보다 벌금을 지불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다만, 환경부에서 과징금을 크게 올릴 것으로 예상해 관련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설비개선 투자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학저널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