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폭락을 거듭한 끝에 20달러대로 떨어졌다.
2014년 중국경제의 침체조짐에 셰일가스·오일 부상으로 배럴당 100-120달러의 초강세를 끝내고 70-80달러로 곤두박질칠 때만해도 설마 30달러가 무너지겠느냐고 의문시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으나 결국 30달러를 버텨내지 못하고 20달러대 후반으로 미끄러졌다.
OPEC이 셰일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생산쿼터 1일 3000만배럴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란이 원유 수출을 당장 50만배럴 늘리고 6개월 후에는 50만배럴을 추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경제가 고공행진을 지속했다면 이란의 수출 확대물량 정도는 쉽게 소화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를 너무 믿은 것이 화근으로 작용했고, 앞으로도 국제유가를 뒷받침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석유화학을 비롯한 화학산업이 국제유가가 30달러 아래로 폭락함으로써 동전의 양면과 같은 딜레마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폭락했으니 원료가격이 하락해 코스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대가 크나, 한편으로 수익성을 최소화시키거나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50-60달러에서 20달러대 후반으로 미끄러지는 동안 크지는 않았지만 재고손실이 불가피했고 앞으로 추가 하락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나프타 가격이 국제유가에 비례해 하락한다면 그런대로 대비할 수 있겠지만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2015년에는 나프타 가격이 크게 변동하지 않고 400달러대에 머무른 반면 에틸렌은 초강세를 나타내 에틸렌과 나프타 사이의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됨으로써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프로필렌이 초약세로 돌아서고 PE, PP 등 다운스트림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에틸렌의 수익성이 양호해 전체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수익성이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고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동 및 유럽이 나프타 생산을 줄이고 미국이 나프타, 컨덴세이트 수출을 확대하지 않는 반면, LPG는 사우디가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의 수출도 기대하기 힘들어 당분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설혹, 나프타 가격이 낮은 수준을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변동성이 커지면 석유화학기업들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재고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재고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즈음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코스트 부담이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나프타, LPG 시세를 관망하면서 적기에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이유이다. 에너지 및 원료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할 때는 지금까지와 같은 주먹구구식 구매방식으로 대응하기 곤란하다는 것은 모두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과 같이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국제유가 및 원료가격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