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백, 프탈레이트 500배 이상 검출
혈액백은 수액백 및 세트에 비해 프탈레이트가 500배 높아 사용규제가 시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외국에서도 혈액백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고 국내도 사용상의 주의만 권고하고 있으며 PVC(Polyvinyl Chloride) 의료용품 대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사용률을 줄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식약처는 관계자는 “국제기준에 미치지 않는 만큼 문제가 없다”며 “아직 사용을 제한하는 국가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럽은 2015년 2월21일부터 유럽화학물질청의 사용 승인제품만 사용 가능하도록 프탈레이트(Phthalate)계 의료장비 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장비를 제외한 어린이용품 및 완구용 플래스틱을 중심으로 기준치 총합 0.1%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어린이용품도 DEHP(Diethylhexyl Phthalate), DBP(Dibutyl Phthalate), BBP(Butylbenzene Phthalate) 등 3종을 0.1%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어린이 입에 넣어 사용할 수 있는 유아용제품은 DINP(Diisononyl Phthalate), DIDP (Diisedecyl Phthalate), DnOP(Di-n-octyl Phthalate)까지 0.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시장은 민감한 환자에게 프탈레이트류 의류장비의 대체물질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사실상 대체되기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혈액 투석기 등 각종 채혈장비는 환경호르몬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사용규제가 요구되고 있다.
혈액백 사용이 많은 대한적십자는 2011-2013년 10만7778세트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3년부터 2014년 9월까지 7만9335세트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십자, 수혈용 혈액백 여전히 PVC로…
녹십자는 독점공급하고 있는 수혈용 혈액백에 PVC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혈액백은 대한적십사 등에서 헌혈을 담는 주머니 형태로 분자 비닐류 시트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함유량이 기준치 이하이고 우수한 물성을 대체할 물질이 없어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액백, 수액세트 등 대부분 PVC를 사용하는 의료소재 및 기기를 규제하고 있어 혈액백도 PVC 사용규제가 엄격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의원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DEHP가 첨가된 혈액백에서 수액세트보다 프탈레이트가 500배 더 많이 나온다는 실험결과가 있다”며 수액세트에 대해서만 사용중단 결정을 내린 정부에 대해 질책했다.
DEHP는 2005년 유럽연합 환경과학위원회가 발암성과 변이독성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미국암학회(ACS)와 국립암연구소(NCI) 등도 2010년 20가지 발암위험 물질 중 하나로 선정했다.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은 DEHP를 환경호르몬 67개 물질 중 하나로 분류했다.
시장 관계자는 “DEHP는 간암과 췌장암을 불러일으키고 생식과 성장에 해를 끼치는 강력한 독성물질“이라고 주장했다.
혈액백은 녹십자엠에스와 군소기업 2곳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녹십자엠에스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십자엠에스는 낙찰점유율이 대한적십자 70%, 한마음혈액원 100%로 72%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혈액백은 PVC라는 염화비닐 중합체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분말인 PVC를 유연성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가소제인 DEHP를 투입해 혈액백을 제조하고 있다”며 “혈액백에 혈액이 담기면 가소제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녹십자엠에스 관계자는 “PVC를 대체할 수 없는 소재가 없어 유명 외국기업들도 모두 사용한다”며 “혈액백은 DEHP 용출 농도 기준 150ppm보다 훨씬 낮고 단점보다 장점이 100배는 크다”고 주장했다.
헌혈은 혈액을 채취해 혈액백에 채워 원심분리기를 통해 적혈구와 혈장, 혈소판 등으로 분리시켜 각각의 3-4개 백에 구분해 보관하고 있다.
녹십자엠에스는 수혈용 혈액백은 PVC를 사용하면 원심분리기에 넣어도 찢어지지 않고 적혈구 막이 보존되기 때문에 지질이 누출되지 않아 보존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도 대체소재가 없어 계속 사용을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DEHP 혈액백은 유용성이 잠재적 위험 노출보다 더 크기 때문에 국제기준에 맞춰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PVC 혈액백은 ISO 기준에 맞춰 DEHP 용출 농도 150ppm 이하면 허가가 가능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액세트는 사용자가 혈액백보다 훨씬 많고 대체품목이 있고 발암물질 논란을 고려해 일단 사용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며 “DEHP가 들어가는 혈액백에 대해서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지 조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DEHP 안전성은 이미 10년 전부터 대두되고 있어 식약처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녹십자엠에스도 새로운 대체품목을 개발하고 있으나 상용화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져 PVC계 혈액백을 상당기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엠에스, 20년 전 대체소재 개발했으나…
국내 혈액백은 PVC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가 1990년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녹십자엠에스가 비 PVC계 혈액백 R&D(연구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이해방 연구원은 1992년 <새로운 혈액백 재료의 연구 개발> 보고서를 통해 PVC 혈액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혈액백 대체소재는 PP-PE Copolymer, EEA(Ethylene-Ethyl Acrylate Copolymer), SEBS(Styrene Ethylene Butadiene Styrene Block Copolymer), TPX(Poly(4-methyl-1-pentene)), LDPE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EBS는 산소투과계수의 증가와 신도, 인장강도가 모두 우수해 대체 소재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보고서는 “대량 생산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해 보존기간과 보존성능을 평가받아 국내 전무했던 새로운 폴리올레핀계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녹십자엠에스가 20여년 동안 R&D를 소홀해 대체소재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녹십자엠에스는 2014년 R&D투자가 18억원으로 매출 대비 2.2%에 달했으나 혈액백 소재 개발에는 투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소도 POCT장비팀, 분자진단팀, 면역진단팀, 연구기획팀으로 구분되고 있어 혈액백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관계자는 “녹십자엠에스가 혈액백을 독점 공급함으로써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지 않는 이상 대체소재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PVC 가소제는 사용규제에도 불구하고 DEHP 수요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DEHP계인 DOP(Dioctyl Phthalate)가 물성 및 품질 면에서 PVC 가공제품 생산에 용이하고 대체 가소제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대체 가소제인 인산계, 아디핀산계(Adipic Acid) 등도 개발됐으나 가격이 높고 필름용 생산에서 DOP를 따라가기 힘들다”며 “의료용 수요가 1-2% 수준에 달하는 만큼 대체 소재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은 비 PVC 혈액백 상용화
선진국에서도 혈액백에 DEHP 사용을 전면 금지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유럽은 논란이 불거지자 친환경 소재의 연구용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고독성 환경호르몬이자 발암물질로 평가받는 DEHP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수혈용 혈액백이 유럽에선 이미 개발돼 시중에 판매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마코파마(MacoPharma)는 DEHP가 아닌 DINCH (Diisononyl-cyclohexane-1,2-dicarboxylate) 가소제를 사용한 대체품목을 개발했다.
세계에서 현존하는 몇 안 되는 대체품목으로 유럽의료기기안전지침에서도 DINCH 혈액백에 대한 사용조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생성 산하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NIHS) 연구에 따르면, DINCH는 DEHP의 장점인 적혈구 안정화를 충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미국 연구에서도 DINCH 혈액백이 적혈구 용혈을 보호해 대체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허웅 기자: hw@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