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산업도 과감한 구조개편이 요구되고 있으나 재벌경영으로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Dow Chemical과 DuPont은 50대50으로 합병하기로 2015년 12월 합의했으며 2016년 합병이 확실시되고 있다.
Dow Chemical과 DuPont은 2000년 이후 석유화학 등 저마진 사업을 포기하고 수익성 높은 스페셜티에 집중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화학기업들은 저마진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고 있고 스페셜티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중국, 동남아, 중동 등은 플랜트 위주의 석유화학 사업 투자를 계속하며 규모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메이저 경영방침을 추구할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으나 저수익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유지가 가능한 석유화학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삼성그룹이 화학사업에서 철수하는 수순을 밟아 한화그룹이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했고 2015년 롯데그룹이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의 화학사업부를 인수했다.
하지만, 대규모 합병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어 재벌경영이 화학산업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대부분 재벌그룹으로 총수일가가 지주기업 설립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고 있어 통합이 어렵기 때문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은 LG, 호텔롯데, 한화 등 지주기업 및 총수일가 지분이 30-50%를 차지하고 있어 CEO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이다.
지주기업 전환은 표면적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재무구조가 안정돼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국내기업들은 해당그룹 총수의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LG화학은 (주)LG의 지분이 34%이며 (주)LG의 지분은 구본무 11.28%를 비롯해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이 48.58%를 장악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2003년 3월 지주기업 설립 전까지 지분이 LG화학 5.8%, LG전자 6.6%, LG홈쇼핑 47.8%에 불과했으나 추가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유상증자를 통한 공개매수를 활용해 지주기업인 (주)LG의 지분 42.8%를 확보한 바 있다.
구본무 회장은 지주기업이 설립되기 전까지 LG화학과 LG전자의 CEO를 맡고 있었으나 지주기업으로 (주)LG의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주력 계열사 경영에 영향권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물산 31.27%, 호텔롯데 12.68%, 롯데홀딩스 9.3%, 신동빈 0.3%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물산은 롯데홀딩스 지분이 56.99%로 신격호 회장 및 총수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기업공개(IPO)와 중장기적인 지주기업 체제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한다고 밝혀 지주기업 설립이 유력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이 36.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한화그룹 지분은 김승연 22.65%, 김동관 4.44% 등 총수일가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한화는 지주기업이 아니지만 지주기업 역할을 지속하고 있으며 지주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경영권 승계가 시급하지 않고 한화생명보험,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와 분리가 어려워 사업구조 재편 후 지주기업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대한유화는 KPIC코포레이션이 지분30.55%를 보유하고 이순규 회장 2.55%, 이현규 2.57% 등이고 KPIC코포레이션 지분 93.35%를 이순규 회장이 보유하고 있어 지주기업은 아니지만 재벌경영을 대표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그룹처럼 화학기업 자체를 매각하지 않는 이상 그룹간의 합병을 통해 통합기업을 구축하는 것은 국내 재벌그룹 체계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화학사업을 인수하려면 재무구조가 흔들릴 정도로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해 재무부담 없이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일본, 중국 등과 합작기업을 설립했으나 대부분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것으로 기존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합병기업은 탄생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허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