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화학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13억명이 넘는 소비자층을 기대하고 중국에 진출했지만 사업여건이 그리 좋지 않고 마케팅 역시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중국에서 한몫 잡으려는 생각에 중국시장을 노크했다면 100에 99는 실패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자국에 뿌리를 내리려는 화학기업들에게는 우호적이지만 한몫 챙기려는 장사꾼에게는 푸대접으로 일관해왔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지만 재투자에는 관심이 없고 주머니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면 일찍 떠나도록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는 생각인 것이다.
CMRI가 1994년 한국-중국 화학산업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당시 화학공업부 고위관료들을 만났을 때 한국과 중국이 협력한다면 일본을 커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하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 까닭이다. 중국의 기초기술과 거대한 소비자층, 한국의 응용기술이 접목하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장기비전을 가지고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거의 없고 단기적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과욕이 심해 중국 땅에서 푸대접을 받고 철수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최근에는 생산량이 크게 부족해 성공이 눈앞에 보였던 화학기업까지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중국을 떠나고 있다.
1990년대 중국에 진출한 일본 화학기업이 수익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자 이유도 없이 전기 공급이 끊기고 도로가 파헤쳐져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가 생각이 나는 대목이다. 사업가적 관점에서는 지극히 비정상적이지만 알량한 기술을 움켜쥐고 돈만 챙기는 상대는 배척한다는 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도 유명한 화상(華商)의 정신세계와는 배치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후진국에 진출해 알맹이만 빼먹고 튀는 장사꾼을 환영할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목할 대목이다.
중국을 떠나 인디아, 타이, 베트남, 말레이, 필리핀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이 반드시 되새겨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이치에 맞지 않는 투자계약에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보장해주는 어처구니없는 투기꾼들의 농간에 많이 당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투기꾼이 아닌 투자자를 선호하는 자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선진 투기꾼들에게 당했으나 우리도 똑같은 수법을 사용해 한몫 챙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변할 수 있겠지만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점 재차 강조해둔다.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켜 국가 장래를 망치는 매국행위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레드오션이냐, 블루오션이냐 하는 것은 투자 대상국의 여건이 아니라 투자자의 마음속에 정해져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장사꾼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면서 사업가로서의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는 베트남, 타이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에 인디아가 부상하고 있어 국내 화학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널려 있다. 사업타당성을 정밀하게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고 장기적으로 뿌리를 내리겠다는 자세 또한 겸비해야 한다.
사우디, 이란 석유화학기업들도 합작투자 또는 기술도입선을 찾기에 열중이다.
중국에서처럼 스스로가 레드오션으로 전락하지 않고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