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올레핀 및 기초소재 사업의 구조 고도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대산 소재 스팀 크래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증설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PS 생산라인 일부를 ABS 생산설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경쟁력 강화 투자에 나선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2019년까지 30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입해 에틸렌 생산능력을 104만톤에서 127만톤으로 증설할 필요가 있는지 물음표가 앞선다. 단일 크래커 기준으로 세계 최대이고 매출을 4000억원 이상 확대할 수 있다고 하나 과연 LG화학의 계산대로 돌아갈지 의문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이 스팀 크래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에틸렌 생산능력을 감축하면서 동일단지 소재 크래커의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과는 배치되는 결정이다. 일본은 중동의 신증설과 미국의 셰일가스 베이스 에탄 크래커 건설에 따라 에틸렌 수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하고 연차적으로 생산능력을 줄일 계획이다.
물론, 일본이 한다고 따라할 필요는 없고 스스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생산능력을 확대해 대응할 수 있다. LG화학이 유형적인 효과와 함께 설비효율도 끌어올린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에틸렌 생산능력을 여수 116만톤에 대산 127만톤으로 총 243만톤으로 확대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규모화에 따른 경제효과와 파워게임 양상으로 발전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화학이 아무리 선진기술을 도입해 스팀 크래커의 효율화를 추진해도 셰일가스 베이스 에틸렌을 막아낼 방도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증설물량을 어느 다운스트림에 투입할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이 2018년부터 PE 수출에 적극 나설 것이 명확한 시점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메탈로센 PE 생산을 확대해 고부가화를 확대하겠다는 것도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메탈로센 PE는 이미 범용화되고 있고 중동이나 동남아 석유화학기업들도 투자에 나서 별로 신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이 국내기업보다 2배 이상을 받고 한국에 수출하는 그레이드가 무엇인지 연구하기를 권장한다.
국내 PTA 생산기업들이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답시고 신증설을 단행했으나 결과는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중국 자체의 신증설을 통한 자급화도 문제려니와 동남아 및 인디아가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이 문제였다.
특히, 기존 스팀 크래커에 반응기를 추가 설치함으로써 고정비 투자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나 투자비 감축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은 PTA가 잘 증명해주고 있다.
2017년 상반기까지 여수 PS 생산라인 2기 중 1기 5만톤을 ABS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수긍이 간다. PS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고 머지않아 중국산을 중심으로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5만톤 라인은 기술 라이선싱을 위해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다만, ABS도 이미 고부가제품 대열에서 벗어나 범용화되고 있어 PS의 공급과잉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만 효과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ABS 생산능력 세계 1위(20%)도 그리 자랑할 사안은 아니다. 경쟁력이 있는 그레이드를 생산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실력이 문제이지 단순히 생산능력만을 키워서 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을 피하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가 밝힌 원가 경쟁력 강화, 사업구조 고도화에 선제적 투자 효과를 만끽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