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Naphtha) 베이스 석유화학은 2015-2016년 높은 경쟁력을 유지했으나 2017년부터 위기를 맞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가동하고 있는 유럽·아시아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와 다운스트림의 스프레드가 호조를 나타내 2015년 최대의 영업실적을 기록했고 2016년에도 호조를 지속했다.
나프타가 낮은 가격을 지속함에 따라 에탄(Ethane) 베이스 에틸렌(Ethylene)과 비교해 코스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반면, 셰일가스(Shale Gas)는 국제유가 폭락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수많은 시추리그가 폐쇄됐고 일부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탄 크래커 투자를 연기하거나 철회했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에탄 크래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석탄을 기반으로 한 MTO(Methanol to Olefin), CTO (Coal to Olefin)도 코스트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함에 따라 셰일가스·석탄화학의 경쟁력이 회복 기미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국제유가는 2016년 초 배럴당 30달러대까지 추락했으나 2/4분기 40달러대를 회복했으며 11월30일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합의로 50-55달러로 상승함에 따라 저유가에 따른 나프타 베이스 석유화학제품의 수혜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나프타·셰일가스·석탄화학 “3파전”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은 석유화학 시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에틸렌 원료의 안정성 및 경쟁력 확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에틸렌은 원유, 석탄, 셰일가스 등 3가지 종류의 원료를 베이스로 생산하며 원료 코스트에 따라 상대적인 경쟁력이 결정되고 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나프타를 베이스로 하는 NCC의 경쟁력이 높아진 가운데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탄 크래커와 MTO/CTO는 상대적으로 코스트 우위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셰일가스는 국제유가가 50-60달러, MTO/CTO는 60달러 이상일 때 나프타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유화학 관계자는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셰일가스와 석탄화학의 수익성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2015년에는 나프타의 경쟁력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한화토탈 등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와 에틸렌 계열 유도제품의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면서 2015년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고 2016년에도 호조를 지속했다.
ExxonMobil, Shell, Total 등 글로벌 메이저들도 전체적인 석유화학제품의 스프레드가 양호해 매출비중이 석유화학에 치중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가 2015년 배럴당 40-55달러로 하향 안정화된 가운데 나프타도 톤당 420-570달러를 형성하면서 에틸렌과의 스프레드가 700-800달러로 호조를 나타냈다.
나프타 상승에 에틸렌은 침체 “씁쓸”
국제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이 상승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에틸렌은 공급과잉이 본격화되고 있다.
NCC는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면 저유가에 따른 수혜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2016년 초 배럴당 30달러대로 최저를 기록했으나 최근 50달러 중반대를 회복한 가운데 에틸렌이 하락세로 전환돼 스프레드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점차 줄어들고 에탄 크래커 투자도 부진한 상태”라면서도 “나프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이 2015년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프타 가격이 상승세에 접어들었음에도 에틸렌은 별다른 변동이 없었으며 오히려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다.
에틸렌은 2016년 4-5월 FOB Korea 톤당 1160-1190달러를 형성했으나 2017년 들어서는 1100달러가 무너졌다.
반면, 나프타는 2016년 4-5월 CFR Japan 톤당 380-425달러를 형성한 후 2017년 들어 500달러대 초반으로 상승했다.
나프타와 에틸렌의 스프레드는 2016년 3월 톤당 800달러를 상회했으나 국제유가 상승에 에틸렌 침체로 2017년 1월에는 500달러대까지 좁혀졌다.
한국투자증권은 국제유가 상승과 에틸렌 침체로 2016년 4/4분기까지 에틸렌과 나프타의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톤당 3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에틸렌, 저유가 장기화에 신증설 “폭탄”
에틸렌은 높은 수익성을 기록함에 따라 글로벌 신증설이 계속되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동남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2016년 1000만톤 가량 늘어날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수요는 약 400만톤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가 2016년 3/4분기에 310만톤 가량의 신증설을 완료했고, 인디아도 110만톤을 신규 가동했다.
또 중국을 중심으로 타이완,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미국,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등이 2016년 에틸렌을 증설했다.
중국은 2016년 9월4일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에틸렌 크래커 7기를 약 15일 동안 가동중단해 일시적으로 수급이 다소 타이트했으나 시장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국내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국제유가 상승이 예상된 가운데 에틸렌 신증설이 쏟아지면서 영업실적 악화가 확실시되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은 나프타 베이스 에틸렌과 PE(Polyethylene) 및 PP(Polypropylene)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에틸렌 침체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2016년 하반기 이후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 국내 화학기업들의 전망이 좋지 않다”며 “2017년부터 2년 동안 침체를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셰일가스, 에탄 투자 잇따라 엇갈려…
글로벌 메이저들은 에탄 크레커에 대한 투자가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국제유가는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을 본격화하고 OPEC이 원유 생산량을 확대하면서 셰일가스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60달러 이하를 형성하고 있다.
중동과 미국의 치킨게임으로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셰일가스의 채산성이 악화된 가운데 에탄 크래커들도 코스트 경쟁력을 잃어 매력도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양호한 영업실적을 기록한 반면 ECC(Ethane Cracking Center) 투자는 끊임없는 눈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미국에서 Axiall과 합작해 ECC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투자를 철회했다.
Shell은 2020년까지 ECC를 건설하겠다고 밝혔으나 BASF는 투자를 연기했다.
Shell이 셰일가스 투자를 발표함에 따라 영업적자를 지속하던 셰일가스 산업이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어떠한 가격에 안착되느냐에 따라 에탄 크래커 투자의 성패가 결정된다”며 “확실히 저유가의 영향으로 ECC 투자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 이후 중동과 치킨게임이 지속되면서 에탄 베이스 화학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앞으로 증설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채굴기술의 발달로 채산성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다.
셰일가스 생산기업들은 굴착시간을 50% 단축하고 굴착거리도 2배 이상 증가시키는 등 생산성을 다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일부 셰일가스 전문가는 채굴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40-50달러를 형성하더라도 투자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말부터는 OPEC의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상승기조를 나타내 셰일가스 투자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CTO/MTO 증설 “부진”
중국의 석탄화학은 코스트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에너지 수입 감소를 통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화학제품 원료 공급의 다변화 및 자급률 향상을 꾀함에 따라 매장량이 큰 석탄을 베이스로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석탄은 중국에서 채굴가능한 에너지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성장률이 5-6%로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에틸렌 시장에서 NCC와 ECC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CTO/MTO는 투자가 지지부진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까지 1000만톤 가량의 CTO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등 2020년까지 약 2000만톤 상당의 CTO 신증설을 추진하려 했으나 일부 계획이 연기·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석탄화학 플랜트들은 나프타 및 에탄 베이스와 비교해 코스트 경쟁력에서 밀려 가동률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석탄화학은 환경오염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CTO 생산설비는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와 질소·유황에 따른 산성가스의 배출이 많아 설비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설비 투자액은 MTO가 10억달러, GTO(Gas to Olefin)가 22억달러인 반면 CTO은 33억달러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석탄 가격은 수송비 비중이 큰 가운데 CTO 설비의 상당수가 석탄 채굴량이 많은 중국 서부 내륙지역에 입지한 것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륙지역은 수자원이 부족해 기회비용이 크고 지역별로 대기오염도 심각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관계자는 “셰일가스의 등장과 국제유가의 폭락으로 석탄화학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다만, 나프타가 톤당 6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비전통 원료 투자 “지속”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 원료가 다각화됨에 따라 위기를 맞고 있다.
2015년에는 국제유가 하락세로 NCC의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영업실적이 양호했으나 글로벌 치킨게임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국제유가가 상승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나프타는 톤당 500-600달러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셰일가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을 유지할 때 채산성이 있기 때문에 나프타와의 경쟁을 위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파악된다.
석탄화학은 국제유가가 60달러 이상일 때 코스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이 저유가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에틸렌 원료의 다각화를 위해 셰일가스, 석탄화학 등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과거의 고유가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의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수급 및 가격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산성이 맞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 원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Sabic은 원료 다각화 차원에서 중국기업과 합작해 석탄화학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Shell은 셰일가스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투자를 감행하는 등 저유가를 유발하고 있다.
셰일가스 및 석탄화학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채산성이 점차 향상되고 나프타 가격도 적정 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셰일가스 및 석탄화학의 채산성이 높아질수록 나프타는 크게 하방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현섭 기자: jh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