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세계적인 저탄소화 흐름에 따라 에너지·환경 분야를 자동차·헬스케어와 함께 중점사업으로 정의하며 신규 전원 개발 및 자가발전 에너지의 활용을 통한 발전사업 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후쿠시마(Fukushima)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도시가스 생산기업들이 전력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원전 재가동이 늦어짐에 따라 화력발전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계통 전력요금이 급등해 문제가 되고 있다.
원전 사고는 일본 발전사업의 방향성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고정가격매입제도(FIT) 도입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활동을 진작시키고, 전력 자유화 및 전력요금 급등은 도시가스 공급기업 및 전력기업들이 자금여력이 있는 화학기업 등 소재산업과 협력해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전력 자유화는 전력기업의 발전·송배전·소매 밸류체인(VC: Value Chain)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메가솔라 등 집중형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따라 코스트 경쟁력을 상실한 계통전력을 대신하는 분산형 재생에너지 및 축전지를 비롯한 주변기기 수요를 신장시키고 있다.
전력 자유화에도 전기요금 인하는 한정적…
전력 자유화는 전력 도매시장의 활성화로 발전사업의 수익성은 악화시키지만 전기요금 하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은 원전 재가동이 지연됨에 따라 칸토(Kanto), 칸사이(Kansai), 홋카이도(Hokaido) 등을 중심으로 전기요금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4월 전력 소매가 자유화됨에 따라 신규 사업자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자들도 전력 소비량이 많고 전기요금이 비싼 가전 등 저압 부문 소비자를 타깃으로 신규 진출이 잇따랐다.
그러나 세대수 기준으로 전기요금이 비싼 지역은 50% 가량이고 비싼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사용자는 10-1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신규사업자의 요금은 지역 전력기업의 규제요금에 비해 할인율이 5-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력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매우 한정적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신규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력 자유화는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등이 총괄원가를 기준으로 독점해온 전력 VC에 대해 송배전 VC 규제를 강화해 신규사업자의 진출을 지원하고, 발전 VC 및 소매 VC 진출을 촉구해 경쟁원리를 통한 효율화로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발전 VC의 전력 자유화를 통해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가동률이 매우 낮은 비효율적인 발전소가 많고 공급전력이 과잉상태에 놓여 있을 때 유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효율적인 발전소의 고정비까지 회수할 수 있는 총괄원가 방식을 통해 유동성 있는 전력 도매시장을 형성하고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발전가격을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도매가격 및 소매가격이 하락하는 구조이다.
화학기업들은 에틸렌(Ethylene) 등 기초화학제품의 장기적인 가격 설정 및 플랜트 투자회수분석을 실시할 때 비용곡선(Cost Curve)을 활용하고 있으나 전력은 화학제품과 달리 재고가 없기 때문에 한계전원의 변동비용이 직접적으로 전력 도매가격에 반영된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전력 자유화는 원전 사고로 그동안 전력 수요의 30%를 충당해온 원전이 대부분 가동하지 않는 수급 타이트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력 도매시장은 존재하나 수급이 타이트한 가운데 VC를 실질적으로 독점해 온 전력기업들의 사업 전략에 따라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력 도매시장의 활성화 요구
일본은 칸토 지역 등에서 저압, 전력 다소비 부문만을 노린 국지적인 소규모 소매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코스트 경쟁력이 뛰어난 다른 지역의 전력기업 및 도시가스 생산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비싼 지역의 소매가격(규제요금 - α)을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해 높은 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칸토 지역의 전기요금은 가격 하락이 소폭에 불과하기 때문에 건전한 경쟁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불공정한 경쟁을 조장하는 전력 다소비 가정에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규제요금과 경쟁을 제한하는 전력 도매시장의 낮은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해 전력 도매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와 전력기업들이 논의하고 있는 원전 공공화 및 전력 메이저들의 도매거래 입찰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자금 유동성이 높은 전력기업 및 도시가스 생산기업에게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으나 원전 재가동, 신재생에너지 확대, 화력발전소 대체에 따른 공급과잉이 결과적으로 전력 도매시장의 유동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발표된 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및 대체 계획은 석탄화력이 2200만kW, LNG(액화천연가스)가 3500만kW에 달하고, 폐쇄를 결정한 원전 및 안전성이 우려되는 원전은 500만kW를 상회한다.
2030년까지 건설된 지 40년 이상 지난 원전이 가동을 멈춘다고 가정해도 원전 발전능력이 2400만kW에 달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하고도 일본의 전력시장은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력 도매시장의 활성화는 발전에 드는 변동비가 시장가격을 결정짓는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대한 진출을 계획하는 기존 사업자가 전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다.
유럽·미국의 자유화 시장과 마찬가지로 시장 밖의 상대거래가격도 도매시장가격에 맞게 바꾸고 전력소매가격의 형성 요인을 지역 규제요금 - α에서 전국 일률의 도매 시장가격 +β로 전환시켜 칸토 등 저압·전력 소비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소경쟁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게 된다.
현재 전력 소매 시장은 도시가스 생산기업 등 경쟁력 있는 발전소를 지닌 사업자가 장악하고 있으나 전력 도매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마케팅 능력이 있는 다양한 신규 사업자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콤바인드 사이클 방식의 LNG 화력은 도매시장 가격이 연료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소규모 자가발전 뿐만 아니라 건설 직후에 감가상각 부담이 큰 최첨단·최고효율 설비도 고정비를 회수하는 것이 어렵다.
석탄화력은 상대적으로 감가상각비를 포함해도 대부분 이익을 낼 수 있으나 저탄소화 흐름 속에서 계획대로 운전이 가능한지에 대한 리스크가 해결 과제로 파악된다.
저탄소화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용 촉진
세계적으로 저탄소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전 계획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아 신재생 및 축전지를 활용한 분산형 전력 공급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파리협정에 따른 저탄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원전 재가동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산전원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사용 및 수요처의 에너지 절약을 촉진해 전력산업 구조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일본 정부는 장기적인 전력 수급 전망에서 후쿠시마 원전 및 원자로 등 부지 아래에 활단층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설비 외 38기(3800만kW)가 모두 가동하는 것을 전제로 2030년 원전 발전비중을 20-22%로 설정했다.
그러나 2030년 운전한지 40년을 넘는 설비와 부지 아래 활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설비 21기(1900만kW)가 포함돼 있으며 원전 가동중단 소송 등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전 비중이 작아지면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 절약 촉진과 함께 석탄화력 발전소의 신규건설 금지 및 기존 설비의 가동 억제가 요구될 것으로 파악된다.
원전, 석탄화력 사용 억제에 따라 부족한 전력은 비교적 고가의 신재생에너지와 LNG 화력 신증설, 콤바인드 사이클화 및 에너지 절약으로 메우게 되나 도매시장 가격 하락에 따라 FIT 부과금이 급등하고 계통전력 수요 감소에 따른 탁송료 인상을 초래해 계통전력 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분산형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분산형 태양발전의 도입 촉진과 가격인하가 이루어지고 있다.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인 그리드패리티의 진전은 분산형 태양광발전의 활용을 촉진한다.
전력기업들은 도매시장의 가격 하락, 계통전력의 경쟁력 약화에 따라 대형 계통전력을 중심으로 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은 고정비가 비싸지만 변동비는 제로인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함으로써 원전을 순차적으로 가동 중단해도 공급과잉 상태를 지속해 도매시장 가격을 크게 인하시켰다.
석탄화력산업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이나 변동비가 높은 천연가스 화력은 시장가격과 연료비용의 스프레드가 악화해 한계비용조차 나오지 않기 때문에 최첨단 발전소도 적자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계통전력 요금은 신재생에너지의 부과금 및 각종 조세 공과금의 상승에 따라 매년 인상되고 있다.
반면, 분산형 태양광은 코스트가 하락함에 따라 소매 가격이 계통전력보다 낮아졌으며 축전지를 도입해도 가격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 수준이 달하고 있다.
전력 메이저들은 대규모 집중형 발전사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설비 폐쇄 및 발전사업의 스핀오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력 소매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원전 및 석탄화력 등 고효율 베이스 전원을 통해 발전·송배전·소매 VC를 지배해 온 일본의 기존 전력기업들도 디지털화와 함께 소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화학기업들의 비즈니스 기회 창출…
화학기업들은 태양광발전 패널 및 축전지 소재·부재 관련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학기업들과의 협력을 포함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은 신규 사업자들의 광범위한 자주적 활동과 에너지절약·에너지공급 고도화 등 법 개정을 통해 환경 영향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 신규설비와 기존설비의 가동률이 80%대를 유지하면 석탄화력 발전량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기존 전망치를 대폭 상회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력기업들은 신규 사업자와 함께 전력사업저탄소협회(ELCS)를 설립해 CO2 배출량 절감을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력 자유화 시장 속에서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얽혀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신규 건설하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설비 폐쇄 등이 요구되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사업자가 동일하지 않아 신규 건설에 대한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6년 파리협정 발효로 저탄소화 기운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주적 체재의 기능부전이 문제시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신규설비와 기존설비의 열변환효율 차이는 근소하나 연료비 절감 및 CO2 배출량 저감 효과가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환경성이 신규 건설 계획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경제산업성은 전력 자유화 및 저가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CO2 배출량이 적은 LNG 화력을 포함해 화력 전체의 열효율을 44% 이상으로 설정한 에너지 절약법을 바탕으로 도시가스 메이저 및 다른 지역 진출을 계획하는 전력 메이저에게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전력 소매 사업자에게 44% 이상의 비화석 전원 사용을 요구하는 공급 고도화 법을 통해 도시가스 생산기업 및 일부 전력기업들의 구조재편을 도모하고 있다.
화학 및 소재 생산기업도 참여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건설 계획이 환경평가를 마치고 건설·운전까지 이루어질지는 세계적인 저탄소화 흐름 및 정부기관의 동향, 전력기업과 도시가스 생산기업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나 기자: lhn@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