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기업들이 잇따라 백신 개발에서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화학은 미국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위한 자금 1260만달러(약 140억원)를 지원받게 됐다고 6월7일 밝혔다.
LG화학은 2014년 불활화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착수해 현재 임상2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아 국내 오송공장에서 백신을 생산하고 글로벌 시장에 본격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활화 백신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열과 화학약품으로 죽이거나 생리 활동을 정지시켜 항원으로 사용하는 백신으로 기존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대체하며 수요가 급증했다.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은 병원성을 약화시킨 세균이나 바이러스 변이균주를 살아 있는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소아마비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반면 불활화 백신 생산은 기술 난도가 높고 국제규격에 부합하는 시설 확보도 쉽지 않아 많은 국가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 본부장은 “빌게이츠재단의 확고한 지원에 힘입어 모든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소아마비 백신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최근 폐렴구균 백신 후보물질 3가지에 대한 임상시험에도 돌입했다.
SK케미칼의 대상포진 백신도 2017년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예상된다.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규모는 800억원대에 달하지만 미국 MSD가 개발한 조스타박스만이 유통되고 있어 SK케미칼의 백신이 허가를 받는다면 MSD 독점체제가 10여년만에 깨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녹십자도 독감 백신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백신 시장은 제약기업들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용되는 백신의 약 80%가 글로벌기업에 의존할 만큼 자급률이 낮은 상황이어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예방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재정적·행정적·기술적 지원을 통해 가장 시급한 과제인 백신 국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