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기업 노조들이 2017년 들어서도 임금인상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문재인 정부까지 들어서면서 노조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됐으니 억대 연봉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저임금과 중노동, 환경 및 안전에서 도외시돼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하청 근로자들을 생각하면 억대 연봉을 더 올려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니 나누어달라고 외칠 수는 있으나 과연 막대한 수익이 그들의 몫이 아니라 하청기업을 착취해서 얻은 수익은 아닌지 곱씹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에도 국내 화학공장에서는 여러 건의 환경·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화학 종사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환경 및 안전과 관련된 사고의 피해자가 대부분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하청 근로자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국내기업 대부분이 그렇지만 화학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규직은 연봉도 많이 받고 환경·안전 문제에서도 상당히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반면, 비정규직이나 하청 근로자들은 여러 가지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면서도 대우는 정규직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다.
우리 생활에 가장 가까운 청소직 근로자들의 예를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구청에 근무하는 정규직 청소 근로자는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재활용 쓰레기나 치우고 휴식공간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그럴싸한 목욕탕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비정규직인 하청 근로자들은 더럽고 냄새가 지독한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해 무게가 많이 나가 육체적 고통이 큰 쓰레기를 치우면서도 휴게공간은 고사하고 근로가 끝난 후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을 시설조차 이용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규직들이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편한 일만 원하고 휴식공간도 독차지하면서 하청 근로자들의 이용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정규직들이 비정규직 또는 하청 근로자들을 착취하는 구조인 셈이다.
화학공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 정규직들은 평균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면서도 위험하고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회피해 비정규직이나 하청 근로자들이 대신 위험을 감수하고 있으며 환경·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예외 없이 비정규직이거나 하청 근로자들이다.
석유화학기업 근로자들이 평균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반면 플래스틱 가공제품 근로자들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낮은 연봉을 받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석유화학의 책임이라고 떠넘길 수는 없지만 석유화학기업들이 다운스트림의 발전을 통해 안정적인 내수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스스로의 수익을 올리는데 치우침으로써 플래스틱 등 영세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동반성장은 대외적으로 외치는 형식이지 실천할 의지는 전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매출이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중견 화학기업들조차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가동률을 낮추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석유화학의 다운스트림이 고품질제품을 생산해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가 대기업 위주로 산업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것이 핵심 요인으로,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환경 및 안전비용을 정당하게 지불토록 정책적 기조의 틀을 확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