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표 박진수)과 롯데케미칼(대표 김교현)이 R&D(연구개발) 투자에서 상반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LG화학은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는 반면 롯데케미칼은 매출액 대비 투자비중이 사실상 제로로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상반기 매출 12조원에 영업이익 1조5000억원을 올린 가운데 R&D 투자규모가 4375억36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 증가했으며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2% 확대돼 국내 석유화학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상반기 매출 7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4000억원으로 LG화학과 비슷했으나 R&D 비용은 445억4200만원으로 LG화학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58.5% 증가했지만 매출액 증가세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며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57%로 가장 낮다.
양사의 투자 행보가 엇갈리는 이유는 사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에 집중하고 있으며 전지ㆍ바이오 등으로 사업군이 다양하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의 비중이 높고 범용제품 비중은 70%에 달한다. 범용제품은 생산에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고부가제품에 비해 R&D 필요성이 낮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연구기술을 쌓아놓지 않으면 규모화로 밀어붙이는 중국에 잠식돼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범용제품 생산 확대 등의 위기 속에서 미래 연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롯데케미칼은 2015년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 인수를 시작으로 M&A(인수합병)를 통해 고부가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롯데정밀화학 역시 R&D 투자비중이 2015년 2.2%에서 롯데그룹 인수 후 2016년 1.1%까지 하락했으며 2017년에는 상반기 R&D 투자비용이 50억4523만원으로 매출액의 0.8%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 관계자는 “M&A는 성공적일지 몰라도 R&D 투자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푸념했다. <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