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학기업들은 제네릭 의약품, 화장품, 위생소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정책투자은행 산업조사부가 2016년 6월 농업, 임업, 금융보험 분야를 제외하고 자본금 10억엔 이상 민간법인 2077사를 대상으로 2015년 설비투자 및 2016년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산업은 대부분 제네릭 의약품, 화장품, 위생소재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오픈 이노베이션, 인재 다양화 등을 통해 연구개발 효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설비투자, 5년 연속 증가세
일본은 2016년 제조업, 비제조업 모두 설비투자 계획금액이 전년대비 10.9% 늘며 5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제조업은 섬유, 정밀기계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늘어나 14.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송기계 분야는 친환경성·안전성·쾌적성을 향상시키는 신기술을 활용하는 자동차 모델 체인지, 생산효율화 등을 위한 생산라인 혁신 관련 투자가 증가했다.
화학은 제네릭 의약품, 화장품, 위생소재용 투자가, 철강은 코크스 탄로 유지보수 및 생산성 향상, 코스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 갱신·집약 등 사업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주류를 이루었다.
항공기 관련 투자는 수송기계, 일반기계 등 여러 산업에서 동시에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비제조업 설비투자액은 8.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송 분야에서는 철도 고속화, 안전대책 강화, 물류시설 정비 등, 도매·소매 분야는 슈퍼마켓 신규 점포수 증가 및 기존점포 관련 투자, 부동산은 수도권 중심의 중장기적인 국제 대형 부동산 개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투자 동기는 1986년 조사를 시작한 후 2015년 처음으로 「생산능력 확대」 비율이 떨어졌으며 2016년에도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 「신제품 개발 및 기존제품 고도화」 비율이 상승했다.
「유지보수」는 2015년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 2016년에는 다소 증가했으나 2013-2014년에 비해서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외투자는 전체 산업에서 1.3%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제조업은 일반기계가 감소했으나 북미 수송기계 투자가 꾸준하고 화학, 정밀기기도 증가하며 2.7%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비제조업은 자원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광업 투자가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13.2% 격감했다.
미국, 유럽, 중국 투자는 2015년에 이어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와 기타 지역은 감소했다.
일본은 제조업에서 수송기기의 모델 체인지를 위한 투자 외에 화학 신소재 개발, 철강 설비개선 및 집약 관련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비제조업은 수송, 부동산을 중심으로 안전대책 강화 관련 투자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인프라 정비가 진행됨에 따라 철도 등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학, 의약품·화장품 고도화 “집중”
화학산업은 설비투자액이 2015년 8100억엔에서 2016년 1조273억엔으로 26.8% 늘어 3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화학은 전체 설비투자 가운데 5.1%를 차지하는 등 가장 기여도가 높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 동기는 「유지보수」가 감소한 반면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산업은 설비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도 유지보수 관련 투자가 일정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파악되나 신증설, 연구개발 등 적극적인 투자 활동이 보다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6년에는 제네릭 의약품, 화장품, 위생소재 관련 투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제네릭 의약품은 일본 정부가 의료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보급 촉진책을 적극화하고 있고 대형 신약의 특허가 잇따라 만료됨에 따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13년 공표한 제네릭 의약품 사용비중 목표의 달성시기를 1년 이상 앞당기고 2017년 중반까지 70%, 2020년에는 8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어서 관련 투자가 당분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및 위생소재 관련은 종이기저귀 소재 투자가 두드러졌다.
아시아 신흥국의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영유아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고령화 영향으로 성인용 수요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과 화장품 원료 투자도 대폭 증가했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이 화장품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화장품 시장은 신흥국의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신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미국, 한국기업들도 사업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화장품 시장은 유럽과 미국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장악하고 있고 한국, 중국기업들이 최근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반면, 일본기업은 화장품 종류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투자 증가는 전체 시장규모 확대에 따른 것에 불과하며 앞으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타개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은 화장품 자체의 품질은 높은 편이지만 광고 등 마케팅 수단이 유럽, 미국, 한국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성장시장인 아시아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확립하고 높은 기술력과 고품질의 원료 특성을 활용해 미백, 안티에이징 등 기능제품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R&D 효율 “강화”
연구개발 투자는 의약품을 포함한 화학 분야에서 대부분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기초연구, 기반기술 강화, 전지·전자소재 및 헬스케어 분야의 차세대 소재 개발을 위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 분야와 관계없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의식한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기업, 대학 등 외부조직과의 연계 강화 목적으로 국제회의장, 개방형 연구실 등 공동개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화학기업이 많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반드시 외부와의 연계만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개방형 회의실, 모든 부서가 모일 수 있는 교류 공간을 만들거나 집무실의 벽을 없애는 등 다양한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부서 안에서만 공유하던 연구정보를 다른 부서와 나누어 진척상황을 함께 점검하고 새로운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화학산업은 연구개발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기술력을 고도화시켜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기능제품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기능의 강화 및 속도 향상, 효율화 등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정책투자은행 산업조사부가 추가로 실시한 특별조사에 따르면, 화학기업들은 개발 성과의 상용화 지연, 개발주제 선정 및 아이디어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픈 이노베이션도 연구개발 효율 향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인재부족, 여성·외국인 채용으로 해결
일본 화학기업들은 다양한 인재 확보에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별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학기업 가운데 40% 가량은 인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한 대책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한 화학기업이 20%에 불과했으나 2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공장 기술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대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고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고급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신규채용 및 경력직 채용 확대를 통해 대처하고 있으나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과 외국인 채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화학을 포함한 대부분 제조업에서 남성으로만 구성된 연구팀보다는 남녀 공동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출원한 특허가 경제가치가 더욱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팀보다는 외국인이 포함된 팀의 연구성과 역시 경제가치가 더 높았다.
연구진의 성별과 국적이 다양할수록 의견의 폭이 넓고 발상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화학기업의 특허 가운데 여성이 참여한 사례가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외국인이 1명이라도 포함된 경우는 1%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외국인 등 더욱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규모화, 일본은 고도화…
일본은 해외투자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화학 분야 해외설비 투자계획은 전년대비 30.3% 증가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국내외에서 모두 적극적으로 설비투자를 실시하고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해외투자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인 곳은 30%인 반면 해외에서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한 곳은 70%에 달했다.
북미, 유럽에서는 항공기, 자동차의 경량소재와 관련된 투자가 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말레이, 인도네시아, 타이 등 동남아와 한국에서 대형투자가 다수 진행 혹은 계획되고 있다.
투자 내용은 자동차 경량소재, 종이기저귀 등 위생소재, 전지·전자소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전지·전자소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 유틸리티 효율화와 공법 전환 등을 통해 범용제품의 코스트 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앞으로도 규모화 혹은 신규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해외에 집중하고 국내에서는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할 것으로 판단된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일본산업의 설비투자 증감률 변화, 일본 화학산업의 설비투자 증감률 변화, 일본 제조업 및 화학산업의 투자동기 변화, 일본 제조업의 설비투자 비교, 일본의 해외 설비투자 증감률 비교, 일본 화학기업의 주요 투자 프로젝트>